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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유대인 이야기3: 아브람, 하느님 역사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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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12 조회수5,660 추천수3

[유대인 이야기] (3) 아브람, 하느님 역사의 시작


"우르에서 하란을 거쳐 가나안 땅으로"

 

 

가나안 땅의 어린 목동들. 가나안 땅은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이어주는 길목에 위치해 있으며 예로부터 금속, 향신료, 사치품, 향수, 고무, 약품, 노예 등의 국제 거래가 활발했다.


- 아브람의 이주 경로를 보여주는 지도.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아브람은 우르를 떠나 하란을 거쳐 가나안땅으로 이주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미소다.

 

‘사라이’가 잠들어 있는 남편 ‘아브람’(뒷날 아브람은 아브라함으로, 사라이는 사라로 개명된다, 창세 17, 5; 17, 15)을 미소 가득 머금은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 그녀의 미소와 행복한 웃음은 훗날 창세기에 ‘역사상 최초의 웃는 인간에 대한 기록’으로 묘사될 정도로(창세 18, 12; 21, 6) 황홀했다. 나이 70세를 훌쩍 넘었지만 그 아름다움은 조금도 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원숙한 아름다움 속에 배어나는 지순함이 사람들을 경외감에 고개 숙이게 했다.

 

사라이는 지금 과거를 생각하고 있다. 50년…. 시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고향 우르(Ur)를 떠나온 후 수 많은 어려움과 고통이 있었다. 한 가정의 맏 여인으로서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남편 아브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평생을 함께해온 남편…. 그 남편이 지금 옆에 잠들어 있다. 사라이의 얼굴에 남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배어나온다. “참으로 매력적인 분이다….” 남편 아브람은 외부의 침략에는 굳건히 맞섰지만, 전쟁보다는 평화를 사랑했으며(창세 13, 8-9), 욕심이 없는 사람이었다(창세 14, 17-24).

 

피가 다른 외국인(이방인)을 극진히 대접했고(창세 18, 1-5), 이웃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창세 18, 16-33). 무엇보다도 사라이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남편이 하느님을 경외 했으며, 늘 하느님 명령에 순종하는 삶을 살았다(창세 22, 12; 26, 5)는 점이다.

 

남편은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알았으며(시비지심, 是非之心), 어렵고 불쌍한 이웃을 보면 가만히 있지 못했고(측은지심, 惻隱之心), 항상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겼으며(수오지심, 羞惡之心), 겸손했다(사양지심, 辭讓之心). 우르에서 하란으로, 또 가나안 땅으로 이주해 오는 동안 많은 토착민들이 아브람에게 보여준 호의는 바로 그러한 인간적 매력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라이는 지난날을 돌이켜 보았다. 시아버지 테라에게는 맏아들인 아브람과 둘째 아들 나호르, 셋째 아들 하란이 있었다. 막내 아들 하란은 아들 롯과 두 딸 밀카와 이스키를 낳았으나 젊은 나이에 죽었다(창세 11, 28). 그러자 둘째 아들 나호르가 하란의 맏딸 밀카와 결혼해 분가했다.

 

롯의 큰아버지인 남편은 자녀가 없었기에 죽은 막내 동생의 아들과 딸을 끔찍이 사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아버지 테라가 남편을 비롯한 가족을 이끌고 우르를 떠났다. 바빌로니아 왕국이 우르를 침략했기 때문이다. 이때 아버지를 모실 필요가 없는 독립심이 강한 둘째 아들 나호르는 우르에 남았고 남편과 조카 롯 등만 먼 길을 나섰다. 그래서 도착한 곳이 하란(현재의 터키와 시리아의 국경지대에 위치한 고대도시)이다(창세 11, 31).

 

사라이는 더 이상 유랑생활이 싫었다. 하란에서 정착했으면 싶었다. 하지만 남편과 함께하는 유랑생활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하란에서 아버지를 땅에 묻은 남편은 다시 길을 나섰다(사도 7, 4).

 

남편은 하느님께서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창세 12, 1)라고 말씀 하셨다고 했다. 이때 남편의 나이는 벌써 75세 였다(창세 12, 4). 남편의 말을 믿고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가능하면 기쁜 마음으로 따르려 했다. 억지로 따라다녔다면 하란에서 가나안 땅까지 이르는 3000km 넘는 거리를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나안 땅에 도착해서도 고통을 그치지 않았다. 대 기근이 들어 식량을 찾아 이집트까지 가야 했고(창세 12, 10) 여러 작은 전쟁과 다툼도 버텨내야 했다(창세 14, 13-16).

 

하지만 사라이는 지금 남편을 따라온 여정들을 후회하지 않는다. 가나안 땅이야 말로 자신이 지금까지 보아온 땅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이어주는 길목에 위치한 이 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남편에게 수없이 들었다.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이곳에서는 금속, 향신료, 사치품, 향수, 고무, 약품 노예 등의 국제 거래가 있었다(1열왕 10, 28-29; 이사 43, 24; 아가 3, 6).

 

게다가 남편이 늘 믿고 따르는 유일신 하느님께서 남편에게 해주신 약속도 있지 않는가. 하느님은 언젠가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브람아,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너의 방패다. 너는 매우 큰 상을 받을 것이다”(창세 15, 1). “하늘을 쳐다보아라. 네가 셀 수 있거든 저 별들을 세어 보아라. 너의 후손이 저렇게 많아질 것이다”(창세 15, 5).

 

남편이 하느님과 대화한다는 것은 충격적이었다. 하느님과의 대화라니…. 하지만 지금까지의 충격은 아무것도 아니다. 최근에는 놀라서 뒤로 넘어질 뻔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라이는 급하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가슴을 지그시 누른다. 그 생각을 하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하느님 맙소사!”

 

[가톨릭신문, 2009년 1월 11일, 우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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