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인물] 권력욕의 화신 디오드레페(디오트레페스) (3요한 1,9-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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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4-11-03 | 조회수4,092 | 추천수0 | |
[성서의 인물] 권력욕의 화신 디오드레페(3요한 1,9-10)
교회는 성령께서 함께 하시는 공동체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공동체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공동체인 교회는 많은 결점과 부족함을 지닐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직 완성되지 않고 구원을 향한 나그네 길에 있는 교회는 끊임없이 회개해야 하는 공동체이다. 그래서 초대 교회부터 지금까지 교회는 크고 작은 문제를 안고 있다. 당시 요한이 편지를 보낼 무렵에는 교회 안에는 예수님의 육화를 부인하며 신자들을 유혹하는 영지주의 이단자들이 생겨났다.
또한 어느 지역 교회에서는 원로가 써 보낸 서간을 무시하고 원로가 파견한 순회 전도사를 받아들이지 않는 등 원로의 권위에 도전하는 이가 있었다. 원로 요한은 순회 전도사들을 극진히 대접한 교회 책임자 가이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전도자들을 받아들이지 않은 디오드레페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주님의 이름을 위하여 길을 떠난 전도자들의 협력자가 되어 주기를 부탁하고 있다.
요한의 편지 안에는 특히 교회 내에 분쟁을 일으킨 디오드레페를 경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디오드레페는 가이오의 교회의 영향력 있는 인물로 권력욕과 지배욕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교회의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 정통적인 교회의 권위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신자들을 현혹해서 중상모략을 일삼았다.
"가이오나 요한 같은 이들은 교회의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단점과 비리가 많은 사람입니다. 그런 자들이 교회를 책임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수치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옳소!"
디오드레페는 일부 생각 없는 신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 부화뇌동 시켰다.
"요한이 보낸 사람들은 우리에게 해를 끼칠 것입니다. 그러니 철저히 그들을 배격합시다. 우리 교회에 발을 못 붙이게 합시다. 그리고 그런 이들과 어울리는 자들도 교회에 남아 있을 자격이 없습니다."
교회에도 자신의 권력을 누리고 다른 이들을 지배하려는 사람이 있다. 요한의 셋째 편지에 나오는 디오드레페와 같은 인물이 그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을 지배하는 강력한 욕심은 세 가지가 있는데 성욕, 물욕, 권력욕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제일 무서운 것이 권력욕이다. 왜냐하면 다른 욕심과 달리 권력욕은 경우에 따라 남을 밟거나 죽이기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력욕이 강한 사람은 남을 자유롭게 내버려두지 못하고 지배하려고 하기 때문에 조직 내 파벌이 조성되고 자율성에 장애가 된다. 권력 하면 정치인들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우리 모든 삶 속에 권력욕이 침투해 있다.
권력욕에 사로잡힌 사람은 공동체의 전체 선을 위하는 봉사 정신보다는 다른 구성원들을 지배하고 통제하면서 자신의 영광을 거두기 원하는 욕심으로 정치 행위에 몰두한다. 권력의 욕심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자신이 공동체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배의 쾌감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공동체를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한 수단으로만 취급한다.
그래서 권력지향의 사목자에게는 교회와 교인들이 자신의 지배욕과 권력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보일 뿐이다. 권력과 명예에 좌우되는 사람은 본래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에는 소홀하여 존재의 목적 자체를 상실하게 된다.
예수께서는 이 세상에 섬김을 받으러 오지 않고 섬기기 위해서 오셨다(마르 10,45). 그리고 예수께서는 마지막 만찬 때 친히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면서 봉사적인 삶의 모범을 보여주셨다.
그런데 오늘날에도 어떤 교회 안에는 여러 이유로 남의 위에 서려 하고 재물이 있다고 우쭐대거나 교회에 업적이 있다고 우두머리가 되려는 디오드레페 같은 어리석은 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디오드레페 같은 사람은 오늘도 교회를 자기가 지배하는 곳으로 착각하고 마치 독재 군주처럼 좌지우지하려 한다. 실제로 여러 구실을 붙여 사목자나 신자들을 몰아내고 교인들을 부화뇌동하여 분열을 일으키기도 한다.
디오드레페는 원로인 요한의 권위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으며, 그는 악한 말로 요한과 그 동료들을 근거 없이 헐뜯고 그것으로도 만족하지 않고 형제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뿐더러 받아들이려는 사람들까지도 방해하고 교회에서 쫓아냈다. 상대방을 형제로 사랑하며 동료로 존경하려 하기보다 적처럼 미워하며 중상 모략하는 이는 예수의 제자라고 할 수 없다.
교회에서 그리스도 대신 자기가 머리가 되려고 했던 디오드레페. 오늘날의 교회에도 가장 경계해야 하는 암적인 존재들이다. "나는 가장 작은 자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나의 존재는 그리스도만이 알아주면 됩니다"라는 소화 데레사 성녀의 말씀을 묵상해 볼 일이다.
[평화신문, 2002년 5월 12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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