제목 | [질문]조당에 관하여 | 카테고리 | 천주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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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학자 | 작성일1999-02-02 | 조회수808 | 추천수2 | 신고 |
안녕하세요. 일전에 제가 너무어려운 질문을 했나보네요. 아직까지 답이 안올라온걸 보니까요.. 요즘은 컴을 켜자마자 바로 굿뉴스의 여기부터 들어와 봅니다. 배우는 것도 많고..이 곳이 참 좋네요..
================= 오늘은 여러분의 의견을 묻고자 합니다. (이 글은 토론실에 더 어울릴 글인줄 알지만 이상하게 넷스케이프도, 인터넷 익스플로어도 토론실에만 들어가려고 하면 잘못된 연산 운운하며 다운되더군요..그래서 할 수 없이 여기에 올립니다. 양해를 구합니다.)
저와 가까운 사람이 아는 분 중에, 예전에 신부님이시다가 몇년 전에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계신 분이 있습니다. 그 분은 지금 자폐아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
어제 술자리에서 그 분의 영성체에 관하여 토론이 붙었습니다. 그 분은 아시다시피 조당에 걸려서 영성체 및 고백성사를 못보고 계십니다. 미사를 매주 나가지는 못하지만 마음 속으로 열렬히 영성체 하기를 원하시는가 봅니다. 그런데 어떤 신부님들은 그 분께 고백성사도 주시고 영성체도 하게 하십니다. 제가 알기론 그런 신부님들이 몇 안되는데 주로 정의구현사제단의 진보적인 신부님이신것 같습니다.
어제는 이런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교회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교회법은 사회의 법과는 달리 그 위에 사랑이라는 더 큰 법이 있다. 중요한 것은 양심이다.
-양심만 가지고 하느님과 대면하는 것은 위험성이 있다. 그것은 개신교와 같은 논리이며 더 큰 문제는 사람마다 양심이 다르다는 것이다. 교도소나 유치장에 가 보면 자기가 정말 죄 있다고 하는 사람은 드물다. 다 변호사가 잘못해서, 사회가 잘못해서 들어왔다고 한다. 이것이 사람의 양심이다. =그 분이 만약 사제복을 벗고나서 보험회사 다니고 부동산에서 사기나 치고 있다면 (죄송..특정 분들을 비난하기 위한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나도 그 분을 옹호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그 분은 여전히 교회를 사랑하고 있고 다른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엔, 하느님이, 내가 영성체를 하는 것보다 그 분이 영성체 하는 것을 더 좋아하실 것이라 본다.
-물론 하느님은 사랑의 하느님이시지만, 두렵고도 무서운 분이기도 하다. 아담과 하와가 따먹지 말라는 과일하나 따먹은 죄로 지금의 우리들도 원죄를 가지고 태어난다. 하느님이 인간을 정말 사랑하신다면 용서해 주실 수도 있었을 텐데,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우리는 아직까지 이렇게 죄가 있다. 하느님은 이렇게 무서운 분이시다. =아담과 하와는 낙원에서 쫓겨났지만 하느님은 영원히 관계를 끊기를 원하지는 않으셨다. 그리고 아담과 하와가 쫓겨나서 고통을 당한 것처럼 그 분도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어려운 생활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그것은 그 분의 선택이다. 내가 아는 아주머니 한 분은 스무살에 남편 얼굴도 못보고 시집을 갔는데 남편하고 너무 안맞아서 3주만에 이혼을 했다. 그래서 그 아주머니도 조당에 걸려 40살 먹을 때까지 매일미사를 꼬박꼬박 나가면서도 성체를 모시지 못했다. 나중에 혼인무효판결을 교회로부터 받아서 조당이 풀렸다. 하느님은 말없이 순명하는 사람을 더 좋아하시지 않을까? =법에만 얽매이는 것은 바리사이파 사람의 행동과 똑같아지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중요한 것은 양심이다.
-예전에 어떤 교황님이 예수회를 파문시켰을 때, 예수회 분들은 자신들이 아무 죄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교황께 대한 절대 충성이라는 예수회 성소대로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말없이 죽어나갔다. 이것이 가톨릭의 순명이다. 그리고 이런 자발적인 순명이 교회를 2000년이나 지탱시켜 온 것이다. =물론 가톨릭의 순명은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교회법도 특별한 것이다. 그러나 그 분이 영성체 한다고 가톨릭의 기반이 흔들릴 리는 없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그 분이 영성체를 하고 못하고 그것보다는 양심을 중요시하는 움직임이다. 조당에 걸렸지만 교회를 떠나지 않고 성체를 모시고 싶어하는 사람은 그분 한사람만은 아닐것이다. 교회법에 명시되어 있는 것마저도 양심에 비추어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명문화되어있지 않은 죄까지도 양심에 비추어 하느님과 화해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 움직임들이 이곳저곳에서 일어난다면 가톨릭의 질서는 흔들린다. 좋은 게 좋은 거면 다 좋은거다. 루터도 좋고 칼뱅도 좋다. 그러나 가톨릭은 그렇지 않다.. =나는 그 분이 성체 영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이렇게 옹호하는 것이다. 성서에 너희중에 죄없는 사람이 돌을 던져라, 라는 말씀이 있다.
-그것과는 다르다. 나는 그 사람을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 ===========================
토론은 이렇게 결말이 나지 않고 끝나 버렸습니다. 술자리에 있던 사람은 셋이었는데 한사람은 옹호자고 나머지 두 사람은 반대자였습니다. 세사람 다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저도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인간적으로 보자면 저희도 그 분이 동정이 갔습니다. 그러나 섣불리 찬성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저는 스스로 꽤 진보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다락방책에 있는 성모님 메시지를 읽으면서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성모님은 똑똑하고 이성적이라는 사람(특히 신부님들 중에)들이 교회에 오류를 퍼뜨리고 있고 그것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더욱더 교회에서 진리아닌 것이 판을 치고 있다고 경고하고 계셨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런 일들이 계속 일어난다면 가톨릭은 끝장날 것 같습니다. 우리 가톨릭에서는 윗분들의 말씀이 절대적이 아닙니까? 그런데 그 분들이 잘못 가르치고 있다면.. 참으로 생각하기에도 끔찍합니다.
저는 예전부터 교회 내에서 여성의 위치가 너무나 불합리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구약 중에서도 창조설화인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에서 하와를 남자를 꼬시는 존재로 묘사함으로써 여성의 낮은 위치를 합리화시키는 이데올로기가 된 것 같았습니다. 저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성서에는 정말 여성에게 너무하다 싶은 구절들이 많습니다. 우선 사람을 셀 때 여자는 거기에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여자는 사람도 아닙니까?) 게다가 성전에서 여자는 말하지 말라는 구절도 있지요? 아내는 남편을 하늘로 받들라는 서간의 말씀도 있습니다. 조선시대와 똑같습니다. 물론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겠지만, 이후의 교회에서 여자는 참으로 불평등합니다. 여자는 사제도 될 수 없고 복사도 할 수 없습니다.(여자애들이 복사하는 성당은 몇 안됩니다.) 그리고 맨날 1독서는 남자가 해야 합니다. 불평등하지 않나요?
그러나 이제는 저런 생각조차도 함부로 하기가 겁이 납니다. 그렇게 생각 안한다는 게 아니라 함부로 생각조차 하기가 겁이 난다는 거에요..
앞서 말씀드린 그 분은 일년에 한두번, 그것도 자신에게 고백성사를 주시는 신부님을 먼곳까지 찾아가서 성사를 보신답니다. 이러저러한 상황으로 미루어볼 때 그 분이 참 안됐습니다만, 그래도 괜찮다고 확정적으로 생각하기는 아무래도 불안합니다.
저는 바보가 돼 가는 걸까요? 성모님 말씀을 괜히 엉뚱한 곳에다 적용시키는 것은 아닌지, 여러가지로 혼란스럽습니다.
또 이렇게 글이 길어지고 말았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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