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문화] 유다인의 속죄축일, 욤 키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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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4-11-07 | 조회수4,301 | 추천수0 | |
[성서의 풍속] 유다인의 속죄 축일, 욤 키퍼
- 푸생(1594~1665), '금송아지 숭배', 1633~39년, 유화, 런던 국립미술관. 자료제공=정웅모 신부(서울대교구 성미술 감독).
미국 뉴욕에서는 유다인 명절인 욤 키퍼가 되면 대부분 학교가 휴교하며 많은 상점들이 철시하는 광경을 보게 된다. 유다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의 상점은 대부분 문을 닫게 된다.
1973년 욤 키퍼에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침범하여 이스라엘로서는 국가적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쟁은 이스라엘의 승리로 끝났으며 결국은 이집트와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견인 역할을 하였다.
’욤 키퍼’(Yom Kipper)란 히브리어로 ’속죄일’이란 뜻이다. 이스라엘의 모든 축제 중 가장 엄숙한 날인 ’욤 키퍼’는 설날(로쉬 하샤나)로부터 열흘간 참회 기간을 가진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사순절과 거의 같은 의미를 지니는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욤 키퍼에 관해서는 구약성서 레위기(23,27-31 참조)에 ’죄 벗는 날’로 기록되어 있다.
레위기에서 ’죄 벗는 날’의 규정은 안식일 중의 안식일로서 단식과 속죄의 제사 및 예식을 거행해야 하는 날로 규정되어 있다. 이날은 이스라엘이 개인으로서나 국가적으로 죄를 씻고 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날이다.
욤 키퍼의 유래는 이스라엘의 금송아지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야에서 이스라엘이 저질렀던 우상 숭배를 회개하며 모세가 전 이스라엘을 대신하여 하느님의 용서를 받고 두번째 십계판을 갖고 내려오는데 그날이 바로 첫번째 ’욤 키퍼’이다.
그 이후 이 날은 대대로 죄지은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용서를 받는 날로 기념되어 왔다. 이 날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금송아지를 만들어 우상 숭배한 큰 죄를 사하기 위한 일시적인 속죄일이었다(출애 32-33장 참조).
그런데 그후에 모세에 의해 일반적인 죄를 용서받는 영구적 ’대 속죄일’로 자리를 잡았다.
욤 키퍼는 유다인에게 한해 중 가장 경건한 날이라 할 수 있다. 이날은 한해 동안 지은 죄를 참회하고 하루종일 금식하며 예배를 드린다. 예배는 전날 해지기 직전에 시작하여 다음날 저녁까지 계속된다.
이 기간 동안 유다인들은 음식을 먹거나 음료수를 마시지 않는 금식을 통해서 기도와 자기 성찰에 집중하게 된다. 욤 키퍼의 관습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참회 의식의 일환으로 행해지는 다섯 가지 형태의 금욕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금욕을 다섯 가지 형태의 육체적 욕망을 극기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즉 먹고 마시는 것, 씻고 목욕하는 것, 기름 바름, 부부관계, 그리고 가죽신을 신는 것을 삼가는 것이다.
이때는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요 자동차도 다니지 않는다. 이 날은 1년 중 가장 거룩한 날이요 안식일 중 안식일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엄위와 인간의 결점, 그리고 개인적 단점을 반성하여 자신의 행위를 개선함으로써 더욱 나은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이 ’욤 키퍼’를 지내는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욤 키퍼가 시작되기 전날 율법을 엄하게 지키는 유다인들은 수탉을 잡기 위해 수탉을 랍비에게 보낸다. 랍비는 수탉 다리를 잡고 닭의 주인 그에게 속한 가족 머리 위로 아홉 번 빙빙 돌리면서 동시에 일년간 지은 죄들이 수탉에게 전가되도록 기도를 드린다.
그리고 이 수탉을 가난한 사람에게 양식으로 준다. 이것은 구제를 의미한다. 지금도 종교적으로 열심한 지역에 가면 수탉 머리를 잘라서 속죄를 하는 의식을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수탉은 야훼 하느님을 위한 희생 염소의 의미를 상징하는 것이다.
유다인들은 매년 욤 키퍼에 송구영신을 준비한다. 이스라엘 백성은 가족단위로 송구영신을 준비하는데 그들이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두 가지이다.
그 동안 지은 죄를 회개하는 일과 일년간 원수 맺은 사람이 있으면 찾아가서 서로 용서하고 화해를 하는 것이다. 죄를 용서받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회개’이다.
유다인들은 진정한 의미의 회개는 다음의 세 가지 단계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과거에 대한 통회와 앞으로 다시는 그 죄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심, 그리고 죄의 고백이다.
욤 키퍼가 유다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개인의 죄가 씻겨질 뿐 아니라 전 민족의 죄, 그리고 국가의 죄가 씻겨지기 때문이다. 욤 키퍼는 이처럼 이스라엘이 회개를 통해 죄를 씻고 하느님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날이다.
그러나 유다인들에게 이 날은 통회와 금욕의 날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슬픈 날이 아니다. 그 분위기는 엄숙하지만 죄를 용서받는다는 확신에 가득 찬 기쁨의 축제가 바로 욤 키퍼이다.
[평화신문, 2003년 12월 14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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