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동물] 겸손과 미련함의 상징인 나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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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6-09-27 | 조회수6,479 | 추천수0 | |
[성경 속의 동식물] 17 - 겸손과 미련함의 상징인 나귀 나귀 타고 예루살렘 입성하신 예수
- 예수께서는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자존심이 강한 말을 타지 않고 온순한 당나귀를 타고 오셨다. 사진은 '예루살렘 입성', 12세기, 모자이크.
올 초에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갔다가 당나귀를 탄 적이 있다. 처음에는 당나귀 실력이 못미더웠는데 순례단 일행을 태운 당나귀는 좁다란 협곡을 안전하게 통과했다. 말에 비해 생김새도 우스꽝스럽고 목소리도 곱지 않다. 그런데 어린아이들이 타도 아무 위험이 없다고 하니 정말 순한 동물인 것 같다.
나귀는 고대 아프리카 산악 지대나 중동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고대 중동 지방에서는 나귀에 안장을 지워 등에 타고 다니기도 했다. 왕이나 제사장과 같은 지체 높은 사람들의 운송 수단이었다.
나귀는 체구가 작으면서도 허리가 튼튼해 등에 짐을 얹어 운반하는데 안성맞춤이었다. 그런데 나귀는 때때로 주인에게 순종하지 않고 고집이 센 단점이 있다. 그래서 말을 채찍으로 다스리는 것처럼 나귀는 입에 자갈을 물려 다스린다.
당나귀는 말과의 포유류 동물로, 세계 모든 지역에 분포해 있다. 키는 140~150cm, 몸무게는 350~400kg 정도이다. 당나귀는 가축으로 기르는 것과 야생이 있다. 야생 당나귀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분포해 있다. 당나귀를 가축으로 기른 것은 물자 운반을 위해 기원전 4000년경 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나귀의 어원은 '작은 것'이라는 뜻이다.
성경에서 당나귀는 짐을 나르며(창세 22, 3) 쟁기로 밭을 가는(이사 30, 24) 짐승이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수레를 끄는 일이다. 나귀가 일반 백성들에게 친근한 동물이었지만 또한 나귀와 노새는 고대 근동 지방 왕의 의식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솔로몬은 왕이 되기 위한 기름 부음을 받으러 기혼으로 갈때 다윗의 노새를 탔다. 다윗 임금이 차독 사제와 나탄 예언자, 그리고 여호야다의 아들 브나야에게 "그대들은 그대들 주군의 신하들을 거느리고, 내 아들 솔로몬을 내 노새에 태워 기혼으로 내려가시오"라고 명령했다(1열왕 1, 33). 열왕기에는 입성할 때 의전으로 나귀를 탔다고 기록돼 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입성 때 어린 나귀를 타고 오신 이유를 생각해볼 만하다. 사실 예수님은 나귀를 타심으로써 우리들에게 깊은 교훈을 남겨주셨다. 자존심이 강한 말을 타지 않고 온순한 당나귀를 일부러 택하신 것이다.
당나귀 모습은 우리들에게 예수님의 가치관을 가르쳐준다. 성경에서 나귀는 겸손과 봉사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만왕의 왕이지만 겸손하게도 어린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왕의 대관식을 하셨다.
나귀는 미련함을 상징하기도 한다(잠언 26, 3). 유다인들은 연자 맷돌을 돌려 곡식을 찧는 데 나귀 힘을 빌렸다. 구약성경에서 나귀는 유다인들 재산으로 취급한다. 성경은 특히 나귀의 재산적 가치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구덩이를 열어놓거나 파고 그것을 덮지 않아서 소나 나귀가 거기에 빠졌을 경우, 그 구덩이 임자는 짐승의 임자에게 돈을 치러 배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탈출 21, 33-34). 또한 정의 실현에 관한 법을 설명하면서 나귀 안전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탈출23, 4-5).
나귀는 주로 가난한 이들과 가까운 동물로 묘사됐고 이런 특징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런데 그리스도교 오랜 전승에서 나귀는 겸손과 봉사뿐 아니라 게으름, 어리석음과 완고함의 정반대 상징도 드러냈다. 붉은 나귀는 사탄의 모습을 나타내는 그림이 되기도 했다.
[평화신문, 2006년 9월 24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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