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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출애굽과 금송아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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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7 조회수6,233 추천수1

[성서의 풍속] 출애굽과 금송아지 사건

 

 

- 금송아지(18세기), 유리화, 위틀리 성당, 영국. 자료제공 = 정웅모 신부.

 

 

동물에게는 산란이나 육아 때문에 본래 서식처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다시 되돌아가고자 하는 회귀본능이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출애굽을 한 이후 회귀 본능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이스라엘 백성들 중 일부는 비록 자유는 있어도 광야생활보다는, 비록 노예였지만 안정된 생활을 그리워하고 돌아가려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집트로 다시 돌아가려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집트 땅이야말로 수백년 동안 살아온 고향이었다. 가나안 땅은 오히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낯선 타향과 같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집트로 돌아가려고 애를 썼던 사람들은 나름대로 기득권을 누리고 있던 이들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성서에는 이집트로 돌아가려고 하는 사람들과 가나안을 향해 전진하자는 사람들간의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탈출 32장 참조). 

 

어느날 야훼 하느님께서 모세를 부르셨다. "내가 나의 백성을 가르치려고 훈계와 계명을 기록한 돌판을 너에게 주겠다." 모세는 이스라엘을 대표해서 하느님과 계약을 맺었다. 모세는 40일 동안 시나이산에 머물면서 하느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돌판 두개를 주셨다. 그런데 광야에 머물던 이스라엘 백성은 산에 올라간 모세가 오랫동안 소식이 없자 모세의 형 아론에게 불평을 터뜨리며 간청했다. "우리를 도와줄 신을 만들어주십시오." 그러자 아론은 "정 그렇다면 아내나 딸의 금으로 만든 귀고리를 가져와라. 그러면 내가 그것으로 금송아지를 만들어주겠다"며 백성들의 청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왜 이스라엘 백성들은 금송아지를 만들려고 했을까? 

 

이집트에서는 예로부터 이스라엘 백성들이 거주하는 고센을 중심으로 황소를 신으로 섬겨 왔다. 소는 가축 중에서도 두 뿔을 가진 짐승으로 적을 막아줄 힘이 있는 신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소는 번식력이 강하므로 풍요를 주는 신으로 섬겼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집트 땅에서 이와 같은 우상숭배 행위를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출애굽을 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자신들을 지켜주며, 소멸되지 않고 풍요를 제공해줄 신으로 금송아지를 만들었던 것이다. 드디어 아론이 그들에게 금붙이를 받아 금송아지를 만들었다. 그러자 이스라엘 백성은 미친듯이 환호하며 축제를 벌였다. 

 

"이스라엘아, 이 금송아지가 우리를 이집트에서 구출한 신이다. 먹고 마시고 즐기자!" 

 

이스라엘 백성들은 금송아지 앞에서 제사를 지내고 먹고 마시고 정신없이 뛰놀았다. 모세가 진지에 가까이 다가가니, 온 백성이 금으로 만든 숫송아지를 둘러싸고 춤을 추고 난장판이었다. 우상숭배에 빠진 이스라엘 백성을 보자 모세는 갑자기 화를 내며 하느님께서 주신 돌판을 집어던져 깨뜨렸다. 그리고 그들이 만든 숫송아지를 끌어다 불에 태웠다. 그리고 빻아서 가루를 내게한 다음 이스라엘 백성에게 마시게 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은 모세는 레위 후손들을 모아 백성들을 살해할 것을 명령했다. 순식간에 진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죽은이가 3000명 가량 되었다. 

 

금송아지 사건으로 이집트로 돌아가려고 했던 기득권층이 제거되고 자연히 모세의 지도권은 확립되었다. 금송아지는 이집트의 노예살이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방된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가장 큰 유혹이었다. 훗날 이스라엘이 유다와 이스라엘로 분열되었을 때 북유다 왕국의 여로보암은 북쪽의 단과 남쪽의 베델에 금송아지 둘을 만들어 백성들이 우상으로 섬기게 했다(1열왕 12,28-29 참조). 그래서 이스라엘 역사상 여로보암의 죄는 가장 나쁜 죄로 기억되었다. 왜냐하면 금송아지는 야훼 신앙에 가장 반대되는 우상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금송아지는 과연 무엇일까? 하느님 자리를 대신 차지하는 것은 모두 우상이라 할 수 있다.

 

[평화신문, 2004년 5월 23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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