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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경 출판 기념회 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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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6-02-08 조회수3,394 추천수0

『성경』 출판 기념회 축사

 

 

<축사 1> 정철범(한국 성공회 관구장·대주교)

 

금번 한국 천주교회가 17년이란 오랜 세월의 각고 끝에 우리말 완역 『성경』을 출간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일찍이 한국 천주교회는 교회일치 정신을 십분 발휘하여 개신교 학자들과 함께 공동번역 성서를 펴낸 일이 있습니다. 『공동번역 성서』는 한국의 신·구교로부터 절대적 호응을 얻지는 못했어도 근 25년 이상 천주교, 성공회, 그리고 개신교 일부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해 왔던 것입니다. 개신교 보수 측 교단이 참여하지 않으므로 개신교 측으로부터는 외면당했지만, 한국 교회일치 역사상 크게 공헌하였고 많은 평신도들이 성서를 쉽게 이해할 수 있어 평신도들이 성서를 가까이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세상에 완전한 번역은 있을 수 없고 『공동번역 성서』도 평이한 번역으로 사목상 실용성은 있으나 원문과 대조해 볼 때 정확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천주교 자체에서 200주년 기념 성서 번역을 시작하여 마침내 새 번역 『성경』이 나오게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성서는 하느님 말씀으로 얼마나 정확하게 번역, 표현하느냐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한국사회에서 가장 오랜 선교 역사를 지녀오면서 굴지의 대교단으로 성장 발전하였기에 거기에 걸맞게 많은 성서학자들이 배출되어 마침내 오늘의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이라 확신합니다.

 

저는 성서학자가 아니라서 내용을 비판할 수 없지만 많은 유능한 학자들이 참여했기에 종전보다는 훨씬 훌륭한 번역의 『성경』이 되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아무쪼록 금번 새로 출간된 『성경』이 가톨릭 교회만이 아니라 한국 기독교계에도 널리 사용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새 『성경』을 통해 모든 신자가 더욱 성서를 가까이하고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하여 한국교회가 성숙해 가는 데 크게 기여하기를 기원합니다.

 

번역에 수고하신 모든 분의 노고를 치하드리며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축사 2> 백도웅(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 목사)

 

오늘, 이렇게 뜻 깊은 자리에 초대해 주신 주교회의 의장 최창무 대주교님, 성서위원회 권혁주 주교님을 비롯해서 이 자리에 함께하신 모든 주교님과 가톨릭 형제자매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성서는 그리스도교 신앙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그래서 성서는 언제나 일상생활과 가까워야 하며, 어렵지 않아야 합니다. 한국의 그리스도교가 급속한 성장을 이룬 것도 성서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성서 번역이 필요한 이유도 이런 데 있습니다. 1960년대 중반 천주교회는 독자적으로 성서를 번역하고자 시도하였으나, 1968년 ‘성서 번역 공동위원회’가 구성되면서 개신교와 함께 『공동번역 성서』를 번역하였습니다. 세계 최초로 가톨릭-개신교가 함께 성서를 번역했다는 자부심은 아직도 우리의 가슴을 벅차게 합니다.

 

그래서 저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서는 공동번역 성서를 공식적 행사뿐만 아니라 매일 직원 예배에서 사용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공동번역 성서』는 개신교의 일각에서만 사용되었고 실질적으로 천주교의 성서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오늘 출판 기념회가 교회일치를 지향하는 이들에게는 섭섭한 자리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새롭게 번역된 『성경』이 현대인들의 삶에 더욱 밀접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단어와 문장을 아름답게 다듬고, 우리 주님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신 화해와 평화의 복음을 더욱 명확하게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일치와 평화를 위한 기초는 더욱 굳게 다져졌다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기쁨을 한국 개신교 형제자매들을 대신하여 여러분에게 전해드립니다. 또한 새로운 번역이 개신교 형제자매들에게도 읽혀서 모든 이를 위한 하느님의 말씀으로 나타나기를 바랍니다. 

 

거듭 가톨릭 『성경』의 출판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축사 3> 민영진(대한성서공회 총무 · 목사)

 

이 자리에 오신 김수환 추기경님, 주교님, 내빈 여러분, 오늘 여러분과 이 축하의 자리를 함께하게 되어 기쁩니다. 천주교 전래 200년이 되는 해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번역한 한국 최초의 천주교 완역 『성경』이 출간된 것을 함께 기뻐하며 축하드립니다. 저를 이 자리에 초청하여 주신 주교회의 사무처장 조규만 신부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성경』 번역을 처음 시작할 때 고 임승필 신부님께서 대한성서공회의 번역 경험과 번역에 필요한 자료 협조를 요청하셔서 우리가 흔쾌히 협조를 약속하였던 일을 기억합니다.1) 지금부터 거의 15-16년 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1989년부터 시작하여 근 15년의 각고 끝에 이러한 훌륭한 번역 『성경』을 내신 주교회의에, 그리고 번역 작업에 직접 참여하신 번역자들, 문장가들과 번역을 위한 행정지원팀, 기술팀, 그리고 편집지원팀에 참여한 모든 분의 노고를 치하하며 감사드립니다.

 

『성경』을 완역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10년에서 15년을 잡습니다. 대한성서공회에서도 다음 세대의 성경 번역 계획을 세우고 지금 번역자 양성을 시작하였습니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는 번역자를 양성하고, 2015년부터 2025년까지 번역을 하고, 2025년부터 2029년까지 전국 교회에 시험본을 돌려 검토를 받고 2030년에 결정판을 내어 전국 교회가 사용한다는 계획입니다. 개신교에서 새로운 번역을 할 때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번역한 이 『성경』이 또 하나의 귀중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 같기에 미리 감사를 드립니다.

 

처음부터 이 새 번역 『성경』은 전례에 사용할 목적으로 번역이 된 줄 압니다. 또한 성경 원문에 충실한 공용 성경이 될 것을 목적으로 하여 새 번역 작업을 시작하신 줄 압니다. 우선 번역판의 이름을 ‘성서’라고 하지 않고 ‘성경’이라고 한 것이 큰 변화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개신교에서도 학자들 사이에서는 ‘성서’라는 용어가 선호되고, 교회 현장에서는 ‘성경’이 ‘성서’보다 더 잘 사용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심지어는 보수성이 강한 교회들은 ‘성서’라는 말을 피하는 대신 ‘성경’을 선호하고, 진보적 경향을 보이는 교회들은 ‘성경’이라는 말과 함께 ‘성서’라는 말도 함께 사용합니다. 그래서 『성경전서』를 번역, 출판, 보급하는 대한성서공회는 자체의 이름에는 성서공회라고 하여 ‘성서’를 넣고, 출판하는 책은 『성경전서』라고 하여 ‘성경’을 쓰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이름을 『공동번역 성서』에서는 “야훼”라고 써왔는데, 이번에 새 번역 『성경』에서는 “주님”으로 호칭을 바꾸신 것도 이 성경의 새로움입니다. “야훼”는 히브리어 하느님의 이름 네 글자 히브리어 글자 들어갑니다(58면 참조)의 본래의 발음임이 확인되기는 했습니다만 세계성서공회연합회에서는 이제 성경을 번역할 때 “여호와”는 물론이거니와 “야훼”라는 표기도 더 이상은 사용하도록 추진하지 않습니다. “여호와”는 하느님의 이름 네 글자 히브리어 글자 들어갑니다(58면 참조)의 본래의 발음을 몰랐을 때, 그 발음을 찾을 때까지 네 개 자음문자에 “주님”을 뜻하는 “아도나이”(히브리어 글자 들어갑니다(58면 참조))의 모음을 결합하여 임시방편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이제 그 발음이 “야훼”로 확인된 이상 “여호와”는 전통성 외에는 더 이상 사용할 정당성이 없어졌으며, “야훼”라는 이름으로는 부르지 않았으므로, “야훼” 칭호는 역사적으로 사도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보아서, “야훼”를 꼭 써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역대 교회가 지금까지 사용해 온 “퀴리오스”, 곧 “주님”을 이번 이 『성경』에서 다시 찾으신 것을 축하해 마지않습니다. 대한성서공회에서도 1983년 이래 새 번역에서는 “여호와”나 “야훼”를 쓰지 않고 줄곧 “주님”을 써오고 있습니다. 

 

「출애굽기」를 「탈출기」로 하는 등 경전 각 권의 책 이름들을 조심스럽게 바꾸신 것도 발전적인 변화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세계성서공회연합회는 최근 25년간 몇 차례의 세계대회를 열어, 성서 번역에 대해 논의하면서 가톨릭, 개신교, 그리스 정교회, 러시아 정교회 등과 협력하여 “성경 번역은 모든 교회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라는 원칙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서 “모든 교회”는 개신교를 포함한 천주교와 개신교와 정교회를 다 포함하는 말입니다. 그리하여 정경의 범위라든가 성경 각 권의 내용상의 차이, 특히 예레미야서의 경우, 그 차이를 서로 존중하고, 그렇게 서로 다른 편집 성경을 함께 번역하고 출판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최근에 나오고 있는 학문용 구약성서인 Biblia Hebraica Quinta는 그야말로 천주교와 개신교와 정교회 학자들이 다 모여서 편집해 내고 있는 금세기 최대의 걸작입니다.

 

세계성서공회연합회 안에서는 이미 50년 전부터 천주교와 개신교의 협조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성서공회연합회 세계대회 부회장이 바로 태국 천주교회의 조지 핌피산 주교님입니다. 그는 평생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 성서 번역 컨설턴트와 번역관리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해 오셨습니다.

 

1960년대는 한국 천주교와 한국 개신교가 공동으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번역 선교를 위한 두 교회의 협력관계가 맺어지기 시작하였고, 1971년 『공동번역 신약』과 1977년 『공동번역 성서』의 출간으로 한국 천주교와 한국 개신교의 교회일치운동의 초석을 놓았고, 두 교회 사이에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고 지속되어 왔습니다. 이번에 천주교회가 단독으로 번역한 이 『성경』은 우리말 성경 번역사에서 또 하나의 큰 공헌이라고 판단됩니다.

 

이 모든 일에 대해서도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2) 앞으로 대한성서공회는 세계성서공회와의 친교 아래 성서 번역 선교를 위해 천주교회와 파트너십을 견지해 가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1) 『공동번역 성서』(1977년)의 개정 때에도 대한성서공회는 임승필 신부님과 강대인 선생님을 개정위원으로 초청하였고, 두 분께서는 한국 천주교회의 새 번역 『성경』 번역 작업 때문에 바쁘셨는데도 『공동번역 성서』 개정 작업에 오랫동안 많은 시간을 내어 헌신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대중라틴말성서』(노바 불가타)를 가지고 개정 작업을 시작하여 그 작업을 잘 이루어낸 바 있습니다. 오늘 이 축하 모임에 참석하고 보니, 새 번역 『성경』이 완역된 것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임승필 신부님이 더욱 그립습니다. 오늘 이렇게 번역을 다듬어 출간하기까지 이 일을 맡아서 수고하신 이기락 신부님의 수고도 치하합니다. 

 

2) 남한에서 한국교회가 『공동번역 성서』를 사용하는 동안 북한에서는 조선그리스도교련맹이 이것을 북한의 국어 문법과 표기법과 문화어 규정에 따라 개정한 이른바 『공동번역 성서 평양 교정본』을 1983-1984년에 출간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1995년에 공동번역 개정위원회가 구성될 때 북한교회 대표 자리 한 석을 마련했던 일이 있었습니다만 개정 작업이 끝난 1999년까지 북한교회 대표 참석이 이루어지지 않아 개정 작업을 하는 내내 빈자리로 있었습니다.

 

[사목, 200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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