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경] 새번역 성경 발행, 그 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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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6-02-08 | 조회수6,247 | 추천수0 | |
새 번역 성경 발행, 그 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1988년 추계 정기총회에서 성서를 새로 번역하기로 결정한 뒤부터 2005년 춘계 정기총회에서 새 번역 성서를 한국 교회 공용 성경으로 채택할 때까지 이루어진 중요한 일들은 지난 2005년 『사목』 1-5월 호에서 거의 다 이야기한 것 같다. 이제 최종 윤문과 마무리 작업을 보고하고, 앞으로 하여야 할 일들을 아쉬웠던 일들과 함께 하나의 소망으로 제시해 보겠다.
1. 성경 발행 관련 결정들
주교회의 2005년 춘계 정기총회(3월 7-10일)의 결정에 따라, 3개월의 기간을 두고 우리말을 좀 더 다듬도록, 성경 발행 준비 회의가 2005넌 3월 21일에 열렸다. 그 회의 결과에 따라, 윤문위원회(위원장 심재기 서울대학교 명예 교수, 위원 성찬경 성균관대학교 명예 교수, 유만근 성균관대학교 명예 교수, 소설가 구자명 선생,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강대인과 신애경)가 임시로 구성되었다.
윤문위원회는 2005년 4월 7일부터 5월 24일까지 열두 차례의 모임을 갖고, 신약성경 전체와 시편을 검토하여, 합본위원회에 수정 제안을 하였다. 그리고 윤문위원회의 제안들은 합본 실무반에서 구약성경에까지 적용하였다. 이러한 작업 범위는 주교회의 총회에서 정한 일정을 고려하여, 성서위원장 권혁주 주교가 의장 대주교와 협의하여 결정한 것이다. 윤문위원회의 수정 제안은 그때그때 합본위원회에 보고하여 검토하고, 6월 27-30일에 합본위원회 위원들과 실무반이 같이 모여 최종 번역문을 확정하였다. 이 모임에서는 성경 봉독에 방해가 된다고 하는 일부 고유명사의 표기도 다시 고쳤다.
성서위원회는 이러한 수정 작업 결과를 주교회의 상임위원회에 보고하였다. 상임위원회 8월 4일 회의에서는 전례위원장 이병호 주교와 성서위원장 권혁주 주교가 참석한 가운데 이러한 보고를 듣고 성경의 전례 사용 문제에 관하여 다시 한 번 진지한 논의를 하였다. 그리고 이날 회의에서는 이 번역본을 다른 번역본들과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성경’이라는 명칭 앞에 가톨릭이나 천주교 또는 다른 수식어를 붙이는 문제도 검토하였으나, 성경은 가톨릭이나 개신교의 성경이 따로 있을 수 없고 오직 하나뿐이라는 의견에 따라서 제목에 그대로 ‘성경’이라고만 쓰기로 하였다.
그리고 상임위원회 9월 13일 회의에서는 새 성경의 전례 사용을 위하여 『미사 전례 성서』(독서집)의 재편집을 성서위원회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편집진에 맡기고, 전례위원회의 감수를 거쳐 주교회의 2006년 춘계 정기총회에 제출하도록 하였다. 이것은 전례위원회에 전례서 편찬 실무진이 없는 형편을 감안하여, 새 성경을 전례에서 사용하는 데 불편한 점들을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해결하고자 내린 결정이었다. 계획대로 재편집 작업이 이루어진다면, 내년 상반기에는 새로운 『미사 전례 성서』가 발행되고, 주교회의 총회의 승인을 거쳐 사도좌에 보내 인준을 요청할 것이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는 주교회의 상임위원회의 그러한 결정들에 따라서, 성경의 인쇄 제본에 들어갔다. 우선 4.6배판과 국판으로 본문을 전단 조판하여 펴내고, 그 다음에 신자들이 쓰기에 편리한 여러 판형으로, 또 본문도 2단 조판하여 발행할 계획이다. 한국교회에서 처음으로 완역 합본 성경을 발행하는 이 뜻 깊은 작업에 온 교회가 참여하고 협력한다는 의미에서, 새 성경의 인쇄 제본 작업도 가톨릭출판사와 분도출판사에서 나누어 맡도록 하였다. 새 성경의 제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교회 출판사들이 직접 한다는 것은 교회의 출판 문화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성경의 보급 또한 지역별 총판 형태로 위 두 출판사가 맡기로 하였다. 가톨릭출판사는 대전교구를 제외한 서울관구에, 분도출판사는 대전교구와 대구관구, 광주관구에 성경을 보급하도록 하였다. 물론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직접 보급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것은 예외적으로 제한적인 수량에 그칠 것이다.
새 성경은 올해 대림 제1주일인 11월 27일부터 『매일미사』에 수록하여 전례에서 사용될 것이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는 새로운 『미사 전례 성서』가 발행될 때까지, 본당 공동체의 전례 거행을 위하여 현재 『매일미사 고유 기도문』을 만들어 배부하고 있는 것처럼, 그달 전례에서 사용할 성경 본문도 따로 만들어서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다.
다른 한편으로, 기존의 공동번역 성서를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자들에게 새 성경으로 바꾸어드리거나 그 값을 깎아드리는 문제를 검토하였으나, 공동번역 성서를 지니고 있어도 그 나름대로 하느님 말씀을 묵상할 수 있는 충분한 가치가 그대로 남아있다고 보아, 그러한 할인 방법 등은 고려하지 않기로 하였다. 다만 『미사 전례 성서』는 본당 공동체들에서 구입한 시기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를 고려하여 그에 상응하는 정가 책정이나 할인 방법들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2. 편집 원칙
이 합본 성경은 여러 차례 언급한 대로, ‘본문’에 충실한 교회 공용 번역본이다. 구약성경의 히브리 말 부분은 슈투트가르트 판 히브리 말 성경(BHS: Biblia Hebraica Stuttgartensia)에 실려있는 마소라 본문을 번역 대본으로 삼았다. 구약성경의 그리스 말 부분은 원칙적으로 괴팅겐 판 칠십인역 성경(Septuaginta: Vetus Testamentum Graecum, Auctoritate Academiae Scientiarum Gotingensis editum)을 번역 대본으로 삼았다. 신약성경은 세계성서공회가 발행한 그리스 말 신약성경(The Greek New Testament 4th edition, The United Bible Societies, 1993년)을 번역 대본으로 삼았다.
새 성경의 편집 원칙을 간략하게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1) 성경 각 책의 순서는 새 대중 라틴 말 성경(Nova Vulgata)을 따른다. 다만, 마카베오기 상하권은 공동번역 개정판처럼 역사서 맨 끝부분, 곧 에스테르기 뒤에 두었다.
2) 이 성경에는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각주만을 붙인다.
3) 우리말은 국립국어연구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을 기준으로 삼는다.
4) 외국말 고유명사와 외래어 표기는 정부에서 발표(문교부 고시 제85-11호, 1986. 1. 7.)한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되, 주교회의에서 확정한 용어와 공동번역 등 현대 성경 번역에서 널리 쓰이는 관용을 폭넓게 존중하면서, 번역위원회에서 정한 원칙에 따라서 음역하고 고딕체로 표기한다.
5) 히브리 말 “야훼”는 “주” 또는 “주님”, 때에 따라서는 “하느님”으로 옮기고, 굵은 고딕체로 표기한다. 다만, 하느님께서 직접 이름을 계시하시는 곳(탈출 3,15; 6,2 등)에서는 “야훼”를 그대로 썼다.
6) 히브리 말 ‘기름붓다’에서 나온 특수 명사 “기름부음받은이”와 예수님을 가리키는 칭호 “사람의 아들”은 고딕체로 표기한다.
7) 히브리 말 도량형과 그리스 말 도량형은 원칙적으로 음역하여서 옮긴다. 부록에 제시한 도량형의 환산은 기본적으로 로쿰 방식(oumenisches Verzeichnis der biblischen Eigennamen nach den Loccumer Richtlinien)을 따른다.
8) 한 문단에서 “너”와 “너희”가 섞여서 나올 때에는, 되도록이면 “너희”로 통일하였다.
9) 신약성경의 각주에 기재한 구약성경의 구절들이 우리 성경 본문과 다른 경우는, 기본적으로 칠십인역 성경을 바탕으로 삼은 것이다.
10) 성경 구절은 줄여서 표기한다. 예를 들어서 ‘창세 5’는 창세기 5장을, ‘창세 3,15’는 창세기 3장 15절을 가리킨다. 한 절이 다시 세분될 경우에는 ㄱ, ㄴ 등으로 표기한다. ‘창세 5,2ㄱ’은 창세기 5장 2절 전반부(운문에서는 첫째 줄)를 뜻한다. 또한 하나의 절 표시 아래에서 다시 여러 절이 나누어질 때에는 원문자로 표시한다. 예를 들자면, 에스테르기 4장 17절 아래에는 30개의 절이 더 들어있어서, 17① ~ 17으로 표시하였다.
그리고 창세기 3장 5절부터 10절까지와 같이 절이 이어질 때는 붙임표를 써서 3,5-10으로 표기하고, 창세기 4장부터 6장까지와 같이 장이 이어질 때는 줄표를 써서 창세 4-6으로 표기한다. 둘 이상의 구절이 나올 때에는 쌍반점(;)으로 연결한다. 예를 들어서 ‘잠언 1,28; 아가 5,6’은 잠언 1장 28절과 아가 5장 6절이라는 말이다.
해당 책의 구절은 책 이름을 별도로 기재하지 않고 숫자로만 표기한다. 예를 들어서 시편에 ‘11,7; 민수 12,8’이라고 되어있으면, 시편 11의 7절과 민수기 12장 8절을 말한다. 한 책의 여러 구절들이 계속 나열될 경우에 책 이름은 앞에 한 번만 기록하며(예를 들면, 욥 14,18; 18,4), 같은 책의 같은 장에서 두 구절 이상이 나올 때에는 절을 연이어서 온점(.)으로 연결한다(예를 들면, 시편 22,3.15.24). 또한 성서의 여러 책들이 연달아서 나올 때에는, 해당 본문의 책을 맨 앞에 넣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앞의 목차에 있는 순서에 따라서 배열한다.
3. 성경의 출판 승인과 저작권 사용
주교회의는 2005년 10월 10일에 추계 정기총회를 시작하며, 모든 주교님과 성경 번역에 협력하신 분들 그리고 여러 성서학자들을 모시고 성경 출판 기념회를 가졌다. 그 뒤에 성경이 보급되기 시작하면, 성서학자들은 성경의 주석서나 해설서를 출판할 때에 대개 새 성경의 번역문을 인용하고자 할 것이다. 그리고 새 성경 본문에 따라서 성경전서에 대한 주석서나 해설서를 기획하는 출판사도 있을 것이다. 벌써 주석 성경의 출판 승인을 요청해 놓은 곳도 있다.
성경을 출판하고자 할 때에는 우선 두 가지 절차를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첫째, 성경은 교회법 제825조 1항에 따라서 사도좌나 주교회의의 승인(Imprimatur)을 받아야 출판할 수 있다. 이러한 규범은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1998년 추계 정기총회에서 승인한 「신앙과 도덕에 관한 저작물의 출판 승인 규정」 제5조에도 그대로 인용되어 있다. 이를테면, 어떤 성서학자들이나 출판사가 성경을 새로 번역하거나 주석 또는 해설을 덧붙여 출판하려고 한다면, 먼저 주교회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 성경이 전례에서 사용되는 공용 성경이든 아니든 교회에서 공적으로 배포할 것이라면, 곧 성당이나 경당에서 전시, 판매, 배포할 것이라면, 출판 전에 반드시 주교회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국 주교회의는 지금까지 공동번역 성서나 200주년 신약성서 또는 개인 출판사에서 펴낸 주석 성서 또는 해설 성서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출판 승인을 한 일이 없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새 성경에 대한 출판 승인을 하고, 이를 공용 성경으로 채택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어떠한 까닭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더라도, 앞으로는 이 교회법 규범을 지켜야 할 것이다. 주교회의 2005년 추계 정기총회에서는 ‘성서 출판 승인에 관한 세부 규정’을 제정하였다.
성경 전체를 해설한 성경이나 주석 성경의 출판은 교회법에 따라서 마땅히 주교회의 성서위원회와 신앙교리위원회 등의 실질적인 심의를 거쳐 주교회의의 승인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출판 승인을 받으려면, 주교회의 총회 개최(정관 제8조에 따라서, 사순 제3주일 다음 주간과 10월 제2주일 다음 주간) 최소 6개월 전에 출판 승인 신청서를 주석 원고 등과 함께 주교회의 사무처로 제출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주교회의에서 공용 성경으로 채택한 새 성경의 본문을 그대로 사용하여 만드는 영상 성경과 음향 성경, 디지털 성경(검색 프로그램 포함) 등은 그 내용보다는 외적인 형식에 관련된 문제들만 확인하면 되므로, 그 외적인 심의 절차를 주교회의 사무처에서 수행하고 그 결과를 주교회의 총회에 보고하여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한편, 모세오경, 예언서, 복음서 등 주제나 내용에 따라 묶은 저작물은 주교회의에 출판 승인을 받아야 하겠지만, 성경 낱권의 해설서 등은 관할 교구장에게 출판 승인을 받으면 될 것이다.
둘째, 성경 전서에 대한 주석 또는 해설이든 성경 낱권에 대한 해설이든 새 성경의 번역문을 인용하려고 할 때에는, 위에서 말한 출판 승인과는 별도로, 주교회의(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 그 저작권의 사용 승인을 신청하고, 저작권 사용 계약을 맺어야 한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는 성경 발행과 동시에 이 번역문의 저작권을 등록하였다. 저작권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저작물은 국제 협약과 실정법에 따라서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다. 따라서 제2차 저작물인 성경 번역문도 그러하다. 그러나 성서학자들의 자유로운 연구나 집필을 위하여 어느 정도까지는(새 성경 번역문의 인용이 전체 저작물의 3분의 1 이내일 때에는) 다른 저작물들과는 달리 저작권 사용료를 요청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이러한 문제로 지금보다 더 불편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는 또한 성서학자들이 집필할 때나 일반 출판사들이 출판물을 발간할 때, 새 성경을 인용할 수 있도록 주교회의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새 성경의 본문 전체를 게재하여 누구나 쉽게 무료로 이용하도록 하였다. 주교회의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새 성경을 인용할 때 매우 편리할 것이다. 그리고 성경 검색 프로그램도 각 교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에서는 아무런 제한 없이 누구나 아무 때나 사용할 수 있도록 완전히 개방할 예정이다. 어떻든지 『성경』의 저작권 행사에 대한 주교님들의 뜻은 하느님 말씀을 널리 보급한다는 취지를 살리면서 『성경』의 상업적 남용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4. 앞을 내다보며
새 성경의 필름이 인쇄소로 넘어간 다음부터, 누가 전화로든 무엇으로든 성경 이야기만 하면 교정자로서 신경이 곧추설 수밖에 없다. 교정자의 비애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교정자도 이해하지 못하는 까닭으로, 번역자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였던 문제들을 교정자가 맨 먼저 해명하여야 하는 책임 때문에 마음이 늘 짓눌리며 살아갈 것이다.
더 많은 성서학자들이, 더 많은 전문가들이 한마음이 되어서 이 성경 번역 작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무엇보다 크다. 또한 존경하는 임승필 신부님께서 떠나신 그 자리가 너무 넓고 커서 썰렁하고 춥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전문가적인(?) 견해들과 부대끼며 부질없이 왔다갔다만 한 일들도 수없이 되풀이해 왔다. 진이 다 빠졌다. 성경은 예외라고 하겠지만, 글이란 여럿이 같이 쓴다고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또한 고친다고 반드시 나아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마무리 작업에서 가장 아쉬움이 컸던 일은 외국 고유명사(인명과 지명)의 표기가 시안에서 너무 후퇴해 버렸다는 것이다. 되도록 히브리 말이나 그리스 말의 특징을 살리고 외래어 표기법을 살려서 우리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표기하려고 하였던 본래의 뜻이, 성당에서 성경을 읽는 이른바 ‘성경 소비자’들의 처지를 고려하여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우선 우리 귀와 입에 낯설다는 이유 때문에, 그리고 관용이라는 허울 때문에 많이 퇴색해 버렸다.
실제로 한 사회의 변천에서 언어의 변화가 가장 늦다고 한다. 언어 가운데서도 소리(음성)의 변화가 더 늦다고 한다. 그래서 공동번역 성서가 나왔을 때에 개신교에서 이것을 사용하지 못하였던 실제적인 이유는, 성서의 해석 차이나 무슨 거창한 신학적인 이견 때문이 아니라, 외국 고유명사들의 표기를 현대식으로 많이 바꾸었기 때문에, “마대, 마가”를 외치던 목사님들이 제대로 설교를 할 수 없었던 까닭이 컸다고도 한다.
우리 할머니들이 히브리 말의 이중 모음을 발음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다 아는 일이다. 그렇지만 공동번역 성서를 사용한 지가 30년도 채 안 된 지금, 그 표기가 입에 익어서 바꾸지 못한다고 하는 이유에도 완전히 수긍할 수는 없다. 처음에는 어색할 수밖에 없지만, 새로운 표기도 30년 정도 지나면 관용적인 표현이 되기 때문에 바꾸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어떻든지 새 성경의 외래어 표기는 관용을 너무 많이 존중하여 어떠한 원칙을 뚜렷이 제시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아쉬움이 크다.
번역문에 대한 양해 말씀은 번역자들을 대신하여, 히브리 말 집회서를 그리스 말로 옮긴 이가 그 머리글에서 밝힌 말로 대신한다. “우리가 정성껏 번역하였지만, 어떤 표현들은 제대로 옮길 수 없었다고 여겨지니 이를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히브리 말 표현들을 다른 말로는 똑같이 옮길 수 없습니다. 이 글들뿐 아니라 율법서조차도 그리고 예언서와 나머지 글들도 원문과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습니다”(집회, 머리글 15-25).
새 성경이 발행되고 나면, 여러 성서학자들이 학문적으로 그 번역문에 대한 비판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적극적인 연구 작업들을 통하여 다음 세대의 공용 성경을 마련하는 토대가 이루어지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성경의 개정판 발행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 성서학자들이 공동번역의 신구약 합본 성서가 나오기 전인 1974년 7월 16일에, “현 공동번역 성서는 문장이 평이하여 사목상의 실용성은 있으나, 정확성이 결여되어서 강의나 주해서 등의 대본으로 사용하기는 곤란하므로, 원문에 충실한 새로운 번역과 학구적인 해제와 주석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고, “‘200주년 신약성서 번역 위원회’를 구성”하였던 것처럼, 역량 있는 학자들이 지금부터라도 새 성경에 대한 비판을 토대로 하여 다시 새로운 번역 작업을 시도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서위원회 위원장 주교님께서 밝히셔야 할 계획이지만, 새 성경의 번역문을 최종 확정하였던 ‘성서합본위원회’의 회의에서는 지금까지 해제와 각주를 붙여 낱권으로 발행해 왔던 ‘새 번역 성서’를 바탕으로 새 성경에도 해제와 각주를 붙여 합본하고 또 낱권으로도 발행할 수 있는 준비 작업을 올해 겨울부터 시작하기로 하였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기존의 해제나 각주의 보완과 재검토 그리고 필요하다면 새로운 집필의 문제까지도 논의하여 결정할 것이다. 그리고 새 성경의 용어 색인(Concordance) 작업 등의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는 지금까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하여 성서 주간 등에 제한적으로 해오던 ‘성경 무상 보급’을 좀 더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계획을 세워서 해나가기로 하였다. 그 구체적인 방법은 각 교구의 의견을 들어보고 정하겠지만, 지금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또한 그러한 취지에서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성경의 제작 지원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사목, 2005년 11월호, 강대인(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행정실 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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