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문화] 분쟁의 땅, 팔레스티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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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4-11-07 | 조회수3,992 | 추천수0 | |
[성서의 풍속] 분쟁의 땅, 팔레스티나
오늘날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지역 중 하나는 분명히 팔레스티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총성이 울리고 자살테러의 위험이 있고 전쟁이 일상이 되어버린 곳이다. 팔레스티나는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한 지중해의 동해안 일대를 가리키는 지역명으로, 블레셋 사람들(Philiscines)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한때 이스라엘 정부와 팔레스티나 해방기구(PLO) 사이에 평화협정이 체결되었으나 여전히 평화와는 거리가 먼 지역이다. 오랫동안 분쟁지역으로 대중매체에 자주 언급되던 가자지구는 B.C. 12세기경 블레셋인들이 자리잡았던 다섯 도시 중 하나이다. 지리적으로도 팔레스티나는 3대륙의 교차점을 이루고, 옛날부터 제국간의 완충지역이었다. 몇천년이라는 오랜 세월에 걸쳐 강대한 민족들의 세계 정복자 군대가 이곳을 지나갔다.
B.C. 2000년대 후반에 지중해 연안과 유럽 남동부 지역에서 대대적 민족 이동이 있었다. 이때 지금의 가나안 지역에 들어온 블레셋 사람들은 본래 '바다 백성들'(Sea Peoples)로 불리웠다. 블레셋 사람들은 에게해 동부 지역을 비롯하여 소아시아, 시리아, 이집트에까지 침략의 손길을 뻗었다. 그러다 이집트의 람세스 3세에 의해 격퇴된 후 일부는 다시 바다를 건너가 크레타, 시칠리아, 사르디니아로 향했다. 그 중 일부는 가나안 해안지방에 정착하여 다섯 도시국가로 이루어진 블레셋을 세우고 오늘날까지 블레셋 사람의 땅이라는 뜻을 가진 '팔레스타인'이라는 지명을 남기게 되었다.
블레셋 민족은 B.C. 1188년에 이집트를 침공했다. 이 내용은 이집트의 람세스 신전의 명문과 부조로 남아 있다. 지금의 팔레스티나 지역에 블레셋 사람들은 아주 적은 수만이 살고 있다. 이후 블레셋 민족은 B.C. 11~12세기에 영토 팽창 정책을 펼쳤다. 바다에서는 가나안의 시돈, 띠로, 비블로스와 해상 무역의 주도권을 다투었고, 내륙에서는 이스라엘 민족과 크고 작은 싸움을 끊임없이 벌였다.
블레셋 사람들이 이스라엘을 지배하던 때(판관 14,4)에 삼손이 등장해 눈부신 활약상을 보이기도 했다(판관 13-16장). 그러나 잇따른 패전으로 이스라엘 신앙의 중심이었던 야훼의 계약궤를 빼앗기도 하였다(1사무 4,1-11).
블레셋 사람들은 가나안 지역 남쪽에 자리잡고서 해안 도시를 세우고 도시국가 연맹을 조직하였다. 이 바다 사람들의 막강한 군사력은 그들이 누리고 있던 철기문화로부터 나왔다.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은 청동기 문화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블레셋 민족은 다윗 왕 때 이르러서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패하게 되었다. 그들은 더 이상 이스라엘에 위협을 주는 세력이 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솔로몬은 이집트와 정략결혼을 함으로써 두 나라 사이에 끼인 블레셋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블레셋 민족은 아시리아에 이어 이집트,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그리스의 지배를 받다가 결국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블레셋인들의 땅이라는 뜻의 팔레스티나(Palestina)란 이름은 오늘날까지 전해져 내려온다. 로마인들이 유다 독립전쟁(A.D 132-135)에 승리한 후 일부러 유다인들과 적대관계에 있었던 블레셋의 이름을 따 가나안 땅에 붙여 주었기 때문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팔레스티나는 영국의 위임 통치령이 되었다. 그런데 세계대전 기간 중 팔레스타인 처리 문제를 두고 영국이 모순된 선언을 발표함으로써 팔레스타인을 둘러싸고 아랍, 유다인 사이에 심한 대립을 빚게 되었다. 결국 유다인들은 시오니즘을 바탕으로 삼아 유다인의 팔레스타인 이주와 국가수립을 위한 준비를 추진했다. 결국 유다인들은 미국의 지원 아래 1948년에 이스라엘을 다시 건국하게 되었다.
이스라엘인들은 팔레스티나를 하느님이 계시한 구원과 약속의 땅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본래 이곳에 살던 민족들에게 팔레스티나는 포기할 수 없는 삶의 터전이다. 그래서 팔레스티나는 늘 갈등과 전쟁이 멈추지 않는 분쟁의 땅이 되었다. 하느님께서 팔레스티나에서 진정 원하는 것은 모두 다 함께 공존하는 평화가 아닐까?
[평화신문, 2003년 6월 1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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