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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보에 대한 신부님의 글( 옮김) 카테고리 | 천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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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영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5-06-08 조회수696 추천수0 신고
 왜관 성 베네딕도 수도회의 김인영 신부님의 글이오니 모든 분께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결혼의 표지로서의 너울(베일)

유대인에게 있어 여자가 쓰는 너울은 자신이 결혼한 신분임을 드러냄과 동시에 남편에 대한 순종을 상징합니다. 로마에서는 약혼한 순간부터 붉은 너울을 씀으로써 자신에게 남자가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이렇듯 여자의 너울은 한 남자에게 속해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표지였던 것입니다.

 

그리스도와의 혼인을 드러내는 너울

교회 안에는 초세기부터 하느님을 위해 결혼을 포기하고 평생을 동정으로 살면서 주교를 중심으로 봉사의 삶을 살던 동정녀들이 있었습니다. 4세기부터 이런 동정녀들을 위한 축성 예식을 볼 수 있는데, 이 예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교가 후보자에게 너울을 씌워주는 예식이었습니다. 세상 여자의 너울이 한 남자와의 혼인을 드러내는 표지(상징)라면, 동정녀의 너울은 그리스도와의 혼인을 드러내는 표지였던 것입니다. 이후 수녀들이 착용하는 너울 역시 이런 의미를 갖게 되었으니, 서원 예식중 수건을 건네는 중에 "거룩한 수건을 받아 이로써 주 그리스도께 온전히 속하며 교회에 봉사하기 위하여 온전히 봉헌되었음을 모든 이에게 알려 주시오"라는 말을 합니다.

 

미사보의 새로운 의미

상징은 시대에 따라 새로이 해석됩니다. 미사보의 기원에  남존여비 사상이 들어 있다고 해서 미사보 폐지 운동을 마치 여성해방의 한 수단으로 여긴다면, 이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어리석은 일이라 할 것입니다. 미사보는 동정녀나 수도자의 너울과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와의 혼인을 드러내는 표지로 해석될 수 있다고 봅니다.

 

여성: 그리스도의 신부(新婦)

그러면 어떤 이는 "남자는 왜 너울을 사용하지 않는가?" 하고 질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여성과 너울이 갖는 상징적 의미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로는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를 혼인에 비유하여 설명하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교회 안에 남성도 많지만 교회는 언제나 여성으로 표상되었습니다. 다른 한편 남자 신자 역시 그리스도의 신부(新婦)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이러한 상징적 표현은 너무 어색합니다. 그에 비해 여성에게는 그리스도의 신부(新婦)라는 말이 쉽게 적용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문화 안에서의 미사보

외국에서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미사보를 우리는 왜 계속 사용하여야 하는가 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고 봅니다. 서양인과 우리는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 상징 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사용하지 않는다 해서 우리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이는 문화사대주의(文化事大主義)의 또 다른 표현에 불과할 것입니다. 미사보가 우리 신앙에 아주 중요한 요소는 아닙니다. 따라서 얼마든지 폐지 문제를 우리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사보가 우리 심성에 맞지 않을 때, 즉 우리 상징 체계와 맞지 않을 때 그렇게 해야 할 것입니다. 만일 미사보가 그리스도와의 혼인을 드러내는 표지로 남아 있다면, 이를 없애기보다 오히려 더 장려해야 할 것이 아닌지요? 우리 인간은 결국 상징을 통해서 우리 마음을 전달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자매님의 경우에 대해 위의 내용을 참고하심이 좋겠습니다.

 

도움이 되셨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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