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문화] 유다인들의 기도 자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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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4-11-07 | 조회수4,097 | 추천수0 | |
[성서의 풍속] 유다인들의 기도 자세
- '통곡의 벽'에서 기도하는 사람들, 예루살렘. 자료제공 = 정웅모 신부.
신자들이 가끔 질문을 한다. "신부님, 누워서 기도해도 되나요?" 그러면 "기도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요. 그러나 자세는 마음에 영향을 주니까 가능하면 경건한 자세로 기도하는 게 좋습니다."
외국인들이 예루살렘에 가면 반드시 들르는 장소 중 하나가 '통곡의 벽'이다. 축제날이 되면 통곡의 벽 앞에 코가 닿을 듯 가까이 서서 열심히 기도를 드리는 유다인들 모습은 인상적이다. 통곡의 벽은 유다인들이 예루살렘에서 가장 성스러운 장소로 생각하는 곳이다. 통곡의 벽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는 나라를 잃은 유다인들이 이곳에 와서 성전이 파괴되고 나라를 잃은 자신들의 처지를 슬퍼하고 통곡하며 기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다인들은 항상 성전을 향해 기도했고, 로마에 나라를 빼앗기고 난 후 성전에 들어갈 수 없었을 때는 밖에서 기도를 했다. 아랍 시대에는 성전 출입이 전혀 허락되지 않아 성전에서 가장 가까운 이 서쪽벽에서 기도하는 풍습이 생겼다. 이후 이 통곡의 벽은 유다인들이 기도하는 가장 거룩한 장소가 되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다인들이 이곳에 순례와서 소원이 적힌 쪽지를 성벽 돌 틈새에 끼워넣으며 기도를 한다.
유다인들은 기도에 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철저한 자세를 갖고 있다. 유다인들은 길을 나설 때 "너, 이스라엘아 들어라"로 시작하는 신앙고백문을 기도한다.
"너, 이스라엘아 들어라. 우리의 하느님은 야훼시다. 야훼 한분뿐이시다. 마음을 다 기울이고 정성을 다 바치고 힘을 다 쏟아 너의 하느님 야훼를 사랑하여라. 오늘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이 말을 마음에 새겨라. 이것을 너희 자손들에게 거듭거듭 들려주어라. 집에서 쉴 때나 길을 갈 때나 자리에 들었을 때나 일어났을 때나 항상 말해 주어라"(신명 6,4-7 참조).
유다인 남자들은 성년이 된 13세부터는 하루에 세번 정해진 기도시간을 꼭 지켜야만 했다. 오전 9시와 오후 3시 그리고 정오 12시에 하던 일을 중단하고 기도를 드렸다. 오직 한분뿐이신 하느님을 공경하고 충실히 따를 것을 되풀이하고 성서 말씀으로(신명 6,4-9 참조) 자신들의 신앙을 고백하며 다졌다.
이같은 세 차례 기도 이외에도 유다인들은 매 식사 전에 감사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식사 후에는 이스라엘에 자비를 구하는 간구와 감사기도를 드렸다. 안식일이나 유월절에는 특히 엄숙한 기도를 드렸다. 이런 철저한 기도 습관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배 있어 나라의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는 원천적 힘이 되기도 했다.
유다인들은 가슴을 치며 기도하거나(루가 18,13 참조), 소리를 내지 않고 입술만 움직여 기도를 하기도 했다(1사무 1,12 참조). 또한 유다인들 중에는 서서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솔로몬은 성전을 향하여 손을 펴고 기도하였고(1열왕 18,42 참조), 욥은 바닥에 엎드려서 기도하였다(욥 1, 20 참조). 또 엘리야는 앉은 자세로 얼굴을 양쪽 다리에 묻고 기도하였다(1열왕 18,42 참조).
이런 기도에 대한 열성은 초대교회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그러나 초대교회는 예수님의 교훈에 따라 지나치게 형식에 얽매인 유다인들의 기도 습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진정한 기도는 외적 자세나 형식보다는 마음의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건한 자세는 마음을 모아 기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어떤 자세이냐보다 어떤 마음이냐가 문제가 될 것이다.
[평화신문, 2004년 5월 30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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