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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야 어떠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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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정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1-03-07 조회수3,501 추천수0

단 3년의 공생활을 위해

30년에 걸친 숨은 생활을 온전히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가 말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것을 예언자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그것은 자신의 음성을 다듬어 지니기 위한 준비기간이었다.

 

진실로 온 우주만물이 그를 반대할지라도

신념을 갖고서 하느님의 말씀을 쩌렁쩌렁 외칠 수 있는,

그리하여 그릇된 온 우주를 전율시켜

올바른 것에로 되돌릴 수 있게 할 수 있는 그런 음성을 지니려고,

예언자는 그토록 긴 세월을 침묵의 광야에서 숨어 지내는 것이다.

 

우리는 주위에서 자칭 하느님의 도구로 쓰인다며

어줍잖은 능력을 갖고서 섣부르게 설쳐대다

쉬 무너지고 마는 이들을 많이 본다.

그것은 마치 연마 덜된 칼이 전쟁터에서 쓰여지는 것과 같다.

그것은 날지도 못하는 새끼독수리에게

뛰는 토끼를 잡아채 오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

 

그리하여 그대는 보다 깊은 침묵을 지니고서

하느님의 면전 그 발등 아래

모든 신발을 벗고 무릎 꿇고서

오랜 시간 머무르면서

자신이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언젠가 자신 모르게

하느님에 의해 갈고 닦여져

자연스럽게

’하느님의 입’

’하느님의 귀’

’하느님의 눈’

’하느님의 발’

’하느님의 손’

’하느님의 가슴’이 될

그때까지 그대는 조용히 기다려야 한다.

 

참으로 지극히 평온한 심정으로 자신을 가라앉혀야 한다.

그럴 때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순명할 수 있는

참다운 하느님의 도구가 된다.

사실 심오한 사상 역시

오랜 자기성찰과 사고 끝에

직관적인 통찰을 통해 태어나는 것이지

알량한 사변적 논리로써 되는 것은 아니다.

오래 묵은 땅이 훌륭한 보석이나 금붙이를 낳게 된다.

 

그리하여 때가 되어 하느님께서

"나가라! 외쳐라!" 할 때

그대는 성령의 도구로 서슴없이 발을 세워 걸어나갈 수 있게 된다.

 

매미를 보라!

생애의 대부분을 굼벵이로 보내다

비로소 때가 되면 밖으로 나와

단 몇 달을

그야말로 "온 몸으로 울며 자신을 드러내다"

다시 장렬한 죽음을 맞게 된다.

그 짧은 생애지만 그 ’강렬한 투신’ 때문에

우리는 여름을 ’매미의 계절’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그 강렬한 꽃핌은

길고 긴 굼벵이 시기의 숨은 정성이 낳은 것이다.

 

예언자 역시 가능한 드러나지 않으려 해야 한다.

드러난 생활의 능력,

그 원천은 숨은 생활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사실 예수께선 30년만 숨은 생활을 하신 것이 아니었다.

공생활 때에도

밤엔 한적한 곳으로 피해 가셔서 기도하셨고,

수난을 앞둔 겟세마니 동산에서의 철야기도,

죽음 앞 세 시간의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의 피신,

더 나아가 부활의 영광을 위한

무덤 속에서의 사흘 동안의 갇힘 등등.

 

그뿐 아니라 그분의 생애는 영광과 피신이 거듭된 것이니,

"영광의 독생성자께서 구유로 피해 가 나셨고"

"그 탄생이 온 예루살렘을 술렁이게 하자 곧 에집트로 피신하셨고"

"봉헌 때도 시므온 예언의 들음 뒤엔

곧바로 나자렛 그 조그만 마을로 돌아가셨고"

"열 두 살 때 성전에서 학자들이 경탄할 정도였지만

곧 전도에 나서지 않고 다시금 나자렛으로 돌아가

부모께 순명하면서 20년을 숨어 지내셨고"

"세례 후 성령의 영광스런 강림이 있었으나

세상 보단 오히려 광야로 피해 가셨고"

"공생활에서도 병자들을 기적적으로 치유시켜 주시고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엄명하셨고"

"악마가 당신의 영광스런 정체를 드러내려 해도 꾸짖어 막으셨고"

"그 외에도 숱한 기적을 행하신 뒤엔

반드시 피해 가신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어쩌면 그분의 이 모든 숨으심에서

그분 영광의 능력이 솟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야 어떠할까.

진정 우리는 얼마나 침묵해야 하는가!

그것은 하느님께서

"때가 되었다"할 그 때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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