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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말씀을 전하는 예언자 하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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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3 조회수3,852 추천수0

[성서의 인물] 말씀을 전하는 예언자 하가보

 

 

사도 바오로의 일행이 가이사리아의 필립보의 집에 도착했다. 사도 바오로 일행은 오랜 선교 여행으로 많이 지쳐 있는 상태였다. 사도 바오로 일행은 필립보의 집에서 오랜 만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제 며칠 후에 사도 바오로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려고 마음먹은 터였다.

 

그런데 어느날 하가보라는 한 예언자가 유다 지방에서 내려와서 필립보의 집을 찾아왔다. 그는 이전에도 안티오키아에 와서 사람들에게 큰 기근이 닥칠 것을 예언했던 유명한 인물이었다. 성령에 힘입은 하가보의 당시의 예언은 실제로 글라우디오 황제 때 그대로 이루어졌다.

 

"나는 유다 지방에서 온 하가보라는 사람이올시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인 일로 이 먼 길을 발걸음 하셨습니까?"

 

하가보는 아주 부드럽지만 어딘지 모르게 신비로운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사도 바오로의 허리띠를 가지고 자기 발과 손을 묶었다. 사람들은 하가보의 이상한 행동을 보고 모두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성령께서 나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유다인들이 예루살렘에서 이 허리띠의 임자를 이렇게 묶어 이방인들의 손에 넘겨줄 것입니다."(사도 21,11)

 

사도 바오로의 험난한 미래를 암시하는 예언이었다. 하가보로부터 이 말을 들은 신자들은 모두 놀랐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에게 매달려 울면서 사정했다.

 

"선생님, 신변이 위험하니 이대로 예루살렘에 올라가지 마십시오.”

 

그러나 사도 바오로는 정색을 하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당신들은 왜 울면서 내 마음을 괴롭힙니까? 주 예수의 이름을 위해서 나는 예루살렘에 올라가야 합니다. 그 곳에서 묶일 뿐 아니라 이 한 목숨 바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신자들이 사도 바오로를 아무리 설득을 해도 요지부동이었다. 그래서 모두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소서" 하고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예언자 하면 무엇보다 구약 시대를 떠올리게 된다. 예언자는 본래 하느님의 말씀을 위임받아 선포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초대 교회 안에는 예언적인 은사를 지니고 있는 신자들이 많았다. 신약에서의 예언자들은 성령께서 가르치는 메시지를 선포하고 예언하며 가르치는 일을 담당했다.

 

말씀을 전하는 신약 시대의 예언자는 성령으로부터 전수 받은 것을 교회에 전달하고 교훈을 확신케 하는 설교자와 교사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비록 자신이 사목하는 교회가 없어도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언제나 어디를 가든지 복음을 전하는 일에 몰두했다. 그들에게 성령께서 미래의 일들에 대한 영감을 알려주시고 예언하도록 하실 때도 있었다. 장차 있을 사도 바오로의 고난을 예언한 하가보가 바로 그런 이였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알려 준 이는 바로 성령이다. 그래서 예언자의 독특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성령과의 교류이다.

 

신약의 예언자들의 중요한 일은 무엇보다 교회를 섬기는 일이었다. 교회를 섬기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충성스럽게 이행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교회에서, 가정에서 그리고 사회 안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수행하는 것이 바로 섬김인 것이다. 하가보는 기근이 들 것과 사도 바오로가 예루살렘에서 결박될 것을 예언했다. 이 예언 역시도 성령의 계시에 충실하게 따른 것이었다. 사도들이나 예언자들이 가졌던 지식은 모두 성령의 계시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므로 믿을 만한 예언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예언의 진실성이었다. 예언의 진실 여부는 예언 성취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참 예언자와 거짓 예언자인지를 구분하는 기준도 예언의 결과와 그들의 삶의 열매로 평가되었다. 그들의 예언 활동은 공동체의 유익함을 지향하고 있다. 많은 신약의 예언자와 교사들은 당시 고통 중에 있는 교회 공동체 신자들을 항상 바르게 가르치고 위로했다. 예언자들의 가르침과 위로의 말씀이야말로 상처 난 영혼들을 치유하는 고귀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사도 바오로도 영적 은사 중에서 가장 좋은 은사를 사랑으로 제시했다. 그러므로 사랑의 실천이야말로 예언자가 수행해야 할 가장 큰 활동이었다. 따라서 예언자는 덕목을 갖추고 가르치는 것과 위로하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예언자의 중요한 활동 중에서 불신자들의 회개를 꼽을 수 있다. 불신자들은 예언 성취의 위력 앞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믿게 되었다. 오늘날에도 많은 예언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세례 받은 모든 신자들은 예언자라고 할 수 있다.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증거하는 모든 이는 진정한 예언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예언의 모든 것은 성령에게서 유래한다는 것이다. 예언의 진실성의 기준은 사도 바오로의 가르침처럼 삶의 열매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성령이 맺는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친절, 착함, 신용, 온유, 절제입니다(갈라 5,22).

 

[평화신문, 2002년 3월 24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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