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인물] 쓸모있는 종 오네시모(오네시모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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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4-11-03 | 조회수4,792 | 추천수0 | |
[성서의 인물] 쓸모있는 종 오네시모
'유익하다'라는 뜻으로 이름 지어진 오네시모는 골로사이에 있는 필레몬의 집에서 몸 붙여 살던 노예였다. 당시의 노예들은 대부분 고대사회의 일반적인 관습에 따라 노예가 된 사람들이 많았다. 또 전쟁 포로이거나 노예 상인들이 팔아 넘겨 노예가 된 사람들도 있었다. 노예는 주인의 소유물로서 재산 목록에 들어가 있었다. 그러므로 주인은 노예를 마음대로 물건을 사고 팔듯이 매매할 수가 있었다. 주인은 심지어 노예를 사형시킬 권한까지도 가지고 있었다. 필레몬의 노예였던 오네시모는 혈기왕성한 젊은이였다.
그는 왜 자신이 노예로 태어나 노예로 죽을 수밖에 없는지 자신의 삶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노예의 신분으로 태어나서 살아온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특히 철이 들면서부터는 자신의 처지와 주변의 환경이 견딜 수 없도록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그는 하루 빨리 노예의 상황을 벗어나기 만을 고대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주변의 모든 환경을 쉽게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 인생은 더욱 무기력해졌다. 그래서 오네시모는 더욱더 세상에 반항적으로 바뀌어갔다. 언제 어떻게 자신 속에 있는 세상에 대한 증오와 미움이 폭발할지 모를 정도였다. 주인 필레몬은 부유한 사람이었는데 사도 바오로를 통해 온 가족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되었다.
필레몬은 그의 집을 교인들이 모이는 교회로 사용하도록 내어놓을 정도로 열심한 신자였다. 그리고 사도 바오로와는 친구처럼 막역한 사이가 되었다. 필레몬의 노예 생활을 하던 오네시모는 드디어 어느 날 주인으로부터 도망을 쳤다. 당시 노예들이 도망할 때는 주인의 재산을 도둑질하거나 주인의 가족들을 살해하는 일이 흔했다. 오네시모도 주인 필레몬의 재산을 도둑질하여 도망을 갔다. 도망친 노예가 행여나 붙잡히기라도 하면 죽을 것은 분명한 일이었다.
오네시모는 주인의 재산을 훔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머나먼 로마로 갔다. 로마는 당시 세상과 문화의 중심지였다. 오네시모는 로마가 자신이 새로운 출발을 하기에 적합한 장소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 우연하게도 사도 바오로는 로마의 감옥에서 죄수의 몸으로 갇혀 있었다. 그러나 사도 바오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복음을 전하고 증거했다. 죄수의 몸으로 로마에 오게 되었지만 오히려 로마에 복음을 전하는 기회로 삼고 있었다.
로마의 감옥에서도 그는 비교적 많은 부류의 사람들을 접할 수 있었다. 그때 사도 바오로와 오네시모가 로마의 감옥에서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의 종으로, 오네시모는 주인의 집을 도망친 종으로 만난 것이다. 두 사람의 만남을 섭리하신 분은 하느님이셨다. 사도 바오로는 오네시모에게도 주님의 복음을 전했다. 복음을 전한다고 해서 모두 다 믿지는 않는다. 오네시모는 사도 바오로를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예수 그리스도를 생명의 주인으로 받아들여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오네시모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진심으로 회개하여 구원을 받았다. 살아오면서 이런 날이 오리라고 꿈도 꾸지 못했던 오네시모였다. 사도 바오로는 오네시모의 사람 됨됨이와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오네시모에게 자신과 함께 주님의 복음을 선포할 것을 권고했다.
"이보오, 오네시모. 나와 함께 주님의 일을 하지 않겠소?"
오네시모는 사도 바오로의 권고를 듣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선생님, 저는 아무런 능력이 없는 일개 종에 불과한 사람입니다."
오네시모는 사도 바오로에게 자신이 주인의 집에서 손해를 끼치고 도망친 노예이며 그간의 사실을 고백했다.
"오네시모,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는 신분의 차별이 있을 수 없소. 하느님은 모든 사람이 다 구원 받기를 원하고 있소. 당신이 무익한 존재로 살았으나 그리스도의 사람이 되고 나서 유익한 존재가 되었소. 당신은 충분히 능력이 있는 사람이오. 나를 믿고 따라주겠소?"
오네시모는 신앙의 스승인 사도 바오로의 제자가 되었다. 그 후에 오네시모는 사도 바오로 곁에서 충실한 협조자로 능력을 한껏 발휘했다.
"당신의 옛날 주인 필레몬은 나의 친구요. 이제 내가 편지를 한 장 써 줄 것이니 가지고 돌아가시오. 그리고 그에게 빚진 것은 내가 대신 갚아 주겠소."
오네시모는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과거에는 어둡고 무익한 삶, 도망치고 죽어버리고 싶은 삶이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미래가 밝게 열린 무엇보다 쓸모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게 기뻤다. 마치 다시 태어나서 새로운 생을 사는 것 같았다. 당장 죽는다 해도 미련이 없을 듯했다. 하느님의 역사는 인간의 이성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모든 게 은총이요 신비라고 할 수밖에 없다.
[평화신문, 2002월 3월 17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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