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죄1 ◆
한자 死罪
라틴어 peccatum mortale
영어 mortal sin
죽음에 이르는 죄. 교회 전통은 죄를 사죄와 경죄(輕罪)로 구별하여 왔다. 이는 성서가 중죄(重罪)의 개념을 즉 하느님의 나라를 차지하지 못하게 하는 죄들(갈라 5:19), 마땅히 죽어야 하는 죄들(로마 1:29), 암흑에 이르는 죄들(2고린 6:15)과 같이 구원의 부재(不在) 상태를 초래하는 죄와, 인간의 나약함과 부족에서 이루어지는 결점들로서 신앙인들도 범하는 일상적인 죄로 구분한 사실에 근거한다(1요한 1:8-2:2, 5:16-17). 교회의 교도권은 이와 같은 죄의 구별을 정식으로 정의(定義)한 일은 없으나 스콜라 학자들의 용례에 따라 이 용어를 사용한 것은 사실이다. 즉 트리엔트 공의회는 고해성사 때 '중한 죄들을' 모두 다 고백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죄의 종류를 변하게 하는 상황도 말해야 한다고 했으며 경죄도 함께 고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 것이다(제14회기 5장).
사죄와 경죄의 구별은 양이나 정도의 구별이 아니라 본질상의 구분이다. 흔히 죄의 종류를 병(病)과 죽음에 비유하여 구별한다. 사죄의 본질은 생명과 은혜의 하느님을 배역(背逆)하는 것이다. 사죄는 인간이 창조주이시며 구원자이신 하느님을 알면서도 완전한 자유의지로 그 하느님을 거역하고 피조물이나 자기 자신에 집착하여 생활하는 것으로 생명의 하느님과 이웃 인간을 완전히 이반(離反)한 행위이다. 인간이 창조주이시며 구원자이신 하느님을 알면서 양심을 거슬려 완전한 자유의사로 하느님과 그의 뜻을 거역하고 자기 자신이나 피조물에 집착하는 행동을 두고 하는 말로 생명의 하느님과 이웃을 완전히 이반한 태도나 마음을 의미한다(예레 2:13). 이에 대하여 경죄는 하느님의 사랑을 저버리지는 않았으나 불성실한 응답이라 할 수 있다.
사죄와 경죄는 이와 같이 본질적인 차이가 있으나 이를 윤리생활에서 실제로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채워져야 한다. 즉 하느님의 뜻(계명)을 분명히 알고(인간적 인식) 완전한 자유의지로 동의하여 행동하는 것이다. 사죄와 경죄의 구별은 위의 두 조건에 계명의 중대성 여하로 결정된다. 사죄의 결과로는 하느님의 은혜인 초자연적 생명을 잃게 되고 그 상태에서 죽는다면 구원이 없는, 즉 지옥의 형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누구나 회개와 속죄가 필요하며 특히 사죄를 범한 사람은 지체하지 말고 회개하고 고해성사로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를 받아 구원을 얻도록 해야 한다.
▶ 죄 (罪)
1. 의의: 죄란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나쁜 줄 알면서도 자유 의지로 하느님의 계명을 거스르고, 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함을 말한다. 이는 하느님의 질서를 파괴하고 인간을 육체적 감각적 노예가 되게 하여, 하느님을 사랑하는 데 방해가 되게 한다. 결국 이는 하느님과 이웃을 거스르는 것이 된다.
죄는 인간성에 속한 것이며 악습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고 인간 본성에 대한 배신으로서, 이성을 거슬러 성덕을 파괴한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죄란 영원한 법(하느님의 법)을 거스르는 생각이나 말이나 행위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이 죄는 인간이 책임 있는 행위와 자유를 가지되 택한 목적을 위해 잘못 실행한 행위에서 생기며, 인간의 원의가 무한한 것처럼 죄의 다양성도 무한하다.
2. 성서상의 죄: 구약에서는 하느님의 율법과 원의에 대한 침범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죄는 규율의 회피이고 침범이며, 주님의 계명을 거스르는 불순명이다(창세 3장; 신명 28, 15-68). 구약에 나타난 죄의 근원은 인간의 자유 의지와 사악한 지향과 마음이었다. 예를 들면 야훼께 반항함(민수 14, 9; 신명 28, 15-44), 하느님의 명예를 더럽힌 것(2사무 12, 10; 이사 1, 4), 불충실과 간통(에제 16, 59; 호세 3, 1) 등이 그것이다.
신약에서는 대체로 죄의 의미를 두 가지로 구분한다. 먼저 구원을 잃고 하느님을 잃는 것을 의미한다. 즉 죄는 모든 자유와 선의 근원이시며 구원의 원천이신 하느님으로부터 인간을 떼어놓고, 인간이 하느님께 드려야 할 찬미와 영광을 거부하고 대항함으로써, 하느님을 잃고 파멸에 이름을 말한다.
또한 죄는 계시된 하느님의 의지에 대립함을 의미한다. 즉 창조주의 뜻을 거역하고, 율법에 표현된 하느님의 뜻을 어김으로써, 하느님께 대한 가장 무례한 불의를 행함을 의미한다.
3. 원천: 죄의 원천은 칠죄종(七罪宗)이다. 이는 죄의 근원이 되는 일곱 가지로서, 그 자체가 죄이면서 동시에 다른 죄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즉 교만, 인색, 음욕, 탐욕, 나태, 분노, 질투 등이 그것이다. 또한 죄의 원인의 내적 가능성은 지성, 감성적 욕망, 의지 등이고, 외부에 있는 죄의 원인의 가능성은 마귀이다.
4. 구별: 죄는 반대되는 덕에 따라 구별된다. 예를 들어 나쁜 표양은 타인에 대한 애덕을 거스름이요, 불신앙은 신앙의 덕을 거스름이고, 경신의 덕을 거스름은 바로 미신이다. 또한 덕이 명하는 중요한 의무 내지 책임을 어김에 따라 구별된다. 예를 들어 순결을 빼앗은 죄는 하느님의 은총을 거스름과 순결덕, 건강, 좋은 결혼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리고 중용의 덕을 벗어남으로써 죄가 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재산의 낭비, 과소비 등이 그것이다. 이와 같이 한 가지 죄가 많은 덕을 그르칠 수 있으므로 고해 성사 때 양심의 판단에 따라 죄의 번수와 종류를 일일이 고백해야 한다. 또한 죄는 마음의 죄와 행동의 죄로 구별할 수 있다. 내심에서 악을 즐기는 경우와 악한 의향으로써 악을 행할 실제적 결의를 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5. 종류: 죄의 종류(種類)에는 원죄와 본죄가 있다. 그중에 원죄(原罪)는 아담으로 말미암은 것으로, 인간성의 순조로운 조화에 파괴를 초래했고, 무질서를 가져다 주었으며, 모든 악에로 이끌리는 경향의 근원을 이룬다.
또한 이 죄는 인간이 하느님께 반항하여, 하느님으로부터 이탈함과 육체가 영혼에 반항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인간은 인간 본성이 받았던 성화 은총(聖化恩寵, 超性恩惠)을 잃고 죄에로의 경향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인간의 내면에는 하느님께 대한 복종을 거부하려는 경향이 생겼고, 영신의 지도를 뿌리치려는 육신의 반항적 움직임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로, 그리스도의 구속 공로로 말미암아 잃었던 성화 은총을 세례를 통해 되찾을 수 있게 되었고,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에 참여할 수 있게(救援) 되었다.
본죄(本罪)는 원죄로 말미암아 인간 본성의 무질서와 결함으로부터 많은 악한 행위가 흘러 나와 이루는 죄이다. 그런데 이 죄는 크게 대죄와 소죄로 나뉜다. 그중에 대죄(大罪)는 영혼 안에 있는 성화 은총을 잃게 하여 영신적 생명을 파괴시킨다.
이 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중대한 일이나 행위가 있어야 하며, 그 중대성을 완전히 인식하고 자유 의지로 행해야 한다. 물론 소죄와 대죄의 판단은 양심에 의하나, 대죄는 성화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을 잃고 하느님 자녀로서의 자격과 모든 공로에 가담할 자격까지도 잃는다. 그래서 이를 중죄(重罪) 혹은 사죄(死罪)라고 하며, 사죄는 죽음에 이르는 죄이다(갈라 5, 19-21; 로마 1, 29-32; 2고린 6, 14-15).
소죄(小罪)는 성화 은총을 잃어버리지는 않으나, 영신적 생명의 완전하고 건전한 작용을 손상시킨다. 이는 대죄의 성립 요소 중 어느 하나라도 결여되었을 경우에 성립한다. 이 죄는 하느님을 등한히 하거나 덕행을 거스를 때 짓게 된다.
6. 범죄 예방: 결국 소죄도 하느님을 모욕하는 행위가 될 수 있으며, 우리에게 주어지는 하느님의 은총을 방해하고 갖가지 벌을 가중시키며, 대죄에 떨어질 위험을 초래한다. 따라서 죄를 짓지 않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고, 세상 물질의 허무함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에 겸손하고 순진한 마음으로 의탁해야 하며, 자제, 극기, 보속, 희생 등으로 양심이 가르치는 바의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특히 죄지을 기회를 피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