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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이스라엘의 기원과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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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7 조회수4,474 추천수0

[성서의 풍속] 이스라엘의 기원과 의미

 

 

- '예루살렘의 전경' 이스라엘. 자료제공=정웅모 신부(서울대교구 성미술 감독).

 

 

그리스도교 신자라면 누구나 일생에 한번쯤 이스라엘 성지순례 가길 원한다. 이스라엘 곳곳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의 흔적을 되돌아보는 것은 대단히 감격적인 일이다.

 

육로로 이스라엘 국경을 통과하면 인접한 이웃 나라와 전혀 다른 분위기를 접하게 된다. 마치 미국이나 유럽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늘 지속되는 분쟁과 테러의 위험에도 사람들은 놀라울 정도로 평온하고 침착하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러한 삶이 일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은 아닐까?

 

이스라엘을 방문하면 먼저 이스라엘의 좁은 면적, 여름에 비 한방울 내리지 않는 기후, 돌 투성이의 척박한 땅에 놀라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정학적 위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스라엘은 일찍부터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유역의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나일강을 중심으로 한 이집트 문명 사이에서 두 문명을 연결해 주는 교두보 역할을 해 왔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유럽을 연결해 주는 이스라엘의 지리적 조건은 때로는 무역 통로로, 때로는 전쟁 길목으로 이용되면서 강대국들의 침략 대상이 되었다.

 

고대 동방의 국제도로가 교차되는 곳에 자리잡은 이스라엘은 토산물을 낙타에 가득 실은 상인들이 정기적으로 왕래하여 무역과 상업이 발달했으며 무역상들에게 안전한 길을 제공함으로써 도로변 도시들은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고대의 앗시리아, 바빌론 제국이 이집트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을 거쳐야만 했다. 마찬가지로 이집트가 북진정책으로 진군하려면 무장한 군대가 이스라엘을 통과해야만 했다. 이러한 이유로 이스라엘은 역사상 수없이 많은 전쟁을 치러야만 했다.

 

이스라엘은 본래 '하느님과 싸우는 자' 혹은 '하느님과 겨루는 자'란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창세기에 나오는 성조 야곱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타향살이하던 야곱이 고향으로 돌아오던 중 요르단 동부 야뽁 강변 브니엘에서 밤에 꿈을 꾸게 된다. 꿈에 어떤 사람이 나타나 밤새 씨름을 한다(창세 32장 참조). 그래서 야곱을 이스라엘이라고 했다.

 

엄격한 의미에서 이스라엘의 기원은 이스라엘 민족의 에집트 탈출 후부터이다. 에집트 탈출 후 시나이에서 작은 공동체가 형성되고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 부족 동맹 체제가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이스라엘의 역사는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사람들은 성조 아브라함이 우르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팔레스티나로 이주한 때(기원전 약 18세기)를 그 기원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솔로몬 통치 직후 이스라엘 왕국은 남북이 갈리게 된다.

 

남북이 갈라진 후에 북쪽 왕국을 이스라엘이라고 불렀고 남쪽을 유다 왕국으로 불렀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보면 유다, 이스라엘은 거의 같은 뜻으로 쓰여졌다. 또한 후대에 바빌론 유배지에서 돌아온 사람들을 이스라엘이라고 하였다.

 

이스라엘의 근본적 의미는 야훼께 예배를 드리는 공동체라는 명칭으로 볼 수 있다. 기원후 70년 로마가 예루살렘을 파괴하고, 다시 135년 유다인의 마지막 폭동이 실패하면서 이스라엘은 완전히 파괴되고 흩어지게 된다.

 

결국 이스라엘은 세계사 무대의 전면에서 사라졌다. 이스라엘 땅에 유다인이 소수 남아 있기는 했으나 대부분은 전세계에 흩어져 살게 되었다. 그 이후 이스라엘은 이슬람 제국, 십자군, 이집트, 오스만 터키, 영국의 통치를 차례로 받았다.

 

그런데 19세기 말부터 유다인들 사이에서는 하느님이 약속하신 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시온주의가 생겨났다. 이에 자극받은 유다인들은 자신들의 국가 건설을 위해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이 흐른 1948년 5월 이스라엘 공화국이 수립되면서 다시 이스라엘이란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들에게는 야훼께 선택된 계약의 백성이라는 종교적 자각 즉, 야훼신앙이 있었다. 따라서 2000년 가까이 역사 무대에서 사라졌던 이스라엘 민족은 나라를 재건하며 세계사에 다시 등장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은 야훼께 선택된 계약의 백성이라는 종교적 자각이 있었기에 험난한 정치적 변천과 흥망성쇠에도 면면이 그 명칭을 이어 올 수 있었다. 1948년 독립한 이후에도 끊임없이 주변 아랍국과 전쟁을 하고 지금까지도 분쟁과 전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과 주변 국가간의 평화는 단순히 중동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세계는 늘 이스라엘을 주목하고 있다.

 

[평화신문, 2003년 6월 22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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