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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용기 있는 제자,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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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3 조회수5,172 추천수0

[성서의 인물] 용기 있는 제자,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은 산헤드린 의원 중에서도 덕망이 높은 인물이었다. 산헤드린(의회)이란 유다인의 최고기관으로 재판권까지 갖고 있었다. 산헤드린은 평민 가문의 원로들로 구성되어 백성들의 생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의회 의원이었던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은 오래 전에 운명적으로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예수님의 명성을 듣고 있던 터에 우연한 기회에 그분의 설교를 듣게 되었다. 예수님과의 첫 만남부터 요셉은 큰 매력을 느꼈다. 여태껏 그분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기쁜 소식을 선포했다. 그러나 자신의 신분 때문에 내놓고 예수님의 제자가 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요셉은 자신의 힘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열심히 물심 양면으로 예수님의 활동을 도왔다. 그렇게 음지에서 예수님을 돕는 제자들의 숫자는 이외로 많았다. 요셉의 이름은 아무리 살펴보아도 예수의 열 두 제자의 명단 속에는 없는 이름이다. 그러나 성경은 “그도 예수의 제자다”라고 분명히 표현하고 있다.

 

무릇 제자란 스승에게 가르침을 배우는 사람을 말한다. 진정한 제자는 스승의 지식뿐만 아니라 스승의 마음과 정신과 생활까지 본받아 살아야 한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세례를 받은 우리를 예수님의 제자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생활가운데 예수님의 정신과 마음이 없다면 진정한 제자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요셉은 주위의 평판이 좋은 인격자였다. 또한 그는 마음속으로 예수님이 가르침을 새기며 하느님 나라를 대망하고 있던 신심 깊은 인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요셉은 예수님의 참다운 제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예수님이 어느 날 죄인들의 손에 넘어가 불의 한 죽음을 당하시게 된다. 그 이전부터 의회에서는 예수님이 백성들을 미혹한다는 이유로 고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의회의 분위기는 예수님을 붙잡아 처형하는 분위기로 굳혀졌다. 이 대세를 거스를 수 있는 방법은 쉽게 보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요셉은 걱정이 되어 예수님께 사람을 보내어 의회의 험악한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몸조심은커녕 더 왕성하게 활동을 하셨다. 당시 의회에서는 모두 예수님을 붙잡아 처형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요셉은 반대의견을 소신 있게 발표하여 예수님을 옹호했다.

 

"예수라는 인물은 아주 위험한 자요. 하루 빨리 손을 써야 합니다."

 

"옳소!"

 

"내가 생각하기엔 그에게 잘못을 찾아볼 수 없소. 소문만 듣고 결정을 하는 건 잘못된 일이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아 잘못된 일에도 부화뇌동하기 일쑤인데 요셉은 아니었다. 그는 소신 있는 인물이었다. 대세와 전반적인 분위기를 거슬려 아니오 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 그러나 요셉의 혼자 힘으로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결국 예수님은 사형이 확정되어 참혹한 십자가형에 처해진다. 요셉은 멀리서 예수님의 죽음을 눈물을 흘리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예수님은 금요일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안식일이 되기 전 해지기전에 서둘러 매장을 해야 했다. 날이 저물고 있었다. 요셉은 여러 번 갈등을 했지만 결국 용기를 내어 빌라도를 찾아갔다.

 

"총독 각하, 예수의 시체를 매장할 수 있게 내어주시기 바랍니다."

 

"오전에 사형을 집행했는데 벌써 죽었을 리가 없을 텐데..."

 

빌라도는 백인대장을 불러 예수의 죽음을 확인한 후 시체를 내어주도록 했다. 요셉은 빌라도에게 감사를 표한 후 서둘러 사람들을 데리고 골고타 언덕으로 올라갔다. 날은 이미 땅거미가 지고있었다. 예수님의 십자가 밑에는 여인들 몇이 울면서 지키고 있었다. 요셉은 사람을 시켜 예수님의 시신을 내리게 했다. 예수님의 몸은 아무런 힘없이 밑으로 툭 내려졌다. 피로 범벅이 된 얼굴이었다. 시신이 내려지자 제일 먼저 어머니 마리아가 예수님의 시신을 끌어안고 통곡을 했다. 주위의 남아있는 여인들과 늙은 요셉도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요셉은 가지고 간 고운 베에 예수님의 시신을 싸서 바위를 파서 만든 무덤에 정중하게 모셨다. 새 무덤을 제공한 일도 고마운 일이지만 장례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그 용기와 신의가 대단하다, 유대 종교의 죄인이요 로마제국의 역적이라고 십자가에 못박아 죽인 예수를 매장하는 일은 위험한 일이었다. 어쩌면 목숨도 잃을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는 일이었다.

 

예수님께 마지막까지 신의를 지켰던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은 진정한 예수님의 제자이며,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의 증인이다. 제자들도 모두 도망가버린 마당에 마지막까지 주님의 곁에 지켰던 요셉, 이기적 욕심으로 약속과 신의를 휴지 조각처럼 버리는 세태 속에서 눈물겹도록 그리운 인물이다.

 

[평화신문, 2001년 9월 30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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