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지혜문학: 집회서 - 벤 시라의 올바른 삶에 대한 가르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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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8-01-11 | 조회수4,568 | 추천수0 | |
[성서의 세계] 구약성서의 지혜문학 4 : 집회서 - 벤 시라의 올바른 삶에 대한 가르침
1. 집회서와 제2경전
구약성서 지혜문학 작품들 가운데 하나인 집회서는 유다 전통에 있어서는 ‘벤 시라의 잠언’, 그리스어로 된 수사본에서는 ‘시라의 아들 예수의 지혜’란 제목으로 전해졌다. 그 후 신약 시대의 그리스도교 안에서는 ‘교회의 책’, ‘모임의 책’이란 뜻을 나타내는 라틴어 ‘Ecclesiasticus(에끌레시아스티구스)’로 불리게 되었는데, 이로부터 오늘날 통용되는 ‘집회서’란 책의 명칭이 유래하였다. 집회서는 지금의 형태로 고정되기까지 복잡하고 긴 형성과정을 거쳤는데, 본래 히브리어로 쓰여진 본문과 함께 본문을 그리스어로 번역한 이의 머리글이 첨가되어 전해지고 있다.
유대교의 히브리어 경전(Tanak, 타낙)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이 작품은 초대 교회가 구약성서의 모태로 받아들였던 70인역본(여기에는 기원전 3세기 경부터 그리스어로 번역되기 시작한 히브리어 경전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후대에 형성되었거나 그리스어로 쓰여진 문헌들 가운데 지역 유대 공동체 안에서 존경받고 널리 읽혀졌던 작품들도 수록되어 있다.)을 통해 전해졌다. 집회서는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의해 널리 애독되었을 뿐 아니라, 신약성서(특히 야고보서) 안에서 폭넓게 인용되기도 하였다. 나아가 야훼신앙 전통의 근본 요소를 전해주는 이 책은 그리스도교가 뿌리를 내리는 토양을 제공하였으며, 늦어도 교부 치프리아노(+ 기원후 258년) 시대 이후에는 ‘교회의 책’으로 불리면서 새로 신앙을 가지고 입교하는 사람들의 교육을 위한 가르침으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이미 초대 교회 시대부터 공동체의 삶 안에서 대대로 보존되고 전해져 내려오던 집회서는 다른 책들(토비트서, 유딧서, 지혜서, 바룩서, 마카베오 상·하권 그리고 에스델서와 다니엘서의 첨가부분)과 함께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년)에 의해 구약성서의 정경으로서 공적으로 확인되기에 이른다.
이 일련의 책들이 바로 ‘제2경전’(Deuterocanon)이다. 이 개념은 15세기 시에나 출신의 식스토(Sixtus von Siena)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는데, 가톨릭 교회가 성서의 경전 목록을 공적으로 확정했던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 구약성서 가운데 히브리어 경전이 아닌 문헌들로써 70인역본 성서를 통해 그리스어로 전승되어 온 문헌들을 가리키는 용어로 정착되었다. 반면 히브리어 경전은 제1경전(Protocanon)이라 불리어진다. 제2경전이란 용어는 여기에 속한 작품들이 시기적으로 ‘후에 경전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할 뿐이지 제1경전과 비교하여 경전상의 우열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한편 개신교에서는 제2경전에 속한 책들을 외경이라 부른다).
2. 집회서의 저자
집회서는 제2경전 가운데 저자의 자기 소개가 전해지는 유일한 책이다. 집회 50,27에는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 “나는 지성과 지식에 대한 가르침을 이 책에 기록해 놓았다. 예루살렘 출신 엘르아잘의 아들, 시라의 아들인 나 예수는 마음으로부터 지혜를 이 책에 쏟아 부었다.” 집회서의 저자는 예루살렘에 거주했던 유다인으로서 율법으로 정향된 지혜와 경신례적 경건을 중시했던, 사상적으로는 후기 사두가이파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3. 저술 시기와 장소
집회서가 작성된 시기는 작품의 내용에 반영되고 있는 시대적 배경을 통해 추정되어질 수 있다. 여기에는 셀류코스 왕조의 안티오쿠스 에피파네스 임금(기원전 175-164년)에 의해 자행된 유다인들에 대한 종교적 박해나 마카베오 집안을 중심으로 야훼 종교의 순수성을 수호하기 위해 일어났던 거룩한 전쟁(기원전 167년)의 영향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저자가 집회서에서 칭송하고 있는 대사제는 시몬 2세(기원전 219-199년)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집회서의 머리글에서도 작성 시기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는 본래 히브리어로 기록된 집회서가 저자의 손자에 의해 이집트에서 그리스어로 번역되기 시작한 시기가 프톨레메오 7세(기원전 170-116년)인 유에르게테스 피스콘 임금 치세 38년, 곧 기원전 132년인 것으로 명시되고 있다. 이러한 여러 증거들을 고려해 볼 때 집회서는 기원전 180년 경 벤 시라에 의해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며, 집필 장소는 그의 거주지였던 예루살렘으로 보여진다.
4. 저술 목적
저자가 활동했던 시대는 알렉산더 대왕의 고대 근동지방 정벌이 끝나고 헬레니즘의 문화적 혼합과 종교적 통합주의, 인종과 종교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보편주의의 경향이 확산되던 시기였다. 이처럼 유다인의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과 야훼 신앙의 순수성을 위협하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유다이즘의 종교적, 문화적 정통성을 밝히고자 하였다. 이러한 의도에서 그는 먼저 지혜의 본질을 규명하고, 생활의 모든 영역에 걸친 유다 전통의 총체적 가르침을 제시하고 있다.
5. 중요한 신학적 주제들
신학 사상적 측면에서 볼 때 집회서는 근본적으로 창조주이시며, 역사의 주관자로서 영원하고 유일하신 하느님을 증언함으로써 전통신앙을 재정립하고 있다. 그러한 하느님께서 주시는 지혜는 집회서 전체의 중심주제로서 의인화되어 제시되고 있으며(24장), ‘참된 지혜의 근원이 주님을 경외함’이란 잠언의 사상(잠언 1,7)이 폭넓게 다루어지며 심화되고 있다. 집회서에 있어 ‘주님을 경외함’은 율법에 대한 충성으로 제시되고 있으며, 율법이 명시한 구체적 삶의 규범을 실천하는 것으로 수렴된다. 나아가 집회서는 지혜의 특성과 기능을 한층 더 발전된 차원에서 상술하고 있다.
한편 집회서에 있어 의인에 대한 보상은 이스라엘의 지혜문학이 전통적으로 견지해오던 것처럼 지상적이며 물질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다. ‘의인의 불사불멸 사상’이나 ‘부활 사상’은 구약성서의 마지막 시대에 저술된 지혜서(기원전 50-30년)에 이르러 비로소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주님께 자신의 죄에 대한 용서를 청하기 전에 이웃의 불의를 용서하고 자비를 가지라.’(27,30-28,7)는 가르침은 구약의 사상을 넘어 복음서의 내용과 연결되고 있다.(마태 5,23-24; 6,14; 18,35; 마르 11,25; 루가 6,37)
6. 집회서의 올바른 삶에 대한 교훈들
집회서에 제시되는 벤 시라의 교훈들은 조직적인 구조의 틀에 따라 배열되어 있지 않다. 다시 말해서 집회서의 서두에 위치하고 있는 번역자의 머리글과 끝 부분에 첨가되어 있는 부록(51,1-30)을 제외한 본문(1-50장)에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가르침들이 산재해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올바른 삶에 대한 저자의 교훈들을 주제별로 모아 살펴보기로 한다.
① 하느님의 창조와 인간
벤 시라는 이스라엘의 전통 신앙을 계승하여 세상 만물의 창조주이신 하느님만이 유일하고 영원하신 분임을 가르치고 있다. 즉 야훼께서는 한 처음 당신의 작품들을 창조하실 때 영원한 질서를 주셨으며 당신의 좋은 것들로 세상을 채우셨다.(16,24-30) 그러므로 야훼는 영원히 살아 계시고, 홀로 의로우시며, 당신의 권능으로 만물의 임금이 되신 하느님으로서 그분과 같은 존재는 결코 없다고 증언하고 있다.(18,1-7)
나아가 저자는 인간의 존재론적인 의미를 창조주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밝히고 있다. 즉 ‘하느님의 모습’으로 지음 받은 인간은 그분으로부터 ‘일곱 가지 능력’인 분별력, 맛을 보고 말을 하는 능력(혀), 보는 능력(눈), 듣는 능력(귀), 지식을 얻는 능력(마음) 그리고 지성과 이성을 부여받았으며, 이와 함께 땅위에 있는 것들을 다스릴 권한을 가진 만물의 영장으로 내세워진 존재이다. 또한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당신께 대한 경외심을 심어주시어 당신 업적의 위대함을 깨닫게 하시고 당신의 놀라운 일들을 영원히 선포하고 찬양토록 하셨다고 가르침으로써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목적을 제시하고 있다.(17,1-10)
다른 한편 저자는 인간의 피조물로서의 유한성을 직시하고 있다. 즉 인간은 영원의 날수 안에서 불과 몇 해의 수명을 가진 존재일 뿐 아니라(18,8-10), 삶 가운데서도 선물로 받은 자유를 오용하여 죄에 빠져들고 만다.(15,11-14) 이러한 인간에게 요구되는 것은 그들 앞에 놓여 있는 생명과 죽음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결단이며(15,15-20), 그들이 가질 수 있는 희망은 하느님의 부족한 인간에 대한 인내심과 자비 그리고 용서이다. 실상 모든 생명체에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는 인간들을 꾸짖으실 뿐 아니라 훈육하고 가르치시며 목자처럼 당신 양떼를 인도하시는 분이시다.(18,11-14)
② 지혜
지혜에 대한 가르침은 집회서의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로써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먼저 저자는 전통적인 지혜사상에 따라 모든 지혜는 주님에게서 옴을 밝힌다. 모든 것에 앞서 창조된 지혜의 근원은 바로 하늘에 계시는 하느님의 말씀이고, 지혜의 길은 영원한 계명이며,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지혜를 선물로 내리신다.(1,1-10)
그리고 온전한 지혜는 하느님을 경외함이니 온전한 지혜 안에 율법의 실천과 그분의 전능에 대한 지식이 들어있다고 설명하는 가운데 저자는 지식이 부족하지만, 경건한 이가 학식은 넘치지만 율법을 어기는 자보다 더 낫다고 역설함으로써 지혜와 율법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강조하고 있다.(19,18-30; 그 외 4,11-19; 6,18-37; 14,20-27; 21,11-28; 24장; 51,13-30)
③ 하느님을 경외함
하느님을 경외하라는 가르침은 지혜와 관련하여 제시되고 있다. 즉 하느님을 경외함은 지혜의 시작이고, 지혜의 충만이며 화관이다. 따라서 진정 하느님을 경외하는 삶은 영광과 자랑이 되며 즐거움과 환희의 화관으로서 그 결과 즐거움과 기쁨 그리고 장수를 얻게 된다고 가르친다.(1,11-21) 나아가 저자는 하느님을 경외하는 이의 구체적인 삶의 모습으로 그분의 말씀을 거역하지 않고 그분의 길을 지키며, 그분께서 즐겨하시는 바를 찾고 그분의 법으로 만족하며,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어 그분 앞에서 스스로 낮추며 하느님의 손에 자신을 맡겨야 함을 제시하고 있다(2,15-18).
이렇게 사는 이에게는 하느님이 희망이며, 든든한 방패, 힘있는 버팀목, 쉼터, 그늘로써 그들이 비틀거리지 않게 지켜주시고 넘어지지 않게 부축해 주신다.(34,14-20)
④ 올바른 삶의 자세
구약성서에 있어 정의란 ‘관계에 충실함’을 말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는 하느님과의 관계에 충실할 것을 가르칠 뿐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도 충실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즉 하느님을 경외하는 이는 아버지를 공경하고 자신을 낳아준 이를 상전처럼 섬긴다고 전제하면서 무릇 자녀들은 말과 행동으로 부모를 공경하여야 하며, 특히 연로하셨을 때 잘 보살펴드리고 슬프게 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3,1-16; 그 외 7,23-28; 16,1-4; 30,1-13; 41,5-10)
또한 형제들끼리 일치하고, 이웃과 우정을 나누며 남편과 아내가 서로 화목하게 사는 것을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것 세 가지라고 제시하는 동시에 잘난 체하는 가난한 사람과 거짓말하는 부자, 지각없이 간음에 빠진 늙은이 등의 세 부류를 혐오의 대상으로 경계하고 있다.(25,1-12)
그 외에도 자세히 알아보기 전에 꾸짖지 말며, 듣기 전에 대답하지 말고, 남이 말하는 도중에 끼어들지 말라는 ‘신중함’(11,7-11), 커질수록 스스로를 더욱 낮추어야 하고, 자신을 올바로 평가해야 한다는 ‘겸손’(3,17-25; 10,26-31), 자신을 단련시켜 나쁜 것에 넘어가지 말며, 사치와 음식에 대한 탐욕을 경계하라는 ‘절제’(37,27-31; 18,30-19,3) 등이 올바른 삶을 위해 요구되는 기본 자세로서 제시되고 있다.
⑤ 그 밖의 여러 교훈들
집회서에는 그 외에도 다양한 교훈들이 제시되고 있다. : 기도(22,27-23,6), 말(5,9-15; 28,8-26), 사회 정의(4,1-10; 7,32-36), 술(31,25-31), 식탁에서의 예절(31,12-24; 32,1-13), 시련(2,1-9), 죽음(38,16-23).
[월간 빛, 2003년 8월호, 송재준 마르코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성서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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