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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도 없는
본당 신부님이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만 있어도 돌무화과나무를 바다에 심을 수 있다는 주님 말씀을 주제로 강론하셨습니다.
작은 믿음만 있어도 못할 것이 없다는 강론이었는데, "맞다. 정말 나보고 한 말씀이로구나"하는 마음이 들고 고마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집에서 생각해보니 저는 정말 믿음이 약한 사람이라는 자책감이 들어 힘이 들었습니다. 저는 늘 불안감이 있어 기도해도 하느님께 대한 깊은 신뢰감이 생기지 않습니다. 또 일하다가도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들면 그 일을 더 하지 못하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어떤 분은 제가 불안한 마음을 갖는 것이 마귀의 장난이니 더 많은 기도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불안감을 없애고, 깊고 굳센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A. 형제님 스스로 믿음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문제입니다. 마음의 불안감을 다 없애려고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믿음이 약하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불안감 때문인 듯한데, 그렇다고 불안감을 다 없애면 믿음이 강해지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적당한 불안감이 있어야 하느님께 의지하려는 마음도 생기는 것이지, 불안감이 하나도 없으면 오히려 기도도 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힘만 믿고 살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마음에 적당량의 불안감은 있어야 하고, 불안감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넘칠 때만 덜어내면 됩니다.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가장 손쉬운 방법은 ''봉헌기도''입니다. 기도할 때 손을 벌리고 마음을 열어 하느님께서 내 불안감을 가져가 주십사 하고 기도하는 게 가장 쉬운 불안 감소법입니다.
그보다 약간 어려운 방법은 ''묵주기도''입니다. 불안한 마음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묵주기도를 끊임없이 하는 것입니다. 불안감이란 마치 떼쓰는 어린아이와 같아 쳐다보면 더 기승을 부리는데, 쳐다보지 않고 성모송에만 집중하면 어느새 힘을 잃고 떨어져 나갑니다.
세 번째 방법은 ''글쓰기''입니다. 낙서장을 옆에 두고 마음이 불안하면 거기에 불안한 감정을 휘갈겨 쓰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미국의 페네베이커라는 심리학자가 고안했습니다. 그는 대상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하루 30분씩 일주일에 3~5일 글쓰기를 시켰습니다.
그런데 그 중 한 그룹은 자기가 경험한 힘겨운 것에 대한 감정을 쓰게 하고, 다른 그룹은 그냥 쓰게 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힘겨운 경험을 글로 옮긴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술을 덜 마시고, 몸이 덜 아프며, 공부도 더 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요?
글쓰기가 불안을 밖으로 내보내는 ''통로''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고통스럽고 불안한 경험에 대해 글을 쓰면 문제가 이해되고, 그에 대한 통찰이 생깁니다. 이어 마음 안에 작은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네 번째 방법은 ''불안한 감정 뒤의 불안한 생각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인지치료 심리학자인 벡은 "사람들이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생각의 오류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즉, 지나치게 불안한 생각이 불안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불안한 생각이 불안한 감정을 유발할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첫째, 불안감이 들 때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불안한 생각의 목록을 노트에 적어봅니다. 두 번째는 불안한 생각이 어디서 왔는지 살펴봅니다. 세 번째, 그 생각이 정말 타당한지 평가합니다. 네 번째는 문제 해결을 위한 합리적 방법을 생각해봅니다.
이런 단계를 거치는 동안 불안감은 상당량 줄어듭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불안의 양이 일상생활을 방해하지는 않을 정도의 양일 때만 효과가 있습니다. 만약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불안하다면, 전문의를 찾아가 진단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마귀 탓이니, 기도가 부족해 그렇다느니, 믿음이 약해 그렇다느니 하는 말들에 현혹되지 마시기 바랍니다.
어떤 영성가는 "믿음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믿음이 강한 사람이고, 믿음이 강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믿음이 약한 사람들이다"하고 역설적 주장을 했습니다. 자신이 믿음이 약하다고 자책하지 마시고, ''약한 나''를 주님 앞에 드러내는 믿음 생활을 하시기 바랍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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