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식물] 약자에 대한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내는 갈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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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6-12-01 | 조회수3,150 | 추천수0 | |
[성경 속 동식물] 25 - 약자에 대한 하느님 자비를 드러내는 갈대
- 강기슭이나 늪 같은 습지에서 자라는 갈대는 약자에 대한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낸다. 사진은 경남 창녕 우포늪의 갈대.
우리가 잘 아는 전래동화에 당나귀처럼 큰 귀를 가진 임금님 이야기가 있다.
임금님은 큰 귀를 가리려고 항상 큰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임금님의 이발사 단 한 사람뿐이었다. 이발사는 이 비밀을 누설하면 사형에 처한다는 엄명을 받았다. 혼자 속으로만 임금님의 비밀을 간직하던 이발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강가에 나가서 구멍을 파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속삭인 후에 구멍을 덮었다.
얼마 후에 그 구멍에서 갈대가 돋아났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갈대가 흔들리면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온 고을에 펴져나갔다. 결국 임금님 비밀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화가 난 임금님은 이발사를 옥에 가두고 처형하려다가 곧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반성하게 된다. 당나귀처럼 큰 귀로 백성들 어려움에 귀 기울이는 성군이 됐다는 이야기다.
갈대는 강기슭이나 늪 같은 습지에서 자란다. 키가 크지만 줄기 속이 비어 있어서 부러지기 쉽다. 그러나 마르기 전에는 줄기가 유연해서 바람부는대로 흔들린다. 줄기는 마디가 있고, 그 마디마디에 좁고 긴 잎이 나 있으며, 줄기 끝에 망이 달린 꽃이 이삭져서 핀다.
갈대는 습지나 갯가, 호수 주변 모래땅에 군락을 이루고 자란다. 뿌리줄기 마디 부분에는 황색 수염뿌리가 많다. 프랑스의 유명한 사상가 파스칼은 그의 저서 「팡세」 첫머리에 "인간은 자연 가운데서 가장 약한 하나의 갈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하는 갈대다"고 말했다. 이런 언급은 성경에 나오는 '부러진 갈대'(마태 12,18-21)에서 유래한 것이다.
갈대는 팔레스티나, 시리아, 시나이반도 일대에 흔히 자라며 나일강 상류 및 요르단강 유역, 사해주변에 울창한 숲을 이뤄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물론 이 지역 갈대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갈대와 조금 다르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성경에는 갈대 지팡이(2열왕 18, 21; 이사 36,6; 에제 29,6)가 등장한다. 사람들은 갈대로 어떻게 지팡이를 만들 수 있을까 궁금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지역에 자라는 갈대는 키가 크고 길게 물 속이나 진흙 속에 뻗어 있다. 또한 줄기가 곧게 물 위로 높이 자라는데, 중동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갈대는 높이가 4m까지 이른다.
따라서 줄기는 대나무처럼 굳고 단단해서 지팡이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이 갈대 줄기는 부러지면 잘게 갈라지면서 날카로운 가시가 되므로 매우 위험하다. 이런 이유로 갈대를 아랍어로는 창을 의미한다고 한다. 무성한 갈대밭은 군사들이 행군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되기도 했다(예레 51,32).
그러나 일반적으로 갈대는 연약한 것으로서 약자에 대한 하느님 자비를 나타내는 비유로 사용되고 있다(이사 42,3; 마태 12,20). 예수님께서는 믿음 없는 사람을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에 비유하기도 하셨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한 세례자 요한을 갈대의 꿋꿋함에 비유하기도 하셨다(마태 11,7-11; 루카 7,24-28).
성경 시대에는 갈대를 울타리, 방석, 피리, 자, 펜, 지팡이, 건축재로 흔히 사용했기에 집 근처에서 심고 가꿨다. 줄기를 깎아서 펜으로도 이용했는데 양피지나 파피루스로 만든 종이에 글을 쓰는 데 이용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것도 무용한 것은 없는 셈이다.
[평화신문, 2006년 11월 26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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