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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희생과 속죄의 동물, 양과 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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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7 조회수4,308 추천수0

[성서의 풍속] 희생과 속죄의 동물, 양과 염소

 

 

올해 2003년은 간지로 계미년(癸未年), 양(未)띠 해다. 양은 흔히 순박하고 온순한 동물로 불린다. 그래서 양띠 사람도 온화, 온순하다고 여긴다. 과거에 우리나라에서는 양띠 해에 며느리가 딸을 낳아도 구박하지 않았다.

 

양의 긍정적 이미지는 서양에서도 비슷하다. 무엇보다 양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제사의 희생물로 애용되었다. 그러나 다른 동물에 비해 양은 우리나라 문화와는 친근성이 덜하다. 아무래도 양은 농경민보다는 유목민과 가까운 동물이기 때문이다. 양은 약으로도 애용되었다. 한의학에서 양은 양(陽)을 돋우는 보신 보양 동물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우리의 대표적 식육(食肉)이 쇠고기인데 반해 고려말 양고기를 으뜸으로 삼는 몽고족이 들어옴으로써 양요리 또한 덩달아 수입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근동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목자와 양떼가 있는 광경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양떼와 함께 염소들도 있기 마련이다. 양은 아주 독특한 성격을 지닌 동물이라 더운 여름날에도 서로 살을 맞대고 붙어 있기를 좋아해 그냥 놔두면 상처를 입을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염소는 양떼 사이를 헤집고 다녀 양들을 떼어놓는 역할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염소는 양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중요한 재산 중 하나는 무엇보다도 양과 염소였다. 이스라엘인들은 염소와 양을 낮에는 언덕에 방목하여 풀을 뜯게 하고 밤에는 우리에 가두었다. 특히 어린양의 고기는 이스라엘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방인들도 즐겨 먹었다. 자기가 먹는 것을 하느님께 제물로 바치려는 것이 이스라엘인들의 심정이었다.

 

그런데 소나 양이나 염소도 태어난 후 7일 동안은 반드시 어미와 함께 있게 했다. 그리고 어미와 새끼를 함께 같은 날에 죽이는 것도 금지했다(레위 22,28). 그것은 너무나 애처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옛날 유목민들에게 이런 제도가 있었다는 것은 대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양은 고기와 젖을 사람에게 제공할 뿐만 아니라 털을 옷감 재료로 제공하여 겨울을 따스하게 보내게 한다. 목축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명주나 면직물이 없어 거의 모직물만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다. 밤에 잘 때 덮는 담요와 같은 것도 모직이었다. 그리고 숫양의 뿔은 액체를 넣는 그릇으로 사용되었다. 성서에 등장하는 나팔은 아마도 뿔 나팔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양과 염소는 고기는 식용으로, 털과 가죽도 의복으로 사용되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동물이었다.

 

성서에서도 무려 500회 이상이나 양이 반복적으로 인용되고 있다. 구약성서에 보면 이스라엘 민족은 양떼와 염소로, 하느님은 목자로 자주 비유되었다. 이스라엘에서는 어린양과 염소는 악의가 없고 인내심이 강하기 때문에 경건한 사람을 나타내는 상징이 되었다.

 

염소는 풍요, 또는 생식력의 상징으로 간주되어 어린양과 함께 고대 근동 지역과 지중해 연안에서 제사 때 제물로 바치는 희생물이었다. 팔레스타인 평야에 있는 아랍인 집에 손님이 찾아가면 주인은 지금도 옛날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손님 대접은 염소 새끼 요리로 한다.

 

이때 기다리지 않고 그 집에서 떠나면 큰 실례가 된다고 한다. 염소 새끼의 고기는 잡아서 곧 요리하면 새끼 양의 고기와 맛이 비슷하여 잘 분간할 수 없다. 양은 털을 깎아야 하므로 새끼를 함부로 잡지 않는다. 제사 때나 그 밖의 특별한 경우라야 잡는다. 염소 가죽은 물과 젖, 포도주 등을 넣는 주머니로 만들어 사용한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에서 어린양은 가장 흔한 희생의 제물이었다. 제단에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희생의 어린양이 한 마리씩 바쳐졌다(출애 29, 38-39). 아람어에서 '종'과 '어린 양'을 의미하는 말이 같은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닐 것이다.

 

아브라함과 이사악의 사건에서도 아브라함은 수풀에 뿔이 걸린 숫양을 가져다가 아들을 대신하여 번제물로 하느님께 바쳤다. 그리고 이집트에서 처음 난 모든 것을 치는 패망의 밤을 앞둔 저녁, 유월절의 어린양도 대속물이었다(출 12,1-14).

 

야훼는 집 문설주에 칠해진 어린양의 피를 보고 이스라엘 사람들 집에는 재앙을 내리지 않고 그대로 지나갔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린양의 피는 하느님의 재앙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속죄 수단인 동시에 유월절 만찬에 둘러앉은 신앙심 깊은 사람들의 표시이기도 하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오는 것을 보고는 "이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 저기 오신다"(요한 1,29)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스라엘 백성에게 양은 희생과 속죄라는 신앙적 의미를 지닌 친근한 동물이었다.

 

올해는 양띠 해이니 우리 신앙인들도 온순하고 희생적인 양의 삶을 생활 속에서 더 많이 닮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평화신문, 2003년 2월 23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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