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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성서의 세계: 연, 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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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9 조회수4,110 추천수0

성서의 세계 : 연, 월, 일 (1)

 

 

성서에서는 하루의 시작을 어느 시점으로 잡았는가?

 

인간은 매우 일찍부터 해가 지구를 한바퀴 도는 것을 하루로 생각하였다. 이러한 하루의 시작을 어느 시점으로 잡느냐가 문제인데, 옛사람들에게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었다. 해가 뜰 때와 질 때이다.

 

천여 년의 역사를 반영하는 구약성서에는, 하루의 시작으로 아침을 말하는 곳도 있고 저녁을 말하는 곳도 있다. 판관기에 보면,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위에게 장인이 더 묵었다 가라면서 이렇게 말한다.

 

“이보게. 이제 날이 저물었으니 여기에서 하룻밤 더 묵으면서 즐겁게 지내고, 내일 아침 일어나서 길을 떠나 자네 집으로 가게나”(19,9. 그리고 1사무 19,11이나 28,19 같은 곳도 참조).

 

그리고 해가 있을 때와 없을 때를 합하여 만 하루로 말하는데, 먼저 한자말의 ‘주야(晝夜)’처럼 “낮과 밤”이라는 표현을 자주 볼 수 있다. 우리말에서는 ‘밤낮’이라는 말이 워낙 고정되어 있어서 이런 식으로 옮기기도 한다(예레 33,20; 신명 28,66; 1사무 30,12 등). 아무튼 이러한 정황은 성서의 사람들이 아침을 하루의 시작으로 계산하였음을 드러낸다.

 

이와 반대로, 느헤미야 13장 19절에는 해가 지기 전에 예루살렘 성문들을 닫아 상인들이 짐을 들여가면서 안식일을 훼손시키지 못하게 하였다는 말이 나온다. 모세 오경 가운데에서 가장 후대에 편집된 부분에 속하는 레위기 23장 32절에는, “저녁부터 (다음) 저녁까지” 안식일을 지키라는 계명이 나온다. 그리고 유배 이후의 본문들에는 우리말의 ‘밤낮’처럼 밤이 낮 앞에 오는 표현을 볼 수 있다(유딧 11,17; 에스 4,16 등). 이러한 사실은 저녁부터 하루가 시작되었음을 뜻한다.

 

성서의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집트인들처럼 아침을 하루의 시작으로 계산하였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바빌로니아 제국의 세력권에 들면서 (아마도 기원전 6세기 말부터) 저녁을 하루의 시작으로 삼는 법이 도입된다. 이 제도가 신약성서 시대와 후대의 유다교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하루는 어떻게 나누었는가?

 

이집트 사람들은 예로부터 낮과 밤을 각각 열두 시간씩 나누었다. 물론 오늘날처럼 정확한 시계가 없었으므로 위도(緯度)와 계절에 따라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하루를 각각 두 시간에 해당하는 열두 단위로, 이 열둘은 다시 각각 사 분에 해당하는 서른 개의 소단위로 나누었다.

 

이스라엘에서는 이렇게 세분된 시간이 쓰이지 않았다. 그 대신에 예전의 우리 나라와 별다름 없이 자연 현상에 따라 하루를 나누었다. 곧 동이 틀 무렵(창세 19,15; 여호 6,15), 아침(탈출 18,13), 정오(창세 43,25), 무더운 한낮(2사무 4,5), 저녁 산들바람이 불 때(창세 3,8), 해질 무렵(창세 15,12), 저녁때(19,1) 등이다. 때로는 저녁 제물을 바치는 것처럼 성전에서 거행되는 전례를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1열왕 18,29; 다니 9,21). 그런데 열왕기 하권 20장 9`-11절(= 이사 38,7-8)을 보면, 유다 왕궁에서 일종의 해시계가 쓰였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궁궐이나 주요 관청에서는 좀더 세분된 시간을 쟀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이미 기원전 제2천년기부터 해시계와 물시계가 쓰였다.

 

신약성서에서는 현재의 아침 6시부터 시작하여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는 로마식 시간 계산법도 사용된다. 예수님께서는 “제6시” 곧 낮 12시 이전에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제9시” 곧 오후 3시쯤에 돌아가신다(마태 27,45-46과 병행구). 이 로마식 시간 구분이 한자식으로 표현된 ‘육시경(六時經)’, ‘구시경’ 등의 이름으로 지금도 성무일도에서 쓰인다.

 

주민의 안녕을 특별히 돌보아야 하는 밤의 경계 근무 시간은 많은 민족이 따로 책정하였다. 우리 나라에서는 하룻밤을 다섯 경(更)으로 나누었는데, 성서의 사람들은 본디 세 경으로 계산하였다(탈출 14,24; 판관 7,19; 1사무 11,11). 그러다가 예수님 시대에는 옛날 이집트에서처럼 네 경으로 나누는 로마식을 따르게 된다(마르 6,48과 병행구).

 

 

‘주(週)’라는 제도는 어떻게 생겼는가?

 

히브리 말에서 ‘주’는 ‘샤부아’라 하고 ‘일곱’은 ‘쉐바’라 한다. 성서에서는 해와 달과 관련된 날과 달 외에 일곱 날을 한 주기로 삼는 주가 중요한 구실을 한다. 사실 이 제도는 이제 전세계적으로 종교나 신앙과 관계없이 거의 모든 사람의 일상 생활을 규정짓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달과 해가 바뀌는 것과 무관하게 일곱 날을 시간의 한 단위로 정하고 마지막 날을 쉰다는 주(週) 제도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스라엘에서 생겨난 것 같다. 그러나 이스라엘 사람들이, 예컨대 달이 변하는 모양이라든가 장이 서는 주기라든가 ‘전체, 총체, 완전’의 의미를 지닌 일곱이라는 수의 상징성에서 일곱 날을 채택하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아무튼 이스라엘인들은 자기들의 종교와 민족이 생기기 전부터 안식일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창세기 저자는 더 나아가서,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에 주와 안식일 제도까지 제정하셨다고 말한다(창세 2,2-3). 안식일이 주의 핵심임은 안식일을 뜻하는 ‘샵바트’가 후대에는 가끔 ‘주, 주간, 일주일’을 뜻하는 데에서도 알 수 있다(레위 23,15; 이사 66,23; 루가 18,12). 요일은 ‘이렛날’이나 ‘제칠일’ 또는 ‘첫날’처럼 순서수로 불렀다(탈출 20,10; 31,15; 마르 16,9). 오늘날의 요일 이름은 후대의 서양에서 유래한다. [경향잡지, 2002년 4월호, 임승필 요셉 신부(주교회의 성서위원회 번역담당 총무)]

 

 

성서의 세계 : 연, 월, 일 (2)

 

 

성서의 사람들은 달을 어떻게 나누고 어떻게 불렀는가?

 

우리말에서는 ‘달’이라는 한 낱말이 지구의 위성도 가리키고 일년을 열둘로 나눈 시간 단위도 가리킨다. 히브리 말에서는 이 둘을 각각 ‘야레아흐’와 ‘예라흐’라고 하는데, 둘 다 같은 어근에서 나온다. 그러나 후대에는 ‘초승달’을 뜻하는 ‘호데쉬’가 시간 단위까지 일컫는 용어로 더 자주 쓰인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스라엘에서는 본디 이집트에서처럼 그믐달이 사라지는 아침부터 새달이 시작하는 것으로 계산한 것 같다. 그러다가 초승달이 뜨는 저녁을 새달의 시작으로 잡는 바빌론식을 따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말한 용어의 변경도 이와 관련된다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옛날 이스라엘에서도 달의 모습으로 시간을 재는 태음월(太陰月)을 사용한다. 이 때의 한 달은 약 스물아홉 날 열두 시간이다. 그래서 개개의 달은 번갈아 가면서 스물아홉 날과 서른 날이 된다. 이러한 음력에서는 주기적으로 윤달을 집어넣어야 하는데, 예수님 시대 이후까지도 절기가 변하는 모습을 보고 비정기적으로 그때그때 필요한 날수만큼의 윤달을 책정하였다.

 

달 이름은 구약성서에서 네 가지의 체계가 쓰인다. 처음에는 가나안의 명칭을 사용하는데 열둘 가운데에서 네 달의 이름만 전해진다. 곧 밀 이삭이 패는 3-4월의 첫째 달 아빕(탈출 13,4), 꽃이 피는 4-5월의 둘째 달 시브(1열왕 6,1), 하천에 물이 가득 흐르는 9`-10월의 일곱째 달 에다님(1열왕 8,2), 비가 많이 오는 10`-11월의 여덟째 달 불이다(1열왕 6,38).

 

이 가나안식 달 이름이 이스라엘에서도 얼마 동안 공식 명칭으로 사용된 것 같다. 그러나 많은 백성의 주요 생계 수단인 농사와 직결되는 ‘원시적’ 달력도 함께 쓰인 것으로 보인다.

 

20세기 초 게젤에서(1열왕 9,15) 부드러운 석회석에 글을 쓴 것이 발견되었는데, 이를 ‘게젤 달력’이라고 부른다(어떤 학자에 따르면 이 문헌은 기원전 10세기의 것이다). 이 글을 학생들이 쓰기 연습을 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본격적인 달력으로 사용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이 ‘달력’을 대충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두 달은 (올리브) 수확; 두 달은 (밀) 파종; 두 달은 늦파종; 한 달은 아마(亞麻) 껍질 벗기기; 한 달은 보리 수확; 한 달은 밀 수확과 잔치(또는, 계산?); 두 달은 포도나무 돌보기(또는, 포도 수확?); 한 달은 여름 과일(수확)."

 

탈출기 23장 16절과 32장 44절처럼 아주 오래된 전례력에서는 이런 식의 달력을 기준으로 한 것 같다(창세 30,14; 판관 15,1; 룻 1,22; 1사무 12,17; 2사무 21,9`-10; 아모 7,1 같은 곳에서도 그러한 흔적을 볼 수 있다).

 

언제부터인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아무튼 상당히 일찍부터 가나안식 이름 대신에 첫째 달에서 열두째 달까지 이르는 순서수로 달 이름을 부르는 방식이 채택된다.

 

구약성서 본문에는 이 방법이 가장 많이 쓰인다. 그러다가 기원전 587-538년의 유배 시기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봄을 한 해의 시작으로 계산하는 바빌론식 달 이름이 도입된다. 히브리 말로 음역되어 쓰인 그 명칭은 다음과 같다(괄호 속은 현재의 달을 가리키고, 출처가 기재되지 않은 이름은 성서에서 쓰이지 않았음을 뜻한다).

 

1. 니산 (3-4월) 느헤 2,1            2. 이야르 (4-5월)                3. 시완 (5-6월) 에스 8,9  

4. 탐무즈 (6-7월)                     5. 아브 (7-8월)                   6. 엘룰 (8-9월) 느헤 6,15 

7. 티쉬리 (9-10월)                   8. 마르케쉬반 (10-11월)        9. 기슬레우 (11-12월) 느헤 1,1 

10. 데벳 (12-1월) 에스 2,16       11. 스밧 (1-2월) 즈가 1,7     12. 아달 (2-3월) 에즈 6,15

 

유배 이후의 유다인들은 (아마도 종교적-민족적 이유로) 이 바빌론식 이름을 단번에 채택하지 않는다. 예컨대 마카베오서에서는 그리스 말로 표기된 바빌론식 이름을 주로 사용하면서도, 때로는 순서수만으로 표기하기도 하고(1마카 9,3.54; 10,21; 13,51) 때로는 먼저 순서수를 적고 바빌론식 이름을 덧붙이기도 한다(1마카 4,52; 16,14; 2마카 15,36). 아무튼 이 바빌론식 명칭은 민사나 역사 기록에 한정되다가 나중에는 종교 문헌에서도 정식으로 채택된다. 끝으로, 외국에서 온 외교 문서와 토비트서에서는 크레타와 마케도니아식 달 이름도 쓰인 것을 볼 수 있다(2마카 11,21.30.33.38; 토비 2,12).

 

 

한 해는 언제 시작되었으며 계절은 어떻게 나뉘었는가?

 

옛날 이집트인들은 한 해를 365일로 계산하였다. 성서에는 직접 언급되지 않지만, 이스라엘인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창세 5,23 참조). 그런데 성서의 사람들이 어느 시점을 한 해의 시작으로 잡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자료가 많지 않을뿐더러 해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수용되는 가설은, 한 해가 가을에 시작되는 역법을 사용하다가 바빌로니아 제국의 영향을 받게 되면서 봄부터 시작되는 역법을 채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탈출기 12장 2절에 “너희는 이 달을 첫째 달로 삼아, 한 해를 시작하는 달로 하여라.”라는 말이 나온다. 이 “첫째 달”은 히브리 말로는 “아빕”(신명 16,1), 바빌론식 이름으로는 “니산”으로 현재의 3-4월에 해당한다. 그래서 탈출기 12장 2절은, 이 본문이 편집될 당시에 가을을 한 해의 시작으로 삼던 방식에서 봄을 한 해의 시작으로 삼는 방식으로 바뀌었음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예레 36,22 참조). 그러나 예컨대 정치와 관련된 새해, 농사나 전례와 관련된 새해 등, 한 해의 시작을 동시에 서로 다른 여러 시점으로 계산하였다는 주장도 있다.

 

성서의 땅 팔레스티나는 이른바 지중해성 기후에 속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본디 이 기후에 따라 계절을 여름과 겨울로만 나누었다. 그래서 노아의 홍수 뒤에 하느님께서는, “땅이 지속되는 한 / 씨뿌리기와 거두기, 추위와 더위, / 여름과 겨울, 낮과 밤이 그치지 않으리라.” 하고 말씀하신다(창세 8,22. 그리고 시편 74,17; 이사 18,6; 즈가 14,8도 참조). 이곳에서는 여름에 비가 거의 오지 않아 고온·건조하고, 겨울에는 비가 많이 와 온난·다습하다. 그래서 임금이라든지 부자들은 여름집과 겨울집을 따로 가지고 있기도 하였다(아모 3,15; 예레 36,22).

 

그리스인들은 한 해를 봄과 여름과 겨울, 세 계절로만 나누다가 나중에 가을을 보탠다. 이러한 구분에는 춘분과 추분, 하지와 동지가 기준이 된다. 기원전 4세기 말엽 이후 헬레니즘 시대에는 유다인들도 이러한 구분을 따르게 된다.

 

 

성서의 사람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햇수를 헤아렸는가?

 

현재는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해를 기원 원년으로 하는 서기(西紀)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인다. 중국과 우리 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를 하나씩 보태어 전부 예순 개의 배합을 만들어 해마다 돌아가면서 하나씩 사용하여 연도를 표기한다. 유다교에서는 후대의 편년사 저자들이 나름대로 계산해 낸 세상 창조(기원전 3761년)를 기점으로 연대를 계산하기도 하였지만, 성서의 사람들은 이와 같은 체제를 알지 못하였다.

 

성서에서는 본디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 자연 재앙이라든가 중대한 사건을 기점으로 햇수를 헤아렸다. 아모스서 편집자는 이 예언자가 활동을 시작한 때가 “유다 임금 우찌야 시대 … 이스라엘 임금 요아스의 아들 여로보암 시대”라고 말하고 나서, “지진이 일어나기 이태 전”이라고 더욱 자세히 밝힌다(아모 1,1).

 

이사야서에서는 외국 군대가 침입한 해를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이사 20,1). 이러한 ‘대중적’ 방식 이외에 왕정 시대에는, 고대 근동의 다른 나라들이나 중국과 우리 나라처럼, 임금이 등극한 해를 기점으로 해를 세는 방식이 공적으로 쓰인다. 이러한 기년법(紀年法)은 늦어도 솔로몬 시대부터 시작하여(1열왕 6,1.37.38) 북부 이스라엘 왕국과 남부 유다 왕국이 멸망할 때까지 사용된다(2열왕 17,6; 25,1-2). 나라가 망하여 유배살이를 할 때에는 임금이 유배로 끌려간 해를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에제 1,2; 8,1; 24,1 등; 2열왕 25,27 = 예레 52,31).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후계자 가운데 하나가 세운 셀류코스 왕조에서는 셀류코스 1세가 바빌론을 정복한 해를 원년으로 계산한다. 유다 땅이 이 왕조의 식민지였을 때에는 자연히 “(그리스 왕국) …년”이라는 이 기년법이 이용된다(1마카 1,10; 14,1; 15,10; 16,14). 기원전 142년에 유다의 자치가 허용될 때에는 옛 왕정 시대의 전통에 따라, “유다인들의 총독이며 지도자인 시몬 대사제 제일년”이라는 표기법도 함께 사용하였다(1마카 13,41-42). [경향잡지, 2002년 5월호, 임승필 요셉 신부(주교회의 성서위원회 번역담당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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