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문화] 유다인 가정의 자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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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4-11-07 | 조회수4,763 | 추천수2 | |
[성서의 풍속] 유다인 가정의 자녀
"자녀 교육은 어머니의 무릎 아래서 시작한다"라는 유다인 격언이 있다. 유다인 어머니들은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끊임없이 가르친다. 물론 가르침의 골자는 유다인 삶의 중심인 율법이라 할 수 있다. 유다인 율법은 전체가 613조로 구성돼 있다.
율법은 248개의 "…하라"는 가르침과 365개의 "…하지 마라"라는 가르침으로 나눌 수 있다. 교육의 목적은 자녀가 성장하기 전에 어머니의 가르침이 자녀들의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정은 최초의 교육의 장이 되며, 부모는 최초의 교사가 된다.
이 최초의 교육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녀들이 가정 밖에서 받게 되는 그 어떤 교육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처럼 유다인들의 교육은 기본적으로 가정에서 부모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사실 부모만한 자녀 교육자는 없다. 대부분의 유다인 가정 어린이들은 어머니한테서 교육을 받았다. 그래서 부인이 자기의 임무를 얼마만큼 잘 수행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그 집안이 잘 되느냐 안 되느냐가 결정된다.
아내가 자기에게 부과된 임무를 열심히 수행하면 남편에게 큰 유익을 끼친다. 그래서 유다인들은 남자가 이스라엘의 지도자의 자리에 서려면 아내가 현명하고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잠언 31,23 참조).
유다인 사회에서는 부모가 늙으면 아들이 부모를 부양해야 했다. 그래서 부모들은 가능하면 여러 명의 아들을 갖기 원했다. 특히 큰아들은 집안에서 아주 특별한 영광을 누리게 되어 있었다. 큰아들은 가정에서 가장 다음의 두 번째 인물로 여겨졌다.
그런데 딸들은 아들들에 비해 높이 평가 받지 못했다. 심지어 어떤 아버지들은 실제로 딸들을 성가시고 귀찮은 존재로 보았다. 그러나 당시 주변의 다른 문화권에 비교하면 양호한 편이다. 실제로 로마인들은 갓 태어난 여자아이들을 자연 속에 방치해서 죽기를 기다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유다인들은 모든 생명은 남녀의 성별과 관계없이 하느님한테서 온 것이라고 믿었다. 만약 한 가정에 아들이 없으면 딸들이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 받을 수 있었다(민수 27,5-8). 딸들에게는 집안에서의 생활만이 요구됐다.
가정 안에서 딸들은 아들보다 낮은 위치에 있었다. 딸들은 집안의 모든 어려운 일을 도맡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 형제들과 동등한 권리를 갖지 못했다. 유산 상속에서 아들들과 그의 후손들에 의해 뒷전으로 밀렸다.
딸은 12.5세가 되어야 비로소 아버지의 통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혼인하지 않은 12.5세 이하의 딸들은 아버지의 절대적인 권한 아래에 있었다. 딸들의 노동에 의한 수입은 아버지 소유로 들어갔다, 성인이 될 때까지 자신에 대한 자율적 결정권도 지니지 못하였다. 아버지는 모든 법률 문제에 있어서 딸의 대리자 역할을 담당했다.
딸은 집에서 어머니를 돕도록 돼 있었다. 어린 시절에 딸은 좋은 아내와 좋은 어머니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여러 가지 집안 기술들을 배우기 시작했다. 근동 어느 지역의 풍습은 딸이 집을 떠나는 것을 가족들이 허락하지 않았다. 여러 사람 앞에 나타날 때에는 얼굴을 베일로 가려야 했으며, 남자에게 말을 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다. 그러나 유다인들은 딸에게 그런 제약을 가하지는 않았다.
딸들은 일찍 결혼하는 일이 많았다. 일찍 결혼하더라도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결혼을 통해 딸들은 아버지의 지배로부터 벗어나지만 남편과 남편 가족의 지배 하에 새롭게 들어가게 됐다. 따라서 친정 어머니가 담당해 오던 교육과 훈련을 시어머니가 떠맡았다.
성서 시대에는 자식이 없다는 것은 결혼 생활을 파괴하는 주범 중의 하나였다. 어느 가정에 자녀가 없다는 것은 하느님한테서 벌을 받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또한 자녀가 부모를 공경치 않는 것은 대단한 죄였다. 모세는 자기 부모를 때리거나 업신여긴 자는 반드시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했다(출애 21, 15-17 참조).
부모와 자녀들이 화합과 순수한 사랑 안에서 함께 사는 가정은 모든 사람들을 기쁘게 한다. 부부 사랑의 열매는 곧 자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자녀들은 가정에 내린 하느님의 가장 큰 은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자녀를 올바르게 교육시키고 믿음의 자녀로 성장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유다인 가정의 삶은 부모와 자녀간의 교육 현장이었다. 삶 자체가 곧 교육인 셈이었다. 오늘날 진정한 자녀 교육이 무엇인가를 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대목이 아닐까.
[평화신문, 2003년 1월 12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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