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동물] 거짓 예언자를 상징한 이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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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6-11-22 | 조회수2,947 | 추천수0 | |
[성경 속의 동식물] 22 - 거짓 예언자를 상징한 이리
- 애기노 바이너트(1920~ ), '제자들을 파견하시는 예수님', 혼합재료, 작가소장, 독일. 자료제공=분도출판사.
이리는 생김새가 개와 비슷하지만 가축과 애완용으로 사람과 친숙한 개와 달리 결코 길들일 수 없는 사납고 잔인한 동물이다.
이리는 후각이 대단히 예민하다. 그래서 멀리 떨어져 있어 보이지 않는 것도 쉽게 냄새로 안다. 평소에는 쥐, 물고기 등과 같은 작은 동물을 잡아먹지만 여러마리가 큰 떼를 지으면 사슴이나 소, 말과 같은 큰 동물도 이리의 먹잇감이 된다.
이리는 사나운 이빨로 물어뜯고 잡은 짐승을 남겨 두지않고 다 먹어 치운다. 특히 턱과 근육이 잘 발달해서 양이나 돼지 새끼를 입에 문 이리는 먹잇감을 땅에 끌지 않고서도 양 보다 빨리 달리 수 있다.
그렇지만 이리는 겁이 많아 목자가 고함을 치든지 사냥개가 쫓으면 입에 물고가던 먹이를 땅에 던져놓고 줄행랑을 치기도 한다.
옛날 팔레스티나 지방에는 이리가 많아 양떼를 곧잘 해치는 위협적 존재였다. 이리는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전역과 북아메리카, 유럽 등지에 골고루 번식했으나 지금은 거의 멸종되다시피 했다.
성경에서 이리는 일반적으로 거짓 예언자를 상징했다. "너희는 거짓 예언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양의 옷차림을 하고 너희에게 오지만 속은 게걸 든 이리들이다"(마태 7,15).
이리는 또한 악한 세상 사람을 상징하기도 했다. 물어뜯고, 사나우며, 남겨 두는 것이 없고, 노략질하고, 가축을 해치는 흉악한 짐승이기 때문이다.
이리는 사람의 눈을 교묘하게 피해 다니면서 먹이를 몰래 습격하고 목장의 양을 훔쳐간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이러한 이리 습성에 빗대어 "내가 떠난 뒤에 사나운 이리들이 여러분 가운데로 들어가 양떼를 해칠 것임을 나는 압니다(사도 20,29)"라며 교회에 몰래 들어오는 이단자를 이리에 비유했다.
창세기에서 야곱이 "벤야민은 약탈하는 이리, 아침에는 움켜쥔 것을 먹고 저녁에는 잡은 것을 나눈다"(창세 49,27)며 이리의 습성에 아들 벤야민을 비유한 것은 매우 흥미롭다. 스바니야 예언자는 이방 족속의 죄를 지적할 때 이리의 습성을 비유했다. "그 안에 있는 대신들은 으르렁거리는 사자들 그 판관들은 저녁 이리떼 아침까지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스바 3,3).
특히 이리는 힘없는 양떼들을 잔인하게 대한다(마태 10,16; 사도 20,29). 무서워서 어쩔 줄 몰라 쩔쩔매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써 "이리 앞의 양"이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이리는 야행성 동물이어서 낮에는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먹이를 찾아 나선다. 서로를 잡아먹기도 한다니 끔찍한 동물이다.
이런 자세한 묘사들을 통해서 성경 저자들은 이리에 비유되는 악인들이나 악한 제도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고 끔찍함과 잔인함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기적인 종교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부정직한 대신들과(스바 3,3) 거짓 예언자들과 거짓 교사들도 이러한 이리의 습성을 닮았다고 표현한다(사도 20,29). 예수님의 제자들에게 적대적인 세상 자체도 이리와 같다(루가 10, 3).
그래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면서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그러므로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마태 10,16)고 하셨다. 순박한 양같은 제자들을 이리떼가 득실대는 곳으로 보내셨던 예수님 마음이 얼마나 안타까우셨을까? 지금의 우리들을 바라보시는 예수님 마음도 이와 같으실 것이라 생각한다.
[평화신문, 2006년 11월 5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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