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1419 질문하신 박효정님에게... | 카테고리 | 천주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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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시몬 | 작성일2002-01-02 | 조회수421 | 추천수0 | 신고 |
결혼을 준비하시는 박효정님에게 가톨릭 신자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축하를 드리며 2002년 새해에 새롭게 출발하는 님의 가정에 행복을 빌어 드리고 싶습니다.
가톨릭 신자와의 결혼과 비신자와의 결혼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님께서 올리신 질문이 이 점에 있어서 명확하지 않아 두가지 경우를 모두 올려 드리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Q. 어떤 사람이 혼인성사를 받을 수 있나요?
혼인성사를 받으려면 신랑과 신부가 모두 세례성사를 받은 신자여야 합니다. 그리고 혼인성사는 원칙적으로 미사중에 거행합니다. 혼인성사를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헌신적이고 항구한 사랑에 힘입고자 한다면 그 사랑이 성체를 통해서 우리에게 전해지는 미사중에 혼인성사가 거행된다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겠지요. 사정이 허락치 않는다면 간단한 말씀 전례중에 혼인성사를 거행할 수 있습니다.
혼인성사의 핵심은 신랑과 신부가 자유로운 합의를 나누는 데에 있습니다. "나는 당신을 내 아내(남편)로 맞아들여... 일생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하며 신의를 지키기로 약속합니다" 라는 선언으로써 합의가 성립되고, 두 사람이 한 몸을 이룸으로써 혼인이 완성됩니다. 그러므로 혼인성사의 집전자는 사제가 아니라 신랑과 신부입니다.
혼인 예식을 주례하는 사제(또는 부제)는 교회의 이름으로 신랑, 신부의 동의를 받아들이고 교회의 축복을 베풀어줍니다. 교회의 성직자를 비롯해 신랑과 신부측 증인이 이 예식에 입회하는 것은 혼인이 교회적 행위임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드러내기 위한 것입니다.
Q. 종교가 다른 배우자와의 혼인할 때는 어떻게 하지요?
교회에서는 신앙을 좀 더 잘 보존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가톨릭 신자는 가톨릭 신앙을 지닌 사람과 결혼하라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복잡한 사회 현실 속에서 이 권유를 따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톨릭 신자가 타종교인이나 비종교인과 결혼할 경우에는 교회로부터 명시적인 허락, 교회용어로 하면 관면(寬免)을 받아야 합니다.
관면을 받고 거행된 혼인을 ’관면혼배’라고 합니다. 관면을 받으려면 신랑과 신부 둘 다 가톨릭 교회가 가르치는 혼인의 목적과 본질적인 특성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또한 비가톨릭인 당사자가 배우자의 가톨릭 신앙을 방해하지 않고, 자녀 모두를 가톨릭 교회에서 세례받고 교육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2사람의 증인 입회하에 해야 합니다.
타종교인이나 비신자와 결혼하게 되면 가톨릭 신앙을 보존하는 데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좀더 적극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혼인의 경우, 가톨릭 신앙을 지닌 측이 열심하고 성실한 신앙생활을 통해서 배우자는 물론 그 가족과 친척에게까지 가톨릭 신앙을 전파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Q.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혼인은 일생의 중대사이기에 내적, 외적 준비를 충분히 해야 함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요즈음에는 외적인 준비, 즉 혼수와 예물을 마련하고 결혼식장, 피로연을 준비하는 데에 거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바칩니다.
이 모든 외적인 준비에 앞서 단 며칠이라도 조용한 시간을 갖고 기도하면서 혼인을 준비하는 것이 신앙인에게 바람직한 자세라고 하겠습니다. 특히 혼인을 앞두면 신랑, 신부 모두 큰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이를 극복하고 평안한 마음으로 혼인성사를 받기 위해서도 내적인 준비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리고 혼인 당사자는 될 수 있는 대로 혼인전에 견진성사와 고해성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교회 내적으로는 혼인성사를 받기 위해서 몇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먼저 소속 본당 신부님과 혼인 면담을 하고 혼인 문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본당 신부님은 혼인성사를 받으려는 이가 온전한 자유 의사에 의해 혼인하려는 것인지, 혼인에 방해되는 요인은 없는지에 대해서 신랑, 신부에게 자세히 물어보고 이를 문서로 작성하여 본당에 영구적으로 보관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혼인 면담 전에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그후에라도 그리스도교의 정신에 따른 혼인이 무엇인지를 가르치는 혼인 교리를 받아야 합니다.
이런 절차가 복잡하고 귀찮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요즈음 거의 모든 이들이 결혼 전에 소위 야외촬영이라고 해서 하루 내지 이틀씩 고생을 하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닙니다. 혼인성사를 제대로 준비하고 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야외촬영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 정도는 할애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한 부모는 자녀들이 혼인성사를 받을 수 있도록 주지시키고 배려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런 절차가 번거롭다고 해서 신자가 혼인성사나 관면혼배를 받지 않고 그냥 일반 결혼만 하게 되면, 영성체를 할 수 없게 됩니다. 교회용어로는 조당(혼인을 성립시키지 못하는 조건)에 걸린 것입니다. 다시 성사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조당을 풀어야 하는데, 이 과정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즉 소속 본당에서 신부님과 면담을 한 후에 서류를 작성하고 고해성사와 혼인성사를 받으면 됩니다. 자세한 것은 본당에 계신 신부님이나 본당 사무실에 문의하면 알려줄 것입니다.
이런 조당에 걸려 있는 부부들 중에서 적지 않은 분들이 절차를 제대로 몰라서 성사생활도 못하고 그냥 지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가능한 한 빨리 조당을 풀고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부부가 모두 비신자로 있다가 한 편이나 양편이 세례를 받게 되는 경우는 혼인 성사를 따로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Q. 혼인예식의 절차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 마음의 준비 * 신랑과 신부는 혼인 전날쯤 고해성사를 받음으로써 새 삶의 시작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해야 합니다.
* 말씀 전례 * 말씀 전례 중에 주례 사제는 혼인에 대한 하느님의 말씀을 신랑과 신부에게 들려주며, 그들의 혼인이 하느님 앞에서 맺어지는 것임을 깨닫게 하기 위해 간단한 강론을 합니다.
* 혼인 계약식 * 신랑과 신부는 일어서고, 양쪽의 증인 한 사람씩은 계약의 의사와 표현을 확인할 수 있도록 가까이 섭니다. 주례사제는 신랑과 신부에게 혼인이 서로의 자유 의사에 의한 것인지, 서로 존경하고 일생 신의를 지킬 것인지, 정당한 방법으로 자녀를 낳고 종교 교육을 시킬 것인지를 묻습니다. 신랑과 신부는 사제와 증인, 그리고 하느님 백성이 모인 자리에서 그들의 혼인 계약 의사를 교환합니다.
* 혼인 반지의 축성과 교환 * 주례 사제는 혼인 계약이 끝나면 혼인 반지를 축성하여 신랑과 신부가 서로에게 끼워주게 합니다. 혼인 반지는 단순한 선물이 아니고 말로 표현한 혼인 계약을 눈으로 계속 볼 수 있도록 하는 물건입니다. 쌍방이 같은 모양, 같은 재료로 반지를 만드는 것은, 부부는 동일하고 평등하다는 의미입니다.
* 혼인 강복 * 주례 사제는 새 부부가 된 신랑과 신부에게 특별한 은총과 축복을 기원하는 강복을 합니다. 영성체를 하기 전에 다 함께 주님의 기도를 드리고 난 다음, 사제는 혼인 당사자들을 위해 기도를 드립니다. 이때 신랑과 신부는 일어선 채 축복을 받습니다.
* 양형 영성체 특전 * 혼인 미사중 부부가 영성체하는 것은 어느 미사 때 보다도 뜻 깊은 일입니다. 교회는 혼인하는 부부에게 성체와 성혈을 함께 모실 수 있는 양형 영성체의 특전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Q. 왜 굳이 혼인성사를 받아야 하나요?
혼인이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부부가 되어 사랑하면서 일생을 함께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입니다. 혼인성사 때 신랑과 신부가 서로에게 다음과 같은 약속을 합니다. "나는 당신을 내 아내(남편)로 맞아들여,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하거나 병들거나, 일생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하며 신의를 지키기로 약속합니다." 그런데 이 약속대로 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요. 사람은 자주 사랑의 이름으로 자신의 이기심과 욕심을 상대방에게 강요합니다. 또한 처음에는 변치 않을 것 같이 강렬하던 사랑도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변하면 흔들리고, 심하면 깨어지기까지 합니다.
인류의 원조인 아담과 하와의 경우도 그러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 아담이 혼자 있는 것을 좋지 않게 보시고 그의 일을 거둘 짝인 하와를 만들어주시자 아담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창세 2.18-25 참조) 그러나 하느님의 명령을 어기고 선악과를 따먹고는 잘못을 추궁당하자 하와에게 탓을 미룹니다. "당신께서 저에게 짝지어주신 여자가 그 나무에서 열매를 따주기에 먹었을 따름입니다."(창세 3,12) 이렇게 아담과 하와 부부의 원초적 친교는 단절되고, 창조주께서 주신 본래의 선물인 상호간의 매력은 지배와 탐욕의 관계로 변합니다. "남편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싶겠지만, 도리어 남편의 손아귀에 들리라"(창세 3,16). 하느님의 큰 축복인 부부의 사랑이 인간의 잘못으로 큰 상처를 입게 된 것입니다. 이 상처가 치유되기 위해서는 부부에게 큰 도움이 될 하느님의 은총이 꼭 필요합니다. 다시말해, 그리스도께서 베푸시는 사랑에 힘입어야 합니다.
예수님 안에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은 인간의 사랑과는 다릅니다. 예수께서는 우리 인간을 위해서 당신을 기꺼이 십자가 죽음에 내 맡기시고, 당신을 배반했던 제자들도 거듭 용서해주십니다. 이기적이지 않으며 진정 상대방을 위한 헌신적 사랑, 상황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지 않는 항구한 사랑의 소유자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뿐이십니다. 혼인성사를 받는 이유는 거짓되기 쉽고 항구하지 못한 인간의 사랑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 교회에 베푸신 사랑에 힘입어서 헌신적이고 견고한 사랑으로 변화되기를 청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부부들에게 다음과 같이 권고합니다. "남편된 사람들은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셔서 당신의 몸을 바치신 것처럼 자기 아내를 사랑하십시오. 그리스도께서는 물로 씻는 예식과 말씀으로 교회를 거룩하게 하시려고 당신의 몸을 바치셨습니다."(에페 5,25-26) 물론 이 권고는 남편만이 아니라 아내에게도 해당됩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신 남녀의 사랑과 결합은 아름답고 고귀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이 사랑과 결합이 인간의 죄와 잘못으로 인해서 얼마나 약하고 깨지기 쉬운지를 조금이라도 체험한 사람이라면 혼인성사를 통해 성실하고 항구한 그리스도의 사랑에 의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혼인성사의 은혜는 한순간에 실현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일생을 통해 지속된다고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삶이 좀더 성숙된 인간으로 되어가는 하나의 여정(旅程)이듯이, 부부의 사랑도 더 성숙한 사랑을 향한 하나의 여정이기 때문입니다. 이 여정을 그리스도와 함께할 때 부부 사이의 기쁨은 배가 되고, 슬픔과 괴로움은 반으로 줄어들며, 고통과 시련은 도약의 발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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