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동물] 사랑과 평화의 상징 비둘기: 하느님의 영, 비둘기 모습으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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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6-07-19 | 조회수3,773 | 추천수0 | |
[성경 속의 동식물] 사랑과 평화의 상징 비둘기 하느님의 영, 비둘기 모습으로
- 성경에서 비둘기는 하느님의 영, 아름다운 연인의 모습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 가슴에 금이 갔다. …(중략)…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 날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김광섭 시인 '성북동 비둘기')
학창시절에 읽었던 '성북동 비둘기'때문이었던가. 나는 한동안 비둘기가 슬퍼 보였다. 보금자리를 잃고 이리 저리 떠도는 비둘기 삶에서 현대 물질 문명에서 점점 소외돼 가는 우리 모습을 보는 것은 지나친 생각일까. 어쨌든 신학생 때 대학로의 비둘기를 보면 '성북동 비둘기'를 항상 머리에 떠올리곤 했다.
요즘 고궁이나 공원에서 볼 수 있는 비둘기떼는 사람이 먹이를 주면 가까이 다가와 친근감을 갖게 한다. 도시의 비둘기는 여간해서 사람을 피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비둘기는 생각보다 상당한 대식가로 배설물도 많아 주변을 지저분하게 만든다. 또한 산성이 강한 비둘기 배설물로 건물이나 조형물이 훼손되기도 한다. 사랑과 평화의 상징으로 불리는 비둘기가 요즘 도시에서는 환경오염의 주범이라 불릴 만하다. 먹이가 흔한 도시 비둘기는 잘 날지도 못해서 심각한 비만으로 사람처럼 고혈압, 심장병 등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한다.
비둘기는 다른 애완 조류와는 달리 멀리서도 집을 찾아가는 귀소 본능이 있다. 그래서 제1차 세계대전 때 비둘기는 프랑스군의 위기를 알리는 데 맹활약을 했다고 한다. 또 비둘기는 몸을 숨기는 능력이 뛰어나고 외딴 지역에 둥지를 트는 습성이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비둘기를 평화의 상징으로 여기게 되었을까? 고대 사람들은 비둘기에게는 담낭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담즙에 미움이나 분노가 깃든다고 생각해, 비둘기를 증오나 분노와는 무관한 평화로운 새라고 생각했다. 또 부리를 부딪히며 애정 표현을 하고, 다산을 하는 비둘기는 사랑의 여신으로도 여겼다.
지난번에 언급한대로 올리브는 풍요와 생명의 상징이다. '비둘기와 올리브'를 '평화'라는 이미지와 연관시킨 것은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서 볼 수 있다.
"저녁때가 되어 비둘기가 그에게 돌아왔는데, 싱싱한 올리브 잎을 부리에 물고 있었다"(창세 8,11).
이처럼 올리브 나무 가지를 물고 있는 비둘기의 이미지는 평화의 상징이 됐다. 사실 이 이야기의 원형을 이루는 수메르인의 홍수 설화에서는 큰 까마귀가 비둘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죽은 고기를 먹는 까마귀는 유다인에게 더러운 새로 간주되었기에 비둘기로 대체한 것으로 생각된다.
성경에서는 집비둘기와 산비둘기가 함께 언급된다. 성경에서 비둘기는 희생제물을 위한 새이다. 하느님께 드리는 제물을 산비둘기나 집비둘기 새끼로 바치라고 한다(레위 1,14). 비둘기와 비둘기 새끼는 양이나 염소를 제물로 바칠 수 없는 가난한 자들 제물이었다(레위 5,7). 비둘기 울음소리는 슬프게 들리기에 인간의 슬픔을 비둘기의 소리에 비유하기도 했다(이사 38,14). 또한 아가서는 아름다운 연인의 모습을 비둘기에 비유하고 있다(아가 1,15; 2,14; 4,1).
신약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뱀같이 슬기롭고 비둘기같이 순박하라고 당부하신다 (마태 10,16). 이처럼 비둘기는 순결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더 나아가서 하느님 영의 모습으로 비유되기도 했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물에서 올라오실 때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영이 비둘기같이 내렸다고 표현한다(마태 3,16: 마르 1,10: 루카 3,22: 요한 1,32). 성령을 비둘기 모습으로 표현한 것은 예수께서 새로운 창조의 임무를 수행하실 분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성경에서 비둘기는 시, 예언, 비유, 노래 등 여러 방면에서 인용했다. 그런데 평화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비둘기는 의외로 폭력적 습성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모든 존재는 양면성을 지닌다는 진리가 확인되는 대목이다.
[평화신문, 2006년 7월 2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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