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문화] 유다인의 겉옷과 허리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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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4-11-07 | 조회수5,576 | 추천수2 | |
[성서의 풍속] 유다인의 겉옷과 허리띠
예수님은 산상설교에서 보복하지 말라고 가르치시면서 겉옷에 대해 언급한다.
"누가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마저 돌려대고 또 재판을 걸어 속옷을 가지려고 하거든 겉옷까지도 내 주어라."(마태 5, 40 참조)
예수님의 이 설교를 들은 당시의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수군거렸을 것이 분명하다. "아니! 속옷을 달라고 하는데 다른 것도 아니고 겉옷을 주라니…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겉옷의 의미는 특별하다. 여기에서 말하는 겉옷이란 당시 사람들이 입었던 외투를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유다인들은 속옷과 겉옷을 입고 허리띠를 띠고 샌들을 신었다. 팔레스티나 지역은 대체로 일교차가 무척 심하다. 낮에는 기온이 상당히 높이 올라가서 한 여름에는 40도를 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습기는 많지 않아 그늘에 들어가면 금새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기후이다.
그러나 밤이나 겨울이 되면 기온이 급속도로 떨어지기 때문에 두툼한 옷을 입고 모닥불을 피워도 한기가 느껴질 정도이다. 기후가 이렇다 보니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겉옷인 외투가 필수였고, 겨울이 되면 옷을 여러 벌 겹쳐 입기도 했다.
대개의 이스라엘 사람들의 겉옷은 정사각형이나 직사각형의 긴 띠처럼 생긴 옷감으로 폭이 2-3m정도의 외투였다. 가난한 사람들은 염소 털로 조악하게 짜서 만든 겉옷을 입었다. 가난한 이들은 이 겉옷을 잠잘 때 이불로도 사용했다. 그래서 율법에 따르면 겉옷을 담보로 잡아도 해질 때까지는 반드시 돌려주어야 했다.(출애 22, 26-27 참조)
이스라엘 사람들은 여행하는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의복은 주변 여러 나라들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았다. 이스라엘 남성들의 복장은 대대로 거의 대부분 그대로 유지되었다. 내복은 가벼운 옷감으로 만들고 겉옷은 무겁고 따뜻한 옷감으로 만들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외출복은 확연히 구별되었다. 부자들은 훨씬 더 좋은 옷감으로 만든 옷을 입었기 때문이다.
당시 유다인들은 성전에 들어갈 때 외투를 입고 예를 갖추었으며, 돈이 있는 사람은 외투의 끝을 화려하게 장식하거나 여러 벌을 마련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거리로 삼기도 했다. 겉에 입는 외투는 워낙 비싸다 보니 사정이 어려운 이들은 한 벌을 가지고 가족 전체가 돌려 입거나 담보로 잡힌 채 돈을 빌리기도 했다. 이처럼 근동지역에서는 여러 벌의 겉옷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부유한 사람의 척도가 되었다. 따라서 겉옷이 많은 사람은 부자이고 능력이 많은 사람임을 나타내주며, 겉옷이 적은 사람은 가난한 사람임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었다.
또한 유다인 남자들은 이 겉옷의 가장자리를 자줏빛 끈으로 장식했다(민수기 15,38 참조). 유다인들은 옷 술을 만들어 그것을 볼 때마다 하느님의 명령을 기억하고 그대로 지키도록 자신을 일깨웠던 것이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그들의 옷 술을 크게 하여 사람들에게 자기들이 주의 계명을 충실하게 지키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려 했다.
그리고 겉옷에는 항상 허리띠를 매야 했다. 허리띠를 사용함으로써 풍채와 외모가 좋아 보이도록 하고 길어서 흘러내리기 잘하는 긴 외투가 일상 활동이나 일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했다. 허리띠는 가죽이나 천으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허리띠의 길이가 부의 수준을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지금의 우리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부자들은 2층 건물 높이에 해당하는 긴 허리띠를 매고 다니며 자랑을 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허리띠에 구멍을 내서 돈이나 귀중품을 넣고 다니기도 했다. 또 전쟁에 나갈 때는 허리띠를 이용해서 무기나 도구를 허리에 차거나 전투 시에는 자신을 보호할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성서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말은 '대비하다' 혹은 '정신을 바짝 차리다'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반대로 허리띠를 푸는 것은 게으름을 피우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을 의미했다.
당시 사람들이 당황했을 예수님의 말씀, 즉 "누가 소송을 제기해서 속옷을 가지려고 하거든 겉옷마저 내어 주라!"는 주님의 참된 교훈은 복수는 복수를 낳기 때문에 진정한 해결책이 되지 못함을 깨우쳐주신 것이다. 복수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유일한 방법은 무저항을 넘어서는 적극적 용서와 사랑이라는 것이다.
물론 악한 자에게 대항하지 않고 모든 것을 내어주라는 가르침에는 불행한 자를 굽어보시는 하느님의 절대적인 신뢰가 그 배경이 된다. 그래서 주님의 말씀은 결코 패배자가 되라는 말이 아니라 완전한 인생의 진정한 승리를 이루는 해결책을 보여주신 것이다.
[평화신문, 2002년 12월 1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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