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인물] 본받아야 할 모범인 데메드리오(데메트리오스) (3요한 1,11-12 참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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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4-11-03 | 조회수4,570 | 추천수0 | |
[성서의 인물] 본받아야 할 모범인 데메드리오(3요한 1,11-12 참조)
원로 요한은 그의 세번째 편지에서 "데메드리오는 모든 사람의 인정을 받고 있으며 진리 자체도 그를 인정해줍니다. 그리고 우리도 인정합니다"라고 데메드리오를 칭찬하였다. 얼마나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칭송인가? 데메드리오가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았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믿을 만한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인정은 더 신빙성이 있다. 그러나 가장 좋은 인정은 진리 자체가 인정했다는 사실이다. 진리 자체가 인정했다는 것은 하느님이 인정했다는 의미이다.
요한의 셋째 편지에 등장하는 데메드리오가 누구인지는 분명하지는 않다. 순진한 신자들을 현혹해서 주머니를 채웠던 에페소의 데메드리오(사도 19,24)가 회개한 것일까? 사도 바오로의 동료였던 데마(골로 4,14)를 데메드리오라고 불렀던 것은 아닐까? 상상을 해볼 뿐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있다. 그가 권력욕의 화신이었던 디오드레페와 대조적으로 선을 행하여 교회에서 칭찬 받은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데메드리오는 성실한 사람이었다. 성실이란 맑고 깨끗한 마음과 순수한 태도이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지 어떤 사람을 대하거나 정성과 힘을 다하여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 것이 성실이다. 무엇보다 성실한 마음이 하느님을 움직이고, 성실한 생활 태도가 이웃을 감동시키고, 성실한 정신이 물질 세계를 올바르게 다루게 한다. 그래서 성실은 이웃과 친교에서도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된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성실한 사람을 가장 좋아한다.
또한 데메드리오는 철저한 봉사의 사람이었다. 권력을 탐닉했던 디오드레페가 으뜸 되기를 좋아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데메드리오는 봉사하는 사람으로 인정되었다. 봉사란 모든 이의 종이 되신 그리스도를 본받는 신앙 행위이다. 그러므로 봉사는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인생의 위대한 이념이며, 신앙인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봉사는 항상 인내와 희생이 요구된다.
보통 사람의 행동은 신앙보다는 세계관에 의하여 지배된다. 여전히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이 믿는 것과 세계관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모순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성숙한 그리스도인은 앎으로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그리고 이웃에 대한 실천을 통해서 주님을 증거할 때 완성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봉사라고 하면 우리는 우선적으로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하여 일하는 행위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봉사의 의무는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라"(마태 22,37)라는 말씀을 따르는 신앙적인 삶이다. 그리스도인으로 산다고 하는 것은 바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생활 양식을 가지고 사는 것을 의미한다. 신앙의 삶이란 다름 아닌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이다. 그런데 우리가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에 가장 대표적인 것은 성실과 봉사인 것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이들은 세상과 이웃에 봉사하기 위함임을 깨닫고 적극적인 자세를 지녀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에게 "나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마태 20,28)고 말씀하신 대로 최후의 만찬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당신 자신을 먹고 마시도록 내어주실 정도로 우리들을 위하여 봉사해 주셨다는 것이다(마태 26,26-29).
'살아있는 성인'으로 불렸던 마더 데레사 수녀가 처음 인도에 와서 '임종의 집'을 열게 된 계기가 있다 쥐들에게 몸을 파 먹힌 어떤 사람을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기려 했으나 병원이 받아주지 않았다. 이런 사건을 접하고 비어 있는 힌두교 숙소를 넘겨받아 문을 연 것이 '임종의 집'의 시작이 되었다.
마더 데레사 수녀는 '쥐에게 몸을 파 먹힌 사람'을 보았을 때 그를 도우려는 생각과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웃에 사는 보통 사람이 아니라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 속에서 데레사 수녀는 그리스도를 발견하였다. 마더 데레사 수녀의 사랑은 힌두교나 회교도나 불교의 지도자들로부터도 존경을 받았다. 그것은 예수님의 말씀 중에서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을 가장 충실히, 그리고 가장 철저하게 몸으로 실천하셨기 때문이다.
세상 봉사하는 삶이야말로 사람들에게 살아있는 그리스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길이다. 모든 이와 하느님에게 칭찬을 받고 사람들에게도 인정을 받았던 데메드리오. 교회와 신자들에 대한 매력이 감소되고 있는 오늘날에 데메드리오 같은 인물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평화신문, 2002년 5월 26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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