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문화] 이스라엘 결혼식 풍습 | |||
---|---|---|---|---|
이전글 | [문화] 유다인의 중매와 약혼 | |||
다음글 | [문화] 성서에 나타난 질병과 치유 | |||
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4-12-30 | 조회수15,596 | 추천수2 | |
[성서의 풍속] 이스라엘 결혼식 풍습
- 유다인의 결혼식 모형, 우대카박물관, 보름스, 독일. 자료제공=정웅모 신부.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전에 결혼하지 않은 남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의미에서 '떠꺼머리총각'이라고 불렀다. 한국에서 결혼은 어른 세계로 진입하는 관문이며, 사회적 명망과 지위를 향한 하나의 중요한 도약이다. 우리나라 전통 혼례식에서는 혼인 전날 밤, 혼서와 채단을 함에 넣어 신부집으로 보내는 절차가 있었다. 요즘도 신랑 친구가 예단 넣은 함을 신부집으로 지고 가는 풍습이 있다. 옛날에는 함이 신부집에 도착하면 복많은 어른이 함 속을 더듬어 채단을 꺼냈는데 파랑이면 첫아들을, 빨강이면 첫딸을 낳는다고 믿었다.
또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지만 결혼식이 끝나면 '신랑달기'라는 풍습이 있었다. 대청 대들보에 무명 한필을 풀어 걸고 한쪽 끝에다 신랑의 두 발목을 매고는 한쪽 자락을 쥐고 잡아당겨서 신랑 발바닥을 때렸다. 원시시대에는 신부를 폭력으로 빼앗아 갔기 때문에 신랑을 도둑으로 여기는 풍습이 있었다. 그래서 신랑을 호되게 때리는 관습이 근래까지 신랑달기 풍속으로 이어져 온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혼례풍습도 시대와 나라에 따라 다르며 각기 특징적 요소가 있다.
이스라엘 결혼식은 신랑과 신부에게 주어지는 축복문(창세 24,60 참조)을 제외하면 비종교적 행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순수 민간행사였던 결혼을 하느님 언약과 연결시켜 결혼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했다. 그래서 잠언은 결혼을 '하느님 앞에서 맺은 약조'(잠언 2,17 참조)라고 했다. 이후 이스라엘 결혼식에는 결혼 계약문을 만들고 신랑 신부가 그것을 서약하는 절차가 혼인예식에 포함됐다. 이런 절차는 오늘날 유다인 결혼식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또 이스라엘 결혼식에서는 결혼예복을 입는 것이 중요한 풍속이었다. 부잣집 잔치에는 손님들에게도 미리 준비해둔 결혼예복이 제공됐다(마태 22,12 참조). 예수님은 혼인예식 예복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데 필요한 회개에 비유하기도 했다(마태 22,2-14 참조). 결혼식 날 신부는 실제로 아름다운 여왕처럼 몸치장을 했다. 신부는 목욕을 하고 가족이나 이웃에게서 보석을 빌려 한껏 멋내 머리를 장식했다. 그리고 신부는 베일로 얼굴을 가렸는데, 이 베일은 결혼식을 올리는 장내에 들어갈 때까지 벗을 수 없었다. 전통적으로 신부 베일은 겸손과 존경과 순결의 상징이었다. 베일은 참석한 사람들에게 신랑 신부가 결혼서약을 하고 결혼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후에만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래서 두 사람이 결혼서약을 하고 남편과 아내가 됐음을 선언받은 후에야 베일을 걷을 수 있었다.
이스라엘 결혼식에서는 결혼행렬도 중요했다. 결혼행렬은 신부집에서 신랑과 신부, 두 사람이 살 새 집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어두운 길목은 결혼식 손님들이 들고 있는 등잔불로 밝혔다. 새 집에 도착한 신랑 신부는 작은 천막 모양의 차양 밑으로 들어간다. 이 차양은 이스라엘 유목민 장막과 신랑 신부가 함께 살게 될 새 보금자리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그들은 주로 먹고 마시는 일로 이루어지는 결혼잔치를 주관했다. 이 혼인잔치는 초대받은 사람들이 참석해서 신랑 신부를 축하하는 행사였다. 여기에 참석한 이들이 공식적으로 혼인 증인 역할을 했다. 예수님이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기적을 행한 장소도 가나지방의 혼인잔치에서였다(요한 2,1-12).
결혼잔치는 보통 7일간 지속됐으며 때로는 두 주간 동안 계속되기도 했다. 잔치에 참가하는 손님들은 결혼이 성립하는 데 중요한 증인 역할을 했다(창세 29,22-23 참조). 그리고 신부가 처녀라는 증거로 딸의 자리옷을 성읍 장로들에게 가져가 펴보이기도 하였다(신명 22,13-21 참조). 그리고 참석자들은 결혼잔치가 진행되는 동안 하느님 축복이 부부에게 내리길 기원했다. 나라와 풍습은 달라도 사람들이 결혼식에 부여하는 중요성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평화신문, 2004년 12월 12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