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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니피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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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정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1-02-14 조회수7,834 추천수1

"가난한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굶주린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우는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왜냐면 하느님이 채워 줄 수 있는 빈곳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유한 사람들아, 너희는 불행하다.

배부른 사람들아, 너희는 불행하다.

웃는 사람들아, 너희는 불행하다.

왜냐면 하느님이 함께 할 빈곳이 없을 만큼

네 자신으로 꽉 차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이들의 이러한 하느님과의 친화력이야말로

새 하늘 새 땅을 향한 역사의 희망이라 할 수 있다.

거기 빈 터는 바로 창조의 장소

곧 하느님의 뜻이 뜻대로 펼쳐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새 시대의 징표와 계시가 내려와 깃들이는 장소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마리아의 노래 ’마니피캇’은 그 핵심요소를 드러낸다.

’비천한 이를 통해 큰일을 행하시는 분’

’교만한 자를 흩으시고 권세자를 자리에서 내치시고

오히려 보잘 것 없는 이를 높여 드러내시는 분’

’배고픈 이를 좋은 것(창세 1,3-곧 절대순수한 것 결국 하느님에게서 직접 비롯된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를 빈손으로(사실은 그 자신 스스로 꽉 차 있기에 줄 수도 없는 것이다) 돌려보내시는 분’

 

사실 마리아의 노래 ’마니피캇’의 원리는 다름 아닌

’가장 미소한 자가 가장 존엄한 자가 되는 구원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이다.

그럴 때 마리아의 삶 그 생애는

그녀를 누구보다 먼저 그 사회의 전형적 시민이 되게 하는 것이었다.

진정 마리아의 노래 ’마니피캇’은

시온의 딸·야훼의 가난한 이들의 노래로서

구원의 새 시대를 향한 역사 원리를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더 나아가

인류 역사의 참된 원리를 제시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왜냐면 지금(루가 6,21) 가장 낮은 자가 결국은 가장 높게 되는 것,

그야말로 꼴찌가 첫째 되는(마태 20,16) 것이 역사 현실인 까닭이다.

 

최초의 인류는 유인원(類人猿) 그룹 안에서

유전적이든 체질적이든

못나고 병든 것이었을 것이라는 학설이 있다.

사실 진화론에서도 알 수 있듯

너무 완벽하게 고착 적응된 개체 보단

불완전하여 부적응되는 개체를 통해 진화는 펼쳐지는 것이다.

역사 속의 계급 변동과정에 있어

하층계급의 혁명적 상승의 경우를 보라.

또한 영원한 강대국이 없고

피압박의 약소국들의 해방이 거듭되는 것에서

인류의 맥박은 영원한 젊음을 지닌 게 된다.

아니 결국은 대체 세력으로 지배적 위치에 오를

새 생명은 언제나 미소하게 태어난다.

새끼가 어미보다 더 거대한 생명체가 과연 있었던가.

이러한 생명의 원리야말로 바로 역사의 원리인 것이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간적인 원리일 따름이다.

우리 모두는 그것을 공간적인 원리로도 세워야 한다.

 

여기에서 마리아의 노래 ’마니피캇’의 또다른 깊은 뜻이 드러난다.

그것이 앞에서 말한

’가장 미소한 자가 가장 존엄한 존재로 대함을 받는 사회공동체’의 실현이다.

그럼으로써 생명의 원리요 동시에 역사의 원리인

그것이 명실상부하게 이 사회 속에도 육화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역사 원리의 체화를 통해서만이

우리 사회 역시도 생명화와 인간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 대한 이른바 새로운 복음화 작업 역시

그렇게 마리아의 노래 ’마니피캇’에서 드러나는

구원의 역사 원리를 체화시키는 과정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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