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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손이 갖는 상징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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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7 조회수4,857 추천수0

[성서의 풍속] 손이 갖는 상징적 의미

 

 

- '천지창조'(부분), 1511년, 미켈란젤로, 프레스코 천정화, 바티칸 시스티나성당. 자료제공=정웅모 신부(서울대교구 성미술 감독).

 

 

모세가 이스라엘 사람들을 이끌고 남쪽에서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려고 했을 때 강력한 아말렉족과 치열한 전투를 벌여야 했다.

 

여호수아가 모세의 지시대로 아말렉 사람들과 싸우러 나갔을 때 모세와 아론은 언덕 위에 올라갔다. 모세가 언덕 위에서 팔을 뻗치고 있는 동안에는 이스라엘이 이기고 모세가 팔을 내리면 아말렉이 이겼다.

 

시간이 지나서 모세의 팔에 힘이 빠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돌을 갖다 놓고 모세를 그 위에 앉히고 두 사람이 모세의 팔을 좌우에서 각각 붙들어 떠받쳐서 결국에는 이스라엘 병사들이 아말렉족을 이겼다(출애 17,11-13 참조).

 

이 장면을 상상해 보면 옛날 이야기처럼 재미있다. 물론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모세가 위대한 승리를 거두었다는 감동적 사실이 구전으로 내려오다가 기록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성서에서 보면 모세처럼 하느님께 두 손을 들어서 기도하는 모습은 다른 여러 곳에서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간이 두 손을 드는 의미는 회개와 경외의 의미를 뜻하고 때로는 항복과 믿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기도할 때 두 손을 높이 드는 것은 한마디로 "인간적인 것, 세상적인 것을 다 내어놓고 오직 하느님만 의지하겠다"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손은 일이나 행위를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수상학에서는 인간의 운명, 길흉화복의 표징이 모두 손에 나타난다고 본다.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오른손은 선을 상징하고, 왼손은 악을 상징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거룩한 의식 등을 거행할 때는 왼손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금기를 지닌 이들도 있다.

 

셈족 언어에서 손을 나타내는 말은 '힘, 세력'을 의미했다. 인간의 손은 실용적인 것일 뿐 아니라 상징적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특히 손은 그 사람의 생각이나 마음 상태를 나타내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불교나 유다교 및 그리스도교 등 종교 의식에서도 손의 상징적 역할이 크다. 우리가 미사를 드릴 때 사제의 손 위치나 행동을 보더라도 잘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그리스도교 미술에서는 하느님을 표현할 때 손을 사용했다. 하느님의 존재를 구름 속에서 뚫고 나온 손으로 표현하는 것은 교회 미술에서 가장 오래된 상징이다. 고대 로마의 지하묘소인 카타콤베와 초대 그리스도교 시대의 석관에도 종종 손이 새겨져 있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죽은 이와 함께 계심을 상징한다.

 

그리고 유다인들은 기도를 하기 전에 역시 손을 씻는 습관이 있었다. 이때 손은 인간의 마음과 몸 전체를 대표하게 된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만남의 장막이나 성전에 들어갈 때도 손발을 씻었다(출애 40, 30-32 참조). 그리고 살인자가 밝혀지지 않은 살인의 경우에 무죄의 표시로써 손을 씻는 의식이 있었다. 살해된 사람의 시체가 발견된 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성읍의 장로들은 물이 잘 흐르는 골짜기에서 목을 자른 암송아지에 대고 손을 씻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의 손은 이 사람의 피를 흘리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현장을 목격하지도 못했습니다. 야훼여, 주께서 구해 내신 주의 백성 이스라엘의 죄를 벗겨 주소서. 주의 백성 이스라엘 가운데서 죄 없는 피가 흐르지 않게 하소서"라고 말해야 했다.

 

그렇게 하면 그들은 그 피의 책임을 벗게 되었다(신명 21, 6-8 참조). 유다인 사회에서 이러한 행위와 말은 무죄를 입증하는 가장 유일한 증언으로 간주되었다.

 

예수님을 심판한 로마의 총독 빌라도도 대중 앞에서 손을 씻었는데 유다인 풍습에 따르는 행동이었다. 그래서 바라빠를 풀어 주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으라는 군중들의 요구를 들어줄 때 빌라도는 손을 씻으면서 "나는 이 사람의 피에 대하여 무죄하다"(마태 27, 24)라는 것을 나타냈다.

 

이처럼 유다인들에게 손은 단순히 인간의 한 신체기관이 아니라 종교적이고 신앙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인간의 손은 인간을 해치기도 하지만 생명을 살리고 축복을 내리기도 한다. 손을 잘 사용하는 것도 신앙의 행위가 아닐까?

 

[평화신문, 2004월 1월 4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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