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상징] 십자가: 고난, 순교로 이어지는 사도의 신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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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8-12-14 | 조회수3,225 | 추천수0 | |
[성경 속 상징] (28) 십자가 : 고난, 순교로 이어지는 사도의 신분
얼마 전 세계적 피겨 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의 경기 장면을 텔레비전에서 봤다. 지난 5월 마리 스텔라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고 천주교 신자가 된 김연아 선수. 경기에 앞서 십자성호를 긋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격스럽고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성호경은 아주 훌륭한 기도이며 자신의 신앙을 드러내는 신앙고백의 행위다.
가톨릭 신자는 손으로 자기 몸에 십자 모양을 그으면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고 기도를 바친다. 이때 십자 모양을 긋는 것을 '십자성호', 함께 바치는 기도문을 '성호경'이라고 한다. 기도하기 전이나 음식을 먹기 전에 바치는 성호경은 가톨릭 신자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다.
십자가는 그리스도교의 대표적 상징이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주님이요 하느님'이라고 믿고 고백하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래 십자가는 예수님 시대 이전부터 근동 아시아와 로마 제국에서 사형(死刑) 도구로 사용됐다. 십자가에 죄인의 몸을 매달고 때로는 두 손을 못으로 박기도 하는 처형방법은 페니키아를 비롯한 고대 여러 나라에서 행해졌다. 로마제국에서는 중죄인, 특히 제국의 반역자들이나 흉악범들을 십자가형에 처했다. 희생자가 십자가에 달리면 그 시체는 십자가에서 썩어질 때까지 두거나 야생 동물 먹이로 내버려 뒀다.
성경에서 십자가는 무거운 짐과 고난을 뜻한다(마태 10,38). 수치스러운 죽음이나 굴욕을 인내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히브 12,2).
사도 바오로에게 십자가의 의미는 속죄에 있다(1고린 1,17-18). 그에게 십자가는 하느님 능력과 지혜를 드러내 주는 계시다. 십자가의 죽음에는 하느님과 화해라는 속죄사상이 나타나 있다(에페 2,16).
십자가가 그리스도교 상징이라는 것은 박해 당시 지하묘지인 카타콤바에 세워진 교회 벽 등에 그 형태가 그려져 있는 것으로 알 수 있다.
복음에 나오는 십자가 이미지는 고난과 어떤 경우에는 순교로 이어지는 사도의 신분 표시였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자는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고 하셨다 (마르 8,34). 또한 루카는 십자가에 대한 매일의 결단을 강조하고 있다(루카 9,23 ).
그래서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예수님을 따르는 자는 누구든지 고난받을 것과 십자가에 못박힐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처음에는 십자가만이 제단에 놓였으나 나중에는 십자고상(十字苦像)도 놓이게 됐다. 이것은 죄와 죽음에 대한 승리자에서 인류 구원를 위해 속죄하는 고난의 그리스도로라는 믿음에서 비롯됐다.
십자가는 초대교회 때부터 무덤을 비롯해 기념비나 동전, 관공서 서류 등 곳곳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리스도교가 4세기 말 로마제국 국교가 되면서 십자가는 그리스도교의 대표적 상징이 됐다. 이와 함께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이마나 가슴에 하던 십자표시를 이마에서 가슴까지 그리고 두 어깨를 연결하는 큰 십자가 표시로 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발전해서 오늘날 천주교 신자들이 기도를 바칠 때나 식사를 할 때 긋는 십자성호가 됐다.
우리는 성호경을 바칠 때는 언제나 이 십자성호를 긋는다. 성호경을 바치는 이 행위로써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로서 성령 안에서 행동할 수 있도록 은총을 청한다. 십자성호를 그을 때마다 정성을 다해 기도를 바쳐야겠다.
[평화신문, 2008년 12월 14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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