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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성서 시대의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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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7 조회수3,955 추천수0

[성서의 풍속] 성서 시대의 도로

 

 

- 티베리아로 가는 길, 이스라엘. 자료제공=정웅모 신부(서울대교구 성미술 감독).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은 로마제국의 광대함과 위대함을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대 제국을 이룩했던 로마는 도로건설에 심혈을 기울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도로는 역사, 정치, 경제,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유럽 곳곳에는 아직도 로마 도로의 흔적이 남아 있다. 도로는 인체의 혈관과 같아서 인간은 언어, 문화를 소통시키고 정과 우애를 나눈다.

 

예로부터 도로와 거주지는 상호작용하며 발전했다. 중요한 도시와 도시 사이를 연결하는 도로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그렇게 형성된 도로 주변에는 또 다른 도시들이 발전하기 마련이었다.

 

이집트와 바빌론 사이에 있던 이스라엘에는 오래 전부터 중요한 국제 도로가 형성되어 발달했다. 지리적 여건상 좋은 항구가 없었고 해상 활동에 익숙하지 못했던 이스라엘은 이웃 국가들과 교류를 도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스라엘의 도로 형성은 몇가지 지리적 요인에 의하여 결정되었다. 이스라엘에서 도로가 형성되기 위한 첫번째 요건은 식수의 공급이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도로는 샘과 우물이 있는 지역을 따라서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중요한 요건은 도로 형성에 유리한 부드러운 성질의 토양이었다. 겨울철 우기에도 땅의 건조함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 부드러운 토양은 걷기에 부담이 없어 보행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에 지리적 장애 요소들도 도로 형성에 큰 역할을 하였다. 즉 산지, 습지, 가파른 경사지, 삼림 지대, 사막 등과 같은 장애 요소들은 도로들이 비켜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스라엘의 지형은 굴곡이 심한 특징이 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 대부분 지역들은 서로 관계가 단절되는 경우가 많았고 지형적 특성에 따라 주로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는 방향으로 도로가 형성되어 있다.

 

성서에 보면 남북을 관통하는 큰 도로는 해안도로, 왕의 큰길, 계곡길이라 부르는 도로였다. 그 중에서도 남북으로 관통하여 지나가는 두 개의 국제 도로 곧 ’해안길’과 ’왕의 대로’가 중요한 도로였다.

 

가장 오래된 도로는 ’해안길’(Via Maris)이었다. ’해안길’은 당시 세계의 두 강대 세력이었던 바빌론과 이집트를 연결시켜 주었던 대로였다. 해안길은 이집트의 고센 지역에서 시작하여 시나이 반도의 해안 지역과 블레셋 평야를 지나 샤론 평야에 이르게 된다.

 

샤론 지역에서 해안길은 두 방향으로 갈라져 해안을 따라 북상하는 길과 북동쪽에 위치한 중앙 산지를 넘어가는 길로 나뉜다. 이 도로에 ’해안’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은 이스라엘 북쪽 지역에서 볼 때 바다쪽 방향으로 나가는 길이기 때문이었다.

 

’해안길’은 국제 교역과 군사 전략 면에서 국제적 의미를 지닌 도로였다. 타국으로 보내는 사절단들이나 국제 무역에 종사하는 대상들이 이 도로를 이용하여 오고 갔고, 때로는 상대국을 원정하는 군대들이 진격하는 군사 도로가 되기도 하였다.

 

해안길 다음으로 중요한 국제 도로는 요르단 동편 고원 지대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왕의 큰길’(The Way of the King)(민수 20,17 ; 21,22 참조)이다. 이 도로는 특히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에돔왕에게 청해서 지나가려고 했던 도로였다(민수 20장 참조).

 

이 도로의 명칭에 ’왕’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은 이 길이 공적이면서도 중요한 도로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왕의 큰길은 다마스커스에서 시작하여 요르단 동편 고원 지대를 거치게 되기 때문에 고원 산지의 크고 작은 계곡들과 강들을 지나가게 된다.

 

역사적으로 왕의 큰길이 지니는 일차적 중요성은 남쪽 아라비아 지역의 특산품인 향료를 외국으로 수출하는 무역로였다는 점이다. 또한 왕의 큰길은 시나이사막으로 나가는 길이 연결되어 있어 이집트로 나아가는 통로가 되기도 했다.

 

이스라엘에는 동서를 연결하는 도로가 거의 발달되어 있지 않은 편이었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계곡길은 에브라임과 유다 산악 지대의 능선을 따라 중앙 산악 지대를 지나는 도로로, 브엘세바, 헤브론, 베들레헴, 예루살렘, 베델, 세겜, 사마리아 등지를 지나 이즈르엘 평원에 닿아 있는 도로들이었다.

 

특히 유다 산지는 동쪽이 사해로 가로막혀 있어서 에브라임 산지에 비해 교통로가 그다지 발달하지 못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시행착오를 하지 않고 올바른 길을 가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숙제다.

 

성서에서 도로는 하느님과 인간이 만나는 역사적 현장이라 할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도로를 통해서 하느님 역사를 체험했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에서 길이 있고 그리고 그 길을 안다는 건 중요한 일이다.

 

[평화신문, 2003년 11월 9일, 허영엽신부(서울대교구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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