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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여섯 날개를 가진 천사, 스랍(사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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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7 조회수6,523 추천수0

[성서의 풍속] 여섯 날개를 가진 천사, 스랍

 

 

- 오상을 받은 프란치스코, 1300년께. 프레스코, 지오토, 성 프란치스코대성당, 아시시, 이탈리아. 자료제공 = 정웅모 신부.

 

 

"우찌야 왕이 죽던 해에 나는 야훼께서 드높은 보좌에 앉아 계시는 것을 보았다. 그의 옷자락은 성소를 덮고 있었다. 날개가 여섯씩 달린 스랍들이 그를 모시고 있었는데, 날개 둘로는 얼굴을 가리고 둘로는 발을 가리고 나머지 둘로 훨훨 날아다녔다. 그들이 서로 주고받으며 외쳤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만군의 야훼, 그의 영광이 온 땅에 가득하시다.' 그 외침으로 문설주들이 흔들렸고 성전은 연기가 자욱하였다"(이사 6,1-4).

 

스랍은 거룹과는 달리 여섯 날개를 가진 천사로서 직역하면 "하느님의 사랑으로 불타고 있는 자"라는 의미다. 스랍 천사는 거룹 천사와는 다르게 위엄있는 모습으로 등장하지도 않고 재림의 영광 중에 등장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스랍도 거룹처럼 하느님 보좌 주위에서 그분 영광을 호위하며 찬양한다(이사 6,3 참조).

 

스랍에 관해서는 이사야서에서만 유일하게 언급되어 있다(이사 6장 참조). 구약의 위대한 예언자인 이사야는 나라 운명을 걱정하며 성전에 엎드려 기도하다가 환시 중에 하느님 보좌를 보게 되었는데, 그때 여섯 날개를 가진 '스랍 천사'가 그 주위를 날면서 하느님을 찬양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이사야는 "하느님을 뵈었으니 이제는 죽었다"고 소리쳤다. 그러자 스랍들 가운데 하나가 제단에서 뜨겁게 달군 돌을 불집게로 집어 이사야 입술에 대고 말했다. "보아라, 이제 너의 입술에 이것이 닿았으니 너의 악은 가시고 너의 죄는 사라졌다"(이사 6,5-7 참조). 이사야는 부르심을 받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머뭇거리거나 후회하는 일 없이 예언직을 올곧게 수행했다. 이사야는 평생 예루살렘에 머물며 다윗 왕에게 많은 조언을 하면서 유다 임금들의 통치에 깊숙이 간여했다.

 

가톨릭 미사전례 중 상투스는 감사송 후에 암송되거나 불리는 찬미가로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로 시작한다. 이 찬미가는 하느님을 시중드는 스랍 천사들이 부르는 찬미가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상투스 전반부는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만군의 야훼, 그의 영광이 온 땅에 가득하시다"(이사 6,7 참조)라는 구절에 해당한다. 그리고 후반부 내용은 신약성서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은 축복받으소서. 지극히 높은 곳에서 호산나!"(마태 21,9 참조)를 연결한 것이다. 이 기도문은 초대교회 시절부터 신자들이 아침미사 때 바쳤을 것으로 추측된다.

 

스랍 천사는 아시시의 프란치스코(1182∼1226년) 성인의 유명한 전설에도 등장한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는 1224년 9월24일 라 베르나 산의 한적한 곳에서 기도를 하는 중에 신비로운 환시 체험을 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40일 동안 금식기도를 하면서 '성모승천 축일'(8월15일)을 보내고, 이어서 '성 미카엘 축일'(9월29일)을 거룩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9월 24일 아침 프란치스코 성인은 어떻게 하면 하느님을 가장 기쁘게 할 수 있는지 깨닫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했다. 그리고 나서 복음서 세 권을 펼쳤는데 신비하게도 모두 똑같이 그리스도 수난에 관한 부분이 펼쳐졌다. 그 순간 갑자기 하늘 높은 곳에서 천사가 내려왔다고 한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그 천사가 세 쌍의 날개를 가진 사람 모습의 스랍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스랍 천사는 두 팔은 펼쳐들고 두 발은 가운데로 모은 채 몸은 십자가에 매달려 프란치스코 성인을 보고 잔잔히 미소를 띠고 있었다. 스랍이 사라지자 프란치스코 몸에는 놀랍게도 십자가 위 예수님이 입은 상처와 같이 손과 발 그리고 옆구리에 오상(五傷)이 생겼다. 프란치스코가 라 베르나 산에서 오상을 받는 장면은 그후 많은 화가들에게 좋은 소재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아시시에 있는 프란치스코 대성당(바실리카)에 소장돼 있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화가 지오토(Giotto di Bondone, 1266∼1337년)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평화신문, 2004년 8월 29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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