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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야고버와 요한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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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3 조회수5,184 추천수2

[성서의 인물] 야고버와 요한의 어머니

 

 

제베데오의 부인이며 야고버와 요한의 어머니는 아주 적극적인 인물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살로메라고 전해진다. 물론 두 아들 야고버와 요한도 사도 단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로 자리 매김 하는데는 살로메의 역할이 컸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녀는 재정적으로도 부유하여 예수의 일행이 일을 하는데 많은 물질적인 후원뿐 만 아니라 실제로 많은 일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살로메는 예수님의 사업을 전심전력으로 도왔던 여성 제자그룹의 핵심 인물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왜 그렇게 예수님을 따랐을까? 유다 사회에서 여성은 철저히 소외된 존재였다. 유다인 남자들이 하루에 세번 드리는 기도에서도 여자로 태어나지 않고 남자로 태어난 것에 감사 드리는 내용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러한 당시의 가치관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남자와 여자를 동등한 존재로 대했다. 이런 시도 자체가 여성들에게는 해방이며 구원이었다. 살로메는 이러한 예수님의 사상과 활동에 매력을 느껴 전심전력으로 도왔을 것이다.

 

야고버와 요한은 베드로와 마찬가지로 어부였으나 집에는 고용인이 있었고 대사제와도 안면이 있었으니 상당히 부유한 가정으로 추측된다. 살로메는 아들들에게 어려서부터 많은 기대를 갖고 교육시켰을것이다. 어느 날 두아들이 예수님을 만나 제자가 되었을 때부터 살로메는 큰 기대를 품고 있다가 드디어 예수님께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정도로 예수님과도 가까운 사이였음이 짐작된다. 어느 날 살로메는 예수님 앞에 무엇인가를 청할 양으로 엎드렸다. 예수께서는 그 부인에게 물었다.

 

"부인,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예수님, 원하는 게 있겠습니까? 우리 아들들을 아주 잘 가르쳐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감사는 제가 드려야지요. 여러 가지로 저를 도와주시니..."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일상적인 이야길 나누던 요한의 어머니는 드디어 어려운 이야기를 꺼냈다.

 

"한가지 청이 있습니다."

 

"뭐든지 말씀하세요."

 

"다른 게 아니고 주님께서 당신의 나라가 서면 제 두아들을 꼭 기억해주세요."

 

"......."

 

"주님의 나라가 들어서면 한 아들은 주님의 오른편에 하나는 왼편에 앉게 해 주십사 부탁 드립니다."

 

야고버와 요한의 어머니는 예수님께 자리 청탁을 한 셈이었다. 그녀는 분명히 예수님이 언젠가 큰 권력을 잡아 세상을 통치할 큰 인물로 믿고 있었던 것이다. 야고버와 요한은 내심 흐뭇한 마음으로 가만히 서있었다. 예수님은 고개를 돌려 두 형제에게 따로 말씀하셨다.

 

"너희 어머니가 청하는 것이 무엇인지나 아느냐? 내가 마시게 될 잔을 마실 수 있느냐?"

 

그러자 그들은 서슴없이 "마실 수 있습니다."라고 똑똑히 대답했다.

 

예수님은 다시 분명하게 가르치셨다.

 

"너희도 내가 마시게 될 잔을 마시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내 오른편과 왼편에 앉는 특권은 내가 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내 아버지께서 정해주신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열 제자는 두 형제를 보고 버럭 화를 냈다. 한 바탕 사도들 사이에서 큰소리가 오가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되었다.

 

"야, 너희 형제들이 뭔데 스승님의 왼편과 오른편을 차지한다는 거야? 네 어머니가 돈 좀 냈다고 너희들 마음대로 하겠다는 거야?"

 

"솔직히 너희들보다는 우리가 나이로 보나 한 일로 보나 못한 게 없는데 왜 공은 너희만 가로채려고 하는 거야?"

 

"나이 먹은 놈들이 제 엄마 앞장세워서 청탁을 하는 건 무슨 경우야. 너희들 형제 모자란 놈들 아니야?"

 

"뭐야, 터진 입이라고 말이면 다 되는 줄 아냐?"

 

삽시간에 싸움터로 변할 판이었다. 예수님이 큰소리로 꾸짖었다.

 

"그만해라. 너희는 세상의 통치자와는 다르다. 그들은 권력으로 내리누르지만 오히려 너희는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으뜸이 되고자 하면 종이 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살로메의 치맛바람이 사도단내에 평지풍파를 일으킨 셈이 되었다. 그런데 그녀는 예수님의 십자가 밑에까지 동행했던 의리의 인물이었다. 다른 사도들이 다 도망친 후에도 그녀는 예수님을 떠나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일이 생겨야 그 사람을 알아보는 법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예수님의 임종을 지키고 안식일 다음날에도 예수님 무덤을 찾았던 살로메 그녀는 제자중의 제자였다.

 

[평화신문, 2001년 9월 16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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