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인물]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 세례자 요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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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4-11-03 | 조회수4,377 | 추천수0 | |
[성서의 인물]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 세례자 요한
세례자 요한처럼 당시의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 인물도 드물다. 세례자 요한이 활동한 시기는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가 그야말로 희망이라고는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암흑기였다. 이때 홀연히 나타난 세례자 요한은 그야말로 한줄기 빛이었으며 마지막 꺼져가는 희망의 불씨를 일으킨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의 삶은 철저하게 고통으로 점철된 비극의 인물이었다.
세례자 요한은 사제인 즈가리야와 그의 아내 엘리사벳 사이에서 하느님의 은총으로 태어난 늦둥이었다. 그는 예수님과 인척이며 약 반년정도 먼저 태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개하라 하늘나라가 다가왔다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서 낙타 털옷을 입고 허리에는 가죽띠를 두르고 메뚜기와 들꿀을 먹으며 살았다. 요한이 사람들 앞에 나섰을 때 그의 말과 행동은 모든 이스라엘들의 마음속에서 폭발적인 힘과 에너지로 나타났다. 그의 출현에 대한 충격은 삽시간에 전 이스라엘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요한이라는 사람의 말을 들으면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갈 정도로 시원하다니까."
"정말이야, 그분의 거칠 것 없는 말씀을 들으면 우리의 영혼이 깨끗해지는 기분마저 들더라구요." 사람들은 요한의 말을 들으러 구름처럼 요르단 강으로 몰려들었다. 그의 선포는 너무나 힘있고 분명했다.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다가왔다."
그의 가르침은 이스라엘의 예언자들이 늘 외치던 메시지였다. 그러나 당시의 바리사이파나 율법학자들, 그리고 사두가이파나 열혈 당원들이 외치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그들 모두의 주장과 가르침은 조금씩 달라도 한가지 공통적인 것은 율법에 대해서는 열성적이고 하느님의 주권과 왕권에 대해 희망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한은 당시의 종교, 정치 지도자들과는 전혀 다른 주장을 했다. 요한은 예언자라는 점에서 당시의 여느 사람들과는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다른 이들은 미래에 이스라엘이 결국 승리할 것이라는 메시아에 대한 고대를 선포한 반면, 요한은 철저하게 재난과 멸망을 예고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회개하지 않으면 처참하게 멸망할 것이다."
그의 이런 선포의 목적은 이스라엘이 회개하도록 하는데 있었다. 요한은 죄인으로 구분되는 그룹, 즉 창녀, 세리, 군인들뿐 아니라 율법학자, 바리사이에게도 회개를 호소했다. 자신들은 의인이라 자처했던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저 요한이라는 놈의 정체는 뭐야?"
그의 말은 지나칠 정도로 혹독하고 독설에 가까울 정도로 날카로웠다. 그러나 그의 말은 설득력 있었고 위엄이 있었다.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심지어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소문마저 생겨났다.
요한은 백성들의 지도자인 사두가이파나 바리사이파 사람들에게 서슴없이 말했다.
"너희는 겉과 속이 다르고 백성들에게 짐만 지우는 놈들이다. 너희는 독사의 자식들이다."
"뭐라고, 당신 말 다했어?"
심지어는 유다의 왕인 헤로데까지도 호되게 질책했다. 요한은 헤로데가 자신의 동생의 아내인 헤로디아를 처로 맞아들인 일과 그 밖의 잘못된 일을 비판했다. 이 소식이 헤로데의 귀에 들어가자 그는 노발대발하여 화를 가눌 수가 없었다.
"여봐라, 요한이란 발칙한 놈을 옥에 가두어라!"
결국 요한은 왕에게 미움을 사서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요한이 주장한 것은 이스라엘의 모든 이들이 인격적으로 회개하는 것이었다. 백성의 지도자나 왕도 여기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사람들이 요한에게 모여들었다.
"저희들이 회개하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당신들이 회개하려면 먼저 죄를 고백하고 세례를 받으시오."
요한이 베푸는 세례는 개인적이고 인격적인 회개의 표지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세례운동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급속도로 번져나갔다.
일반 백성들에게 많은 인기와 존경을 받았던 요한은 당연히 정치 세력의 견제를 받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요한은 헤로데 왕에게까지 서슴없는 말을 하여 참수를 당하고 만다.
지도자는 비판의 소리 경청해야
세례자 요한은 명예나 권력을 탐하지 않고 정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옳은 소리를 외쳤던 에언자였다.
그의 용기는 당시 사람들 뿐 아니라 오늘에도 깊은 인상을 준다.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옳은 소리를 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높은 자리나 명예를 누릴 때는 더욱 그렇다. 잘못을 잘못이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는 자신을 버리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때로는 침묵을 지키는 소극적인 행동은 악을 동조하고 방조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사람들은 비판의 소리를 듣기 싫어 한다. 오히려 옳은 소리를 하는 사람을 미워하고 박해를 한다. 그러나 진정한 지도자는 귀에 역겨운 비판의 소리를 들으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멸망과 재앙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도자들은 비판의 소리를 겸허하게 귀 기울이고 달콤한 소리만을 하는 이들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평화신문, 2000년 12월 10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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