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인물] 예수님의 가족과 친척들(마르 3,31-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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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4-11-03 | 조회수5,454 | 추천수0 | |
[성서의 인물] 예수님의 가족과 친척들(마르 3,31-35)
예수님은 고향을 떠나 제자들과 함께 이곳 저곳 타향을 돌아다니며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전파하셨다. 예수님이 가시는 곳마다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예수님과 제자들은 심신이 매우 지쳐갔다. 그래도 예수님은 열성적으로 사람들을 가르치시고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시면서 병자들과 마귀 들린 자들을 고쳐 주셨다. 한마디로 예수님의 여정은 끝이 없는 고달픔의 연속이었다.
때로는 예수님과 제자들은 모여드는 군중 탓에 식사할 시간도, 잠잘 시간도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예수님의 활동은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에 의해 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심지어 예루살렘에서 내려온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이 베엘제불에 사로잡혀 있다고 공격했다.
"예수는 마귀 들린 사람이오! 마귀 두목인 베엘제불의 힘을 빌어 마귀 들린 사람을 쫓아내고 있소."
이 소문을 듣고 예수님의 가족과 친척들은 난리가 났다.
"아니 우리 예수가 마귀에 들렸다니, 어쩌면 좋아."
예수님의 가족들은 고심 끝에 예수님을 그대로 방치해둘 수 없다고 생각하고 예수님을 붙들러 왔다. 그때 예수님은 사람들 가운데서 복음을 전하고 계셨다. 예수님의 가족들은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사람을 통해 가족들이 왔다는 전갈을 알렸다.
"선생님, 어머니와 가족들이 밖에 와서 뵙기를 청합니다."
부모와 자식, 가족의 관계는 인위적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고 피로 맺어진 관계인 혈연이므로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이다. 예수님도 공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자렛에서 가난하지만 한 행복한 가정에서 생활하셨다. 그 집에서 예수님은 아버지를 도와 목수 일을 하셨다. 예수님의 공생활에는 가정생활의 경험이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예수님은 어머니와 가족들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으로 몹시 기뻤을 것이다.
사람이 힘들고 어려울 때 가족처럼 의지와 힘이 되는 존재는 없다. 그런데 어머니와 가족들은 예수님이 걱정이 되어 다짜고짜 큰소리로 다그쳤다.
"얘야, 집으로 어서 돌아가자. 네가 미쳤다는 소문이 자자하단다."
온 가족은 예수님을 억지로라도 집에 데리고 가서 요양시키려고 했다. 예수님은 가족들의 마음을 알아채시고 아주 냉정하게 말씀하셨다.
"누가 내 형제요, 어머니입니까?"
예수님의 어머니와 가족들은 단호한 예수님의 말에 멈칫했다. 그분의 눈은 확신에 가득 차 번뜩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은 여태까지 볼 수 없었던 것이라 가족들은 모두 당황했다. 아무리 가족들이 설득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예수님의 친척들 중에는 "정말, 미쳤다는 말이 사실이구나…"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예수님은 매정하게 한마디 더 덧붙이셨다.
"누구든지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다."
매몰찬 아들 예수의 말에 어머니 마리아는 돌아서서 눈시울을 닦았다. 인간적으로 보면 예수의 어머니만큼 아들 때문에 눈물을 많이 흘린 여인도 흔치 않을 것이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한을 다 가졌던 여인이 바로 마리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머니 마리아와 가족들은 아무 소득도 없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보며 예수님의 마음도 인간적으로 쓰리고 아팠을 것이다. 버려진다는 것. 더구나 가족들로부터 버림을 받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아픔인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배척을 받는 것보다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배척 받는 것이 더 큰 상처가 된다. 그런데 가족끼리는 선입견 때문에 오히려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다. 사물도 너무 가까이서 보면 실제로 잘 보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예수님도 가족들에게 이해 받지 못하고 철저히 배척 받는 아픔을 겪으셨다. 가족은 지도자들의 삶에 있어서 때로는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될 때도 있다.
정치, 사회, 종교의 지도자들에게 특히 가족의 역할은 가끔 자신의 활동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질 때가 있다. 예수님은 제자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자기 가족과 자신까지 미워하라고 하셨다. 그것은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일보다 자기 목숨이나 가족을 사랑하면, 하느님의 뜻을 따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데 방해가 된다면 어느 것이든지 미워하지 않으면 안된다. 어쩌면 가족이나 자기 자신은 하느님을 따르는 데 있어 넘어야 될 마지막 걸림돌인지도 모른다.
[평화신문, 2002년 8월 25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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