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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우리에게 성서의 인물을 전해준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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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3 조회수4,135 추천수0

[성서의 인물] 우리에게 성서의 인물을 전해준 이들

 

 

1947년 5월의 어느 봄 날. 베드윈 족의 한 소년이 염소 떼를 돌보다가 염소 한 마리를 잃어버렸다. 그래서 염소를 찾기 위해 사해 서쪽 해안의 절벽 지대의 한 동굴 속에 돌멩이를 던졌다.

 

쨍그랑!

 

소년은 염소 소리가 아닌 항아리가 깨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소년은 친구를 불러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입구는 좁았지만 굴은 들어갈수록 넓어졌다.

 

그곳에는 깨진 질그릇 조각들 사이로 항아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두 소년이 항아리 뚜껑을 열어 보니 얇은 양가죽을 꿰매서 이은 두루마리가 들어 있었다. 그 두루마리들에는 뭔지 모를 글자들이 깨알처럼 적혀 있었다.

 

두 소년은 그것들을 꺼내 들고 동굴을 나왔다. 그리고 두 소년은 아주 싼값에 골동품 상인들에게 두루마리를 팔았다.

 

그런데 이 두루마리에는 에스더서를 제외한 모든 구약 사본이 담겨 있었다. 당시에 사용하고 있던 마소라 사본보다도 1,000년이나 앞선 문서가 쿰란 동굴에서 발견된 것이었다.

 

또 원문으로 된 위경과 외경도 포함되어 있는 쿰란 동굴은 그야말로 성서 문서의 박물관이었다.

 

땅속에서 발굴된 도시는 두 겹으로 된 성벽으로 된 유다교의 한 종파인 엣세네파의 수도원이었던 것이다. 수도원은 원래 성벽으로 둘러 싸여 있었다.

 

수도자들은 높은 지점의 계곡에 댐을 건설하여 겨울철의 우기에 흘러내려오는 빗물을 수도원의 물탱크에 저장했다. 안식일이 되면 근처의 수많은 동굴 속에서 기거하던 엣세네파 수도자들이 이곳으로 내려와 물로 씻는 정결 예식을 거행했다.

 

이곳에서는 공동의 식사를 위한 대형 식당과 주방, 성서를 베끼는 필사실 등이 있었다. 곡식 저장고와 방앗간 등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엣세네파 수도자들의 가장 중요한 일상 업무는 성서 연구와 성서 필사였다.

 

그들은 일일이 손으로 성서를 베껴 썼다. 엣세네파 수도자들은 B.C 2세기 경부터 자신들의 신앙공동체를 이루어 오다 A.D 70년경 로마군의 예루살렘 진격이 임박하자 모든 두루마리 필사성경을 동굴에 감추고 흩어졌다.

 

그들이 필사해 놓은 두루마리 성경 사본이 2000년이 흐른 후 고스란히 다시 발견된 이야기는 너무나 극적이라 기적이라 할 수밖에 없다.

 

중세의 수도회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도 바로 성서 필사였다. 수도자들은 몇 년씩 걸려서 성서를 손으로 일일이 썼다. 그들은 성서를 필사본으로 만들어 후세에 전해주었다.

 

수도자들이 성서를 손으로 쓰는 것은 무척 고된 작업이었다. 그러나 수도자들은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평생을 성서 필사에 그들의 혼을 불살랐다.

 

오늘날 우리가 쉽게 읽을 수 있는 성서 말씀은 사실 많은 수도자들의 엄청난 희생과 노고의 대가로 전해진 것이다. 우리가 성서에서 만나는 성서의 인물들, 그리고 말씀 하나 하나에 신비와 기적이 숨쉬고 있는 것이다.

 

생명의 말씀을 우리에게 전해준 이름 모를 많은 수도자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 드린다.

 

[평화신문, 2002년 9월 15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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