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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약속의 땅 가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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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7 조회수4,497 추천수0

[성서의 풍속] 약속의 땅 가나안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인류가 보존해야 할 유구한 문화유산이 마구 파괴, 도난 당해서 세계인의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또한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수메르 문명에 관한 관심이 더 많아지고 있다.

 

수메르 문명은 현재까지 기록으로 남겨진 인류 최초의 문명이다.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고대 수메르인들의 존재에 관해서 아무도 알지 못했다 지난 150년간 이뤄진 쐐기문자의 발견과 학자들의 판독을 통해 비로소 그 실체가 알려지게 되었다.

 

특히 수메르 문명이 성서학자들에게 안겨준 충격은 대단한 것이었다. 진흙으로 인간을 빚어 만들어낸 창조 이야기, 에덴설화, 노아의 홍수 이야기, 바벨탑 사건, 수메르의 욥기, 그리고 수메르 아가서 등 성서의 수많은 내용들이 수메르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성서의 기록에 의하면 이스라엘의 성조인 아브라함은 수메르의 중요한 도시였던 우르를 떠나 긴 여행을 거쳐 가나안 땅으로 나아갔다. 본래 우르 사람이었던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명령을 따라 우르를 떠났다. 따라서 그는 가나안 땅에 외국인으로 들어가 살았던 것이다.

 

구약성서에 따르면 하느님은 아브라함에게 이집트 강에서 유프라테스 강에 이르는 가나안 땅을 아브라함의 자손에게 준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의 땅 가나안이 오늘의 팔레스타인 지역이다(창세기 15, 18 참조).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을 차지하기 이전에 그곳에는 이미 많은 민족들이 살고 있었다.

 

신명기에서는 '헷족, 기르가스족, 아모리족, 가나안족, 브리즈족, 히위족, 여부스족'(신명 7,1) 등 일곱 민족이라고도 하고, 출애굽기에서는 기르가스족을 뺀 여섯 민족(출애 34,11) 또는 기르가스족과 브리즈족을 뺀 다섯 민족(출애 13,5)이라고도 한다. 물론 성서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분명히 가나안 땅에는 많은 민족들이 살고 있었다.

 

그래서 가나안 사람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팔레스티나에 거주하는 비유다인을 지칭했다. 이스라엘 민족은 이집트에서 약 400년 동안 노예생활을 했다. 그러나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이스라엘 민족은 이집트의 종살이로부터 해방된다.

 

그리고 고난의 광야생활 40년을 거쳐서 요르단강을 건너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스라엘 민족이 소망의 땅에 천신만고 끝에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가나안은 이미 다른 민족들이 살고 있는 남의 땅이었다. 땅 덩어리는 하나인데 그곳의 주인은 여럿이었다.

 

실제로 가나안 땅은 야훼께서 약속하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출애 13,5)이라 할 만큼 비옥한 초생달 지대에 위치하고 있었다. 또한 이 땅은 4대문명의 발상지 중 두 곳, 나일강 문명과 티그리스, 유프라테스강 문명을 잇는 길목이었다. 그래서 이 지역은 크고 작은 싸움이 끊이질 않았다. 그때마다 땅의 경계와 주인이 바뀌었다.

 

가나안 사람들이 믿고 있는 종교는 다신교였다. 하늘, 땅, 폭풍 등의 자연현상을 신격화한 존재들을 신으로 믿었다. 이들의 종교관념은 이스라엘에 한편으로는 긍정적으로, 다른 편으로는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기원전(B.C.) 11세기에는 이집트 세력이 가나안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었고 이스라엘 민족이 들어와 지배하였다. 고대 셈족에는 카리스마적 형태와 정치적 형태라는 두 지배체제가 있었는데, 전자는 신적이고 영적인 힘을 받은 권위자로서 민중을 지도하고 지배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약성서의 판관이 이러한 유형에 속한다.

 

고대 수메르 문명의 중심도시 '우르'에 살고 있던 아브라함 가족이 그곳을 떠나 문화적으로 낙후되고 지형적으로 척박한 땅 가나안으로 이주하는 것으로 이스라엘 역사는 막이 오른다. 인간적 측면에서 보면 메마른 가나안 땅에서 비옥한 문명도시 '우르'로 이주하는 것이 오히려 합당하게 생각된다.

 

그러나 성경의 역사는 정반대이다. 인간의 생각과 판단을 초월하는 방법으로 아브라함을 통한 하느님의 구원 역사는 시작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가나안은 하느님의 역사가 개입된 땅이라고 할 수 있다.

 

[평화신문, 2003년 5월 25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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