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경] 성서 새번역, 무엇이 새로운가: 주님, 하느님의 이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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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5-04-13 | 조회수4,146 | 추천수0 | |
파일첨부 주님_하느님의이름.pdf [841] | ||||
성서 새 번역, 무엇이 새로운가 주님, 하느님의 이름
새 번역 성서는 합본 작업을 마무리하여 이번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2005년 3월 7-11일)에 그 출판 승인을 요청할 계획입니다. 이 새 번역 성서가 공동 번역과 다른 점 가운데 하나가 ‘야훼’를 ‘주님’으로 바꾸고 굵은 글씨로 적었습니다.
“야훼”를 “주님”으로
하느님의 이름 YHWH를 옮기는 것은 매우 복합적인 문제입니다. 이 이름이 나오는 대부분의 경우에서 YHWH는 어떤 의미를 갖는 칭호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이름으로서 하느님을 가리키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이 이름을 옮길 때에는 문화권에 따라 하느님을 가리키는 일반적인 말이나 여러 이름이 있는지 아니면 전혀 없는지, 그 이름이 일반적인 의미를 지니는지 아니면 순전히 신원 확인 가능만을 하는지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여기에서도 서로 다른 전통을 지니고 있습니다.
먼저 하느님의 이름은 고유명사이므로 히브리말에 되도록 가깝게 음역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음역은 또한 수용언어의 음운론에도 적응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편으로 “야훼”가 YHWH의 정확한 발음인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물론 개신교에서 쓰는 “여호와”는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히브리말 성서에는 본디 자음밖에 없었는데, 기원후 10세기가 다 되어서야 모음 표기를 덧붙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유다인들은 하느님께 대한 경외심으로 사자성음 YHWH를 입에 올리지 못하고, “주, 주인, 주님”을 뜻하는 “아도나이”로 읽어왔습니다.
그러나 음역이 아닌 다른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습니다. 탈출기 3장에 나오는 계시의 의의는 몇 개의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진 한 낱말이 아니라, 하느님 본성의 한 면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번역에서도 의미가 주어져야 합니다. YHWH를 “주님(퀴리오스)”으로 옮긴 칠십인역이 우리가 따라야 할 본보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원전 2-3세기에 히브리인들이 히브리말 성서를 그리스말로 번역하였던 칠십인역 성서에서도 하느님의 이름 YHWH를 이미 “주님”으로 옮겼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히브리인도 아닌 우리가 오늘 하느님의 이름을 반드시 “야훼”로 옮겨야 할 까닭은 없을 것입니다. 외래 종교라는 색깔만 뚜렷해질 것입니다. 또한 구약성서에서 하느님의 이름을 “야훼”로 음역하게 되면, 신약성서에 나오는 “주님”과 이어지는 연관성을 알아듣지 못하게 막아버릴 수도 있습니다.
예외적인 경우에만 “야훼”로
이러한 문제들을 깊이 고려하여, 성서위원회는 하느님의 이름 YHWH를 “주님”으로 번역하고,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 곧 하느님께서 직접 당신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신다거나, 이 이름이 고유명사의 일부를 이루는 때에만 “야훼”로 옮기는 것입니다. 그 이유를 간추리자면 이렇습니다. 첫째, 우리는 옛날 이스라엘인들과는 달리 하느님의 고유한 이름을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하느님은 한 분뿐이시므로 그분만의 고유한 이름으로 그분을 부를 필요가 없습니다. 둘째, 우리나라에서는 예의상 어른의 함자를 함부로 부르지 않습니다. 셋째. 우리는 언어 관습상 많은 경우 이름을 부르지 않고 직책이나 칭호만 부릅니다.
마지막으로, 새 번역 성서는 공식 전례에서도 쓰일 공용 성서를 목표로 하였기 때문에, 가톨릭의 전례 전통에 따라야 합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이름을 “주님(도미누스)”으로 옮겨 불렀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모든 전례에서 새로운 대중 라틴말 성서(Nova Vulgata)를 사용하도록 규정하였는데, 이 성서는 오랜 전통에 따라 YHWH를 “주님”으로 옮겼습니다.
* 강대인 라이문도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행정실 부장으로, 새 번역 성서 합본 실무반의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경향잡지, 2005년 2월호, 강대인 라이문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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