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인물] 신앙과 학문의 인물, 아폴로(사도 18,24-19,29) | |||
---|---|---|---|---|
이전글 | 이전 글이 없습니다. | |||
다음글 | [동물] 성서 동물의 세계: 개미 | |||
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4-11-03 | 조회수4,955 | 추천수0 | |
[성서의 인물] 신앙과 학문의 인물, 아폴로(사도 18,24-19,29)
에페소에는 아폴로라는 유다인이 있었다. 그는 알렉산드리아 출생으로 구약성경에 능통하고 설득력 있는 웅변가였다. 그리고 학문적으로도 높은 지식을 갖춘 학자였다. 유다인들이 많이 살던 알렉산드리아는 고대 지중해 세계에서 아테네 다음가는 문화와 학문의 중심지였다.
알렉산드리아는 BC. 3백년경에 알렉산더 대왕이 건설한 대도시였다. 이곳에서 구약의 그리스어 번역본인 칠십인역 성서가 번역되기도 했다. 이 도시는 학문의 도시답게 박물관이나 도서관, 그 밖의 학문을 위한 시설들이 많이 있었다.
아폴로는 이러한 도시의 분위기에서 마음껏 학문에 정진하여 탁월한 지식을 갖출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아폴로는 공부하기를 즐겨한 수재였던 것 같다. 또한 그는 유다인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성경을 접하고 공부할 수 있었다.
그 당시에 성경은 구약성경을 의미한다. 유다인에게 성경은 책 중의 책이요. 교훈 중에 교훈이며 지식 중에 지식이었다. 그는 신앙이 깊고, 동시에 학문도 깊었던 보기 드문 귀한 청년이었다. 또한 동시에 언변도 뛰어나서 금상첨화였다.
아폴로는 학식이 풍부하고 성경에도 정통하고 또 거기에 웅변까지도 능하였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지식과 생각하는 바를 상대방에게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을 소유하고 있는 능력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아폴로는 완벽한 자질을 갖춘 사목자였다.
또한 그는 여러 경로를 통해 주님의 도리를 배워 알고 있었고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들을 비교적 정확하게 회당에서 열성을 다하여 가르치고 있었다. 아폴로는 이처럼 그리스도 안에서 장점을 많이 갖춘 이상적인 인물이었다.
아퀼라 부부가 에페소에 와서 마침 거기서 아폴로의 설교를 듣게 되었다. 아폴로가 학식이 많은 것과 성경에 정통한 것에는 호감이 갔으나 무언가 그의 설교에는 부족한 것이 있었다. 아폴로의 신앙과 설교의 내용이 요한의 세례 수준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즉 아폴로는 십자가의 복음과 성령의 세례에 대해서는 아직 아는 바가 없었던 것이다. 어느 날 아퀼라 부부는 아폴로를 집으로 초대했다.
저희는 당신의 설교를 열심히 경청하고 있습니다. 늘 많은걸 배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의 설교를 그렇게 들어주시니 고맙습니다. 그런데 한가지만 충고를 해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얼마든지 좋은 말씀을 해주십시오. 아퀼라 부부는 아폴로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구원적 의미와 성령의 세례 등에 관해 알려주었다. 아폴로는 마음으로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받아들였다. 비로소 아폴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관해 완전하게 배워 신앙에 있어 완전함을 갖추게 되었다. 이처럼 아폴로는 보기 드문 학자이지만 아퀼라 부부에게 겸손히 배우는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또한 아폴로의 결점을 보고 비난하지 않고 자세히 설명해 주려고 했던 아퀼라 부부의 미덕도 높이 살 만하다.
아폴로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성령의 세례를 체험하게 하였다.
충고를 듣는다는 건 마음이 열려있고 겸손한 마음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특히 가까운 사이에도 충고를 하고 받아들이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아폴로는 자신이 겸손하게 배우고 깨달은 바를 나중에 고린토 교회에 전도했다. 그의 고린토 교회 안에서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아폴로의 설교는 풍부한 성경의 지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많은 인기가 있었다. 아폴로는 성경을 근거로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것을 논증하며 유다인들을 격렬하게 논박했다. 아폴로를 내세워 하나의 파당을 만들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컸다. 당시의 고린토 교회에는 베드로파, 바오로파, 아폴로파, 그리스도파 등의 당파가 난립하여 서로 분쟁이 있었다. 자칫 하면 교회가 분열될 소지가 있었다. 그러나 바오로는 "나는 심었고, 아폴로는 물을 주었다"고 하여 아폴로의 활동을 치하하고 있다. 나를 반대하지 않고 내 일을 하는 자들을 인정해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결국 아폴로는 바울로의 유력한 협조자가 된 셈이었다. 어떻게 보면 독자적인 선교사였던 아폴로도 넓은 의미에서는 사도들과 연결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아폴로는 이미 바오로의 협력자인 아퀼라 부부의 지도를 받은바 있었다. 독자적으로 아폴로는 자신의 카리스마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다. 또한 독자적인 활동을 했던 아폴로를 인정하고 지지해주었던 초대교회의 넓은 사상이 부러워지는 건 왜일까.
[평화신문, 2001년 9월 2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