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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예수의 외할머니,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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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3 조회수4,484 추천수0

[성서의 인물] 예수의 외할머니, 안나

 

 

나의 이름은 안나. 나의 남편은 요아킴이고 우린 나자렛 근처에서 오랫동안 살아왔지요. 우리 부부는 아주 늘그막에 딸을 얻었답니다. 그 딸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얻었다고 우린 믿었어요.

 

그래서 그 애의 이름도 히브리어로 미리암, 즉 마리아라고 지었어요. '높여진 자'란 뜻이지요. 늦게 얻은 딸이라 우리 부부는 무척 그 아이를 사랑했지요.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무엇보다도 착하고 심성이 고운 아이였어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런 그 아이는 정말 곱게 자라주었어요. 부모의 말에 늘 순종하고 사려 깊고 겸손했습니다. 신앙심도 무척 깊은 아이였지요.

 

마리아가 결혼 할 나이가 되어 직업이 목수인 요셉이라는 청년과 정혼을 했어요. 우리는 곧 있을 결혼을 준비중이었지요. 그런데 모든 것이 다 잘되고 있던 어느 날이었어요. 난 그날을 분명히 기억해요. 밖에 나갔다 돌아와 보니 마리아가 방에 엎드려 있었어요. 가만히 보니 안색이 창백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어요. 나는 분명히 무슨 큰일이 있구나 직감했지요.

 

"왜 그러니, 마리아."

 

그러자 내 딸 마리아는 내 품으로 달려들어 울음을 터뜨렸어요. 나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마리아를 그냥 꼭 안고 있었어요. 한참 지나자 마리아는 눈물을 멈추고 말을 시작했어요. 두려워 입술이 바르르 떨리는 모습을 보자니 마음이 무척 아팠어요.

 

"엄마, 오늘 난 가브리엘 천사를 만났어요."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

 

마리아는 나에게 천사의 발현 이야기와 아들을 곧 갖게 되는데, 그 아이는 성령으로 잉태될 것이라는 둥 횡설수설했어요. 나는 내 귀를 의심했지요. 나는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가슴이 '쿵'하고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나는 마리아가 순간 정신이 어떻게 된 것은 아닐까, 이 아이가 무엇에 홀린 것은 아닌가,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어요. 그런데 묻고 또 묻는 내 질문에 마리아는 분명하게 대답을 하는 것이었어요.

 

'아니 내 딸이 결혼도 안했는데 아이를 갖게 되다니…. 무슨 일이란 말인가. 만약 정말 그렇게 된다면…. 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나는 간신히 진정하여 마리아를 안은 채 하느님께 마음속으로 기도했지요.

 

"하느님, 내 딸 마리아를 보호해주세요. 무슨 나쁜 일이 일어난다면 엄마인 제가 모두 받겠습니다. 모든 것을 당신 뜻에 맡깁니다."

 

그리고 마리아에겐 나직한 목소리로 달래주었지요.

 

"마리아,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하느님이 너를 돌보아 주실 거야."

 

그러나 얼마 후에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드러났지요. 마리아에게 태기가 생긴 거예요. 난 당혹했지만 분명히 하느님의 뜻이라는 것을 믿었어요. 그러나 남에게 드러내 놓고 이야기할 수도 없었고 참 걱정이 많았답니다. 다행히 사위 요셉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결혼을 해 주어 일은 잘 해결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마리아는 아들을 낳았지요. 손자의 모습을 처음으로 보는 순간 난 정말 기뻤어요. 그런데 나도 모르게 아기를 보는 순간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어요. 내 손자 예수의 두 눈은 정말 별처럼 반짝반짝 빛났답니다. 그런데 마리아는 아들을 낳은 후 기뻐하고 즐거워하기보다는 두려워하고 수심이 가득 찬 얼굴이었어요. 마리아는 그 후에도 자주 넋나간 사람처럼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곤 했어요.

 

나는 마음이 답답하여 마리아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려 했지만 그때마다 그만두었지요. 마음 속에 간직해야 할 그 무엇이 있을 거란 느낌이 들었어요. 마리아는 아기를 낳은 후로 그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보였지요. 마치 마리아와 나는 골짜기를 가운데 두고 먼 거리에 서있는 것 같았어요.

 

그러나 손자인 예수는 나의 이런 마음의 짐을 덜어주었습니다. 예수는 어릴 때부터 보통의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이 할미에게는 예쁘디 예쁜 손자였죠. 나이에 비해 총명하고 착하고 자비심 많은 예수는 가끔씩 내가 이해못할 말을 해서 어리둥절하게 하곤 했죠. 난 내 손자가 평범하게 살기를 바랐는데 그건 내 욕심이었죠.

 

사람은 때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이해 못할 신비를 가슴속에 간직하고 살 때가 종종 있죠. 그건 부모나 형제도 이해 못할 그 자신만의 삶인 것이죠. 정말 살면 살수록 우리네 인생은 신비로 가득 차있음을 깨닫게 된답니다. 내 딸 마리아가 평생 신비를 간직하고 살았던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인간은 신비없이는 살 수 없는가 봅니다.

 

[평화신문, 2001년 2월 4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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