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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보충709] 반 조각의 성체 카테고리 | 천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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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임용학 쪽지 캡슐 작성일2000-02-22 조회수2,048 추천수10 신고

† 찬미 예수님

 

어느 본당 게시판에서 읽은 글입니다. 함께 나누고 싶군요..

 

"반 조각의 성체와 젊은 신부님의 눈물..."

 

K라는 그 신부님을 나는 한 번도 뵌 적이 없다. 다만 말로만 전해 듣고 그분께 감탄하며 소리 없는 존경을 느낄 분이다.

 

어린이들의 미사였다. 영성체가 끝난 직후 한쪽에서 어린아이의 칭얼대는 소리와 당황한 엄마의 숨죽인 목소리가 심상치 않게 들려왔다.

"정말 안 먹고 떨어뜨렸어? 너 먹고서 괜히 그런는 거 아냐?"

"안 먹었쪄... 입에 넣다가 떨어뜨렸단 말야..."

미사를 집전하시던 젊은 보좌 신부님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사태를 알고 보니 엄마가 영성체 하는 것을 본 꼬마가 자기도 달라고 옆에서 보채자 엄마는 축성된 성체를 반으로 잘라 반은 자기가 영하고, 반은 아직 첫영성체도 안한 어린 아이의 손에 주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아이는 그 반조각의 성체를 입에 넣다가 바닥에 떨어뜨렸다고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엄마는 급히 바닥을 찾아보았지만 반 조각의 성체는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자 엄마는 아이가 괜히 먹고서도 너무 작으니까 삼킨 것을 잘 못 느끼고 안 먹었다는 거라며 아이를 나무라고 있었다.

 

신부님이 직접 그들의 자리로 가서 바닥을 찾아보았지만 여전히 반 조각의 성체는 보이지 않았다. 어른들은 아이가 먹고서도 그러는 거라고들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는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면서도 끝내 자기는 먹지 않고 떨어뜨렸노라고 고집하는 것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신부님의 얼굴은 점점 하얗게 질려갔다.

 

정신없이 미사를 마치고 나서 신부님은 초등부 교사들을 동원해 온 성당 안을 샅샅이 뒤지게 했다. 그러나 엉뚱한 종이조각이나 쓰레기들만 보일 뿐 반 조각의 성체는 끝내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나중에는 성당 안의 모든 의자들을 한쪽으로 밀어놓고 바닥을 빗자루로 싹싹 쓸었다. 시커먼 먼지 덩어리들까지 살펴 보았자만 성체는 보이지 않았다.

 

신부님의 얼굴에는 식은땀마저 맺히기 시작했다. 신부님은 초등부 교사들을 모아서 함께 손을 맞잡고 간절한 기도를 시작했다. 부디 그 반 조각의 성체를 저희가 찾을 수 있게 해 주소서....

 

그때, 미사가 끝난 후에도 얼른 일어서지 않고 그 소란 중에도 뒤쪽에 앉아 뭔가 중얼거리며 기도를 하고 계시던 한 분의 할머니가 흥분한 음성으로 소리치셨다.

 

"여기 있어요! 성체..."

 

신부님은 급히 그쪽으로 달려갔다. 검은 먼지 덩어리 속에서 할머니는 무언가 콩알보다도 더 작은 물체를 집어내고 계셨다. 교사들 역시 급히 달려가 그 물체를 보았다. 온통 시커멓게 먼지가 묻은 데다가 본연의 모양은 찾아볼 수조차 없게 뭉쳐져 있었지만...그것은 성체였다. 아이가 침을 묻힌 뒤에 떨어뜨렸기에 성체는 젖어서 작게 뭉쳐지고 글러 다니며 쉽게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었다.

 

먼지투성이의 성체 조각을 손바닥에 올려놓은 신부님의 눈에 눈물이 글썽했다.

 

신부님은 그 성체를 향해 잠시 조용한 기도를 올리신 후 그 먼지를 털지도 않고 그대로 당신의 입에 영하셨다. 그것을 보고 초등부 교사들은 매우 놀랐다.

 

가까스로 찾아낸 성체를 영하고도 아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듯 신부님은 기도실을 향해 총총 걸음을 옮겼다.

 

그때 당시 초등부 교사들은 거의 대학생이었다 한다.

교사들 중에는 신부님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상당수 있었던것 같다.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을까....하는 의견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나...성체를 향해 우리가 흠숭지례를 드리는 것은 바로 그 안에 주님이 계심을 믿기 때문이 아닌가? 성체가 곧 우리 주 예수님임을 인정하는 행위가 아닌가? 단지 얇은 밀가루빵에 불과하다면 그것을 향해 깊이 머리 숙여 흠숭지례를 드리고 찬미 노래를 부르는 우리가 과연 제 정신이겠는가... 주임을 잃어버린 신부님이 어찌 차분할 수 있었겠는가... 비록 본인의 실수가 아니었다 해도 자신의 미사 집전 중에 일어난 일이니, 주님의 몸을 모독했다는 죄책감에 어찌 떨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성체를 향한 그 신부님의 열렬한 사랑을 본받고 싶다.

먼지를 털지도 않고 입에 넣을 수 있을 만큼 푹 빠져서 사랑하고 싶다.

우리를 위해 당신 몸을 바쳐 음식이 되어 오시는 주님을...

목숨 다하는 날까지 사랑하고 그 이후에도 찬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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