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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실로암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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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정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1-03-05 조회수3,904 추천수0

하느님이 신앙인을

한 상태에서 더 높고 밝은 상태로 올리실 때면,

반드시 그를 먼저

한 어둠 속에 잠시 가두신다.

아니 어둠으로 그를 가리신다.

이것은 반드시 그 전 상태보다 더 한 어둠이다.

 

마치 연극공연에서

새로운 막을 펼치기 위해

시작하기 전 잠시 막을 쳐 놓듯,

또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씨앗을 땅 ’속’에 심듯,

또한 음속을 돌파할 때

파열음 같은 굉음이 귀를 찢을 것처럼 울리듯,

이 과도기적 벽의 어둠은 창조를 위한 아픔이다.

 

이 어둠의 시기를

얼마만큼 참되고 옳고 깊게 겪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신앙의 참됨과 옳음과 깊이의 정도가 결정된다.

 

사울 역시 바울이 되기 전에

비늘 같은 것이 눈을 덮는

사흘간의 ’어둠’을 겪었다.

예수조차 죽음에서 부활하시기 위해

사흘 동안 ’어둠’의 무덤 속에 계셨다.

베드로는 또한

예수의 참된 제자가 되기 위해서

세 번이나 주님을 모른다 하며 그분을 버리는

’어둠’의 시간 속에 던져졌었다.

 

그보다 더 상징적인 것은 실로암 사건이다.

예수께선 눈먼 이의 눈을 뜨게 해주기 전에

진흙으로 그의 눈을 먼저 ’덮어’ 주신다.

그리고는 "씻어라!" 하신다.

그가 실로암 연못으로 가

진흙을 씻어 벗기니 눈이 밝아졌다.

 

이처럼 순간적으로 밀어닥친 어둠이

사실로는 더 큰 밝음을 품고 있을 경우란

우리 앞에 얼마나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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