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문화] 베일은 정숙과 봉헌의 상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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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4-11-07 | 조회수3,688 | 추천수0 | |
[성서의 풍속] 베일은 정숙과 봉헌의 상징
- 베일로 얼굴을 싼 베드윈족 여인들. 자료제공 = 정웅모 신부.
이스라엘 여인들은 오늘날 중동지방 여러 나라의 습관처럼 항상 얼굴을 가리는 베일을 쓰고 다니지는 않았다. 얼굴에 너울을 쓰는 것은 통상 여인이 미혼인 것을 나타내는 정숙한 행위였다. 따라서 여성들이 자신의 얼굴을 덮는 것은 일종의 예절이었다. 그리스와 로마에서도 정숙한 여인들은 공통적으로 대중 앞에서 베일을 사용했다. 여인의 베일을 걷게 한 것은 그녀에게 창피를 주기 위한 것이었다. 베일은 본래 장식이나 보호, 은폐를 목적으로 머리나 얼굴에 쓰는 얇은 천이다. 기원전 1200년경 아시리아의 기혼 부인들은 법령에 따라서 베일을 의무적으로 썼다.
"이사악은 라하이 로이라는 샘이 있는 사막 지방에 와서 살고 있었다. 그곳은 네겝 땅이었다. 저녁 때가 되어 이사악은 들에 바람쐬러 나왔다가 고개를 들어 낙타떼가 가까이 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리브가도 고개를 들어 이사악을 보고 낙타에서 내려 아브라함의 종에게 물었다. '들을 가로질러 우리 쪽으로 오시는 저분은 누구입니까?' 종이 대답하였다. '제 주인입니다.' 리브가는 종의 말을 듣고 너울을 꺼내어 얼굴을 가렸다"(창세 24,61-65 참조).
리브가가 처음과는 다르게 이사악이 자신의 얼굴을 보기 전에 너울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창세 24,65 참조). 유다 여인들이 가끔 쓰고 다니던 베일은 비록 그것으로 머리를 가리기는 했지만 머리장식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에 비하면 다른 중동지방 여인들은 사회적 신분과 재산 정도에 따라 정교하고 비싼 머리 장식을 하고 다녔다.
고대에 베일은 얼굴을 덮어서 악의 힘이 미치지 않도록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상복의 베일은 무서운 죽음의 신으로부터, 신부의 베일은 음탕한 악마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고대 로마 에스터의 처녀들은 흠없는 신들의 신부로 여겨져 진홍빛 테두리가 있는 하얀 베일을 썼다.
얼굴을 덮는다는 것은 조심스러움이나 상대방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두려고 하는 태도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모세는 야훼께서 떨기나무 가운데서 그를 불렀을 때 제일 먼저 얼굴을 가렸다. 왜냐하면 '하느님 뵙기가 두려웠기' 때문이다(탈출 3,6 참조). 얼굴을 덮어 가리는 것은 위대한 존재로부터 몸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시나이산에서 야훼와 만남으로써 얼굴에서 빛이 난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과 이야기할 때에는 얼굴을 가렸다(탈출 34,33-35 참조).
신약시대 여인들은 예배를 위해 머리를 가리기는 했지만 얼굴까지 가리지는 않았다. 사도 바오로는 여인들의 머리는 자연적 베일이나 덮개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유다 여인들은 머리장식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었으나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교 여성들에게 정숙한 옷차림을 강조했다(1디모 2,8 참조).
베일이 하늘의 상징인 경우도 있었다(1고린 11,5-15 참조). 사도 바오로는 베일을 예절의 표시로 간주하며 머리털도 일종의 베일로 보아 베일을 쓰지 않는 것은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사도 바오로의 말은 그 당시 풍속에 좌우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머리에 무엇을 쓰는 관습은 초대교회 시대에도 이어졌다. 그래서 여기에는 시대의 제약을 초월한 깊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대교회는 베일을 '수치심의 방파제'라고 했으며, '유혹의 공격에 대해 경건한 마음에 있어, 걸림돌이 되는 감정에 대해 몸을 보호하는 방패'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날 수녀들이 머리에 쓰는 베일은 자신을 봉헌한다는 뜻으로 하느님의 소유물이 되고 하느님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가시적 표시가 되었다.
[평화신문, 2004년 6월 13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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