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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 가난한 이들의 양식 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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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7-04-27 조회수3,441 추천수0

[성경 속의 동식물] 43 - 가난한 이들의 양식 오이

 

 

- 오이는 성경시대에 하층계급 사람들에게 여름철의 중요한 식량이었다.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잘 챙기는 간식 중 하나가 오이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갈증이 나면 땀을 식히며 배낭 속에 깊숙이 넣어두었던 오이를 꺼내서 먹는 맛이란 정말 기가 막히다.

 

또한 미인에게는 오이향이 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이는 피부미용에 빠질 수 없다. 특히 여름철 태양에 지친 피부에는 오이만큼 좋은 천연 재료가 없다. 빨갛게 달아오른 피부에 오이로 팩을 해주면 열을 내려주는 동시에 자외선으로 인한 기미, 주근깨 생성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90% 이상이 수분으로 이뤄져 있는 오이는 피부 진정 및 보습 효과가 뛰어나고 비타민C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미백작용에도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오이는 인체에 열과 독이 올라오는 것을 막아주는 기능을 한다. 또한 피부 노화를 억제해주는 콜라겐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노화를 방지하기도 한다. 그런데 오이는 피부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많이 주는 음식이다. 칼로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소주에 오이를 썰어 담가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 알칼리성 식물인 오이에는 활성산소를 무독화하는 해독작용이 있다고 한다. 오이 한 개가 갖고 있는 다양한 효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오이는 박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덩굴식물이다. 원산지는 북부 인도 지방으로 추정되며 우리나라에는 1500년 전 중국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날 오이는 널리 재배하고 있는 식용 식물로 전체에 잔털이 나 있다.

 

성경에서 보면 이스라엘 백성이 시나이 광야에서 먹을 것이 없다고 불평하며 원망하는 대목이 민수기에 나온다. "우리가 이집트 땅에서 공짜로 먹던 생선이며, 오이와 수박과 부추와 파와 마늘이 생각나는구나"(민수 11, 5). 여기서 등장하는 오이는 메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메론의 변종에는 오이처럼 열매 모양이 긴 것이 있는가 하면, 오이의 변종에는 메론처럼 둥근 열매가 달리는 야생종도 있다.

 

그런데 이집트 카이로 주변, 나일강의 홍수에 씻기는 평야 쪽에 지금도 털이 있는 오이가 널리 재배되고 있다. 이것을 '이집트 메론'이라고 부른다. 이 열매는 오이보다 메론에 가깝다. 하얗고 투명한 털에 싸여 있으며 메론을 닮아서 살이 연하고 수분이 많다. 오이는 인도에서 3000년 전부터 재배했던 식물로 고대 이집트에서는 이미 제12왕조 때(BC 1750년)에 벌써 널리 재배되고 있었다.

 

오늘날 이집트나 팔레스티나에서는 습기 있는 평야나 관개시설이 잘 된 땅에서 오이 농사를 많이 짓는다. 성경시대 당시에 오이는 하층계급 사람들에게 여름철의 중요한 식량이었다. 대개는 당시 가난한 사람이 먹는 한 끼 식사라고 하면 오이와 보리빵 하나였다.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했던 이스라엘 백성이 그들의 일상식품이었던 오이를 그리워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오이는 사람들이 도둑이나 동물에게서 지킬 가치가 있는 중요한 작물이었다. 지금도 팔레스티나의 오이나 수박 농원에는 원두막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레미아는 우상을 오이 밭의 허수아비에 비유하기도 했다. "저들의 우상들은 오이 밭의 허수아비 같아 말할 줄 모른다. 그것들은 걸을 수가 없기 때문에 누군가 반드시 날라다 주어야 한다"(예레 10,5). 우상들은 외적으로 화려하게 치장했지만 실제로 내용과 실속이 없다는 극단적 표현이다(바룩 6,69).

 

작은 오이 하나가 갖는 많은 유익함을 볼 때 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된다.

 

[평화신문, 2007년 4월 8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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