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동물] 상상의 동물 용: 구세주 활동 방해하는 적대자 | |||
---|---|---|---|---|
이전글 | 이전 글이 없습니다. | |||
다음글 | [성경용어] 기독(基督)이라는 가톨릭 고유의 한자 용어의 어원과 출처들 - 루카 복음서 2 ... |2| | |||
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7-09-20 | 조회수3,234 | 추천수0 | |
[성서 속 동식물] 60 - 상상의 동물 용 구세주 활동 방해하는 적대자
머리에는 뿔이 있고 비늘이 있는 긴 몸통은 거대한 뱀과 같으며 날개와 네 발이 있어 하늘과 땅을 자유자재로 드나든다. 크고 마력적인 눈을 부릅뜨고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고 불을 뿜는 모습은 권위와 위엄을 드러낸다. 용을 실제로 본 사람은 없지만 우리의 상상 속에 등장하는 용은 이렇게 언제나 신비로운 모습이다.
우리나라 민간신앙에서는 용이 물을 지배해 비를 뿌리고 어부를 보호한다고 믿었다. 바다, 강, 연못 등 물속에 살면서 물에 관한 모든 일을 주관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농민들은 비가 안 오고 물이 부족하면 '용'자가 들어간 연못이나 강, 바다, 산, 바위 등에서 기우제를 지냈다.
경기도 용두산, 충청도의 용연, 황해도의 용정, 평안도의 구룡산, 경상도의 용수암 등은 효험이 큰 기우처로 널리 알려져 왔다. 어민들도 용을 상서로운 동물로 숭배했다. 어민들에게 바다는 생계를 위한 터전임과 동시에 언제 목숨을 앗아갈지 모르는 두려운 곳이었다. 바다 밑 용궁에 살고 있는 용왕에게 어부들의 목숨을 지켜주고 물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게 해달라고 빌기도 했다.
동양에서는 용을 모든 동물들의 왕으로 여겼고, 용의 형상은 제국의 신성한 힘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 역대 중국 황실의 문장으로 사용했다. 우리나라도 용안(임금의 얼굴), 용상(임금이 앉는 평상), 용포(임금의 옷) 등 임금과 관계되는 것에는 거의 빠짐없이 '용'이라는 접두어를 붙였다.
영어로 용을 뜻하는 '드래곤'은 그리스어의 '드라콘'에서 유래됐는데, 이 단어의 원래 뜻은 큰 뱀, 즉 바다뱀을 의미했다. 이 때문에 서양의 신화에서도 용을 뱀의 형상으로 표현했다. 뱀의 몸집이 크고 독이 치명적인 중동지역에서는 뱀과 용을 악의 원천으로 생각했다. 이처럼 서양에서는 용을 악한 세력으로 여겼다.
그리스도교에서도 용은 죄와 이교를 상징했다. 성화에 나오는 용은 성인과 순교자의 무릎 아래 굴복하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성경에서는 창조설화에 용이 등장한다. "하느님께서는 큰 용들과 물에서 우글거리며 움직이는 온갖 생물들을 제 종류대로, 또 날아다니는 온갖 새들을 제 종류대로 창조하셨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창세 1,21).
또 하느님의 적대 세력으로도 자주 등장한다. "당신께서는 바다를 당신 힘으로 뒤흔드시고 물 위에서 용들의 머리를 부수셨습니다"(시편 74,13).
예레미야는 바빌론 왕을 용에 비유했다. "바빌론 임금 네부카드네자르가 나를 잡아먹고 나를 무너뜨렸다. 그는 나를 빈 그릇으로 만들었다. 그가 용처럼 나를 삼켜 나를 진미로 삼아 자기 배를 채우더니 다시 뱉어 냈다"(예레 51,34).
요한묵시록에서 용은 구세주의 활동을 방해하려는 하느님의 적대자를 상징한다. "용의 꼬리가 하늘의 별 삼분의 일을 휩쓸어 땅으로 내던졌습니다. 그 용은 여인이 해산하기만 하면 아이를 삼켜 버리려고, 이제 막 해산하려는 그 여인 앞에 지켜 서 있었습니다"(묵시 12,4). "그 천사가 용을, 곧 악마이며 사탄인 그 옛날의 뱀을 붙잡아 천 년 동안 움직이지 못하도록 결박하였습니다"(묵시 20,2).
중세 로마네스크의 조각 및 서적의 첫 장 장식문자에 사용되는 용은 악의 패배를 상징한다. 이처럼 용과 싸워 이기는 것은 그리스도교 미술에 애용되는 주제였다.
[평화신문, 2007년 8월 19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