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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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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정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1-02-14 조회수5,679 추천수0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이 하늘의 음성은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에 있어 여러 번 울렸으리라.

 

베들레헴의 마구간 구유 안에 누워 계실 때

하늘 위 천사들의 노래 속에서 이 음성은 들렸다(루가 2,13).

 

요르단 강가에서 요한에 의해 세례를 받으실 때

하늘이 갈라지며 이 음성은 들렸다(마르 1,9-11).

 

타볼산 위로 세 제자를 데리고 기도하러 올라가시어

영광스런 변모를 입으셨을 때

구름 속에서 이 음성은 들렸다(마태 17,5).

 

죽음을 앞두고 번민에 잠겨 애태우실 때

천둥처럼 울리며 이 음성은 들렸다(요한 12,28-29).

 

빌라도에 의해 능욕 당하시고

가시관을 머리에 쓰시고 자홍색 용포를 걸치시고서

광란의 유대 군중들 앞에 끌려나 와 서 계실 때

비록 그 소란스러움 속에선 그 누구도 듣지 못했겠지만

분명 이 음성은 들렸다(요한 19,5).

 

십자가에 못 박혀 큰 고통을 겪으시다 숨을 거두시어

그 나무 위에 매달려 달려 계셨을 때도

오직 십자가 아래 함께 서 있었던 이들을 제외하곤

그 누구도 듣지 못했겠지만,

아니 어쩌면 침묵 그 자체로서였는지도 모르지만

분명 이 음성은 들렸다(루가 23,46).

 

사도들이 보는 앞에서 구름에 싸여 승천하셨을 때

흰옷 입은 사람들이 나타나며

하늘로부터 이 음성은 들렸다(사도 1,9-11).

 

이렇게 그분의 생애 사이사이에서는

최소한 일곱 번 이상 그 음성이 세상에 울려 퍼졌으리라.

 

어떤 때는 기쁨으로 가득 차며,

어떤 때는 비통 속에서 울부짖듯이,

어떤 때는 간절한 심정으로 호소하듯,

어떤 때는 시나이산의 모세에게 그랬듯 위엄 속에서,

어떤 때는 무한의 심연 같은 침묵 속에서,

어떤 때는 사랑에 겨워하며 등등.

 

마치 사랑에 겨운 이가

그 사랑의 고백을 하고 싶어 못 견디어 하듯,

성부(聖父) 하느님께선

그분에 대한 사랑을 자꾸 거듭 드러내셨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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