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약] 정영식 신약성경 읽기: 연재를 시작하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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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9-06-06 | 조회수3,442 | 추천수0 | |
[정영식 신부의 신약 성경 읽기] 1. 연재를 시작하며
새해를 맞아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의 신약성경 읽기를 연재합니다. 최근 새로운 영성 수련 방법론인 ‘형성적 영성’ 강의로 주목받고 있는 정영식 신부는 미국에서 영성신학을 전공한 이후 줄 곳 ‘삶으로 성경읽기’ ‘실천하는 성경읽기’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신약성경의 엄청난 보화를 아직 피부로 접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신앙인, 성경 필사 중인 신자, 처음 성경을 접하는 예비신자 등에게 이번 지상 강의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성경 속 하느님의 계시는 무엇일까?’ - 연재를 시작하며
지금 내 책상 앞에 백지 한 장이 놓여있다. 가톨릭신문사로 부터 신약성경 지상 강의를 부탁 받은 지 벌써 2주나 지났지만, 아직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신약성경에 담긴 엄청난 은혜와 충만한 기쁨을 글로 풀어낸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우선 글쓰기 원칙부터 정하기로 했다. 이번 지상 강의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접할 수 있도록 진행하고자 한다. 또 일상생활과 밀접한 내용을 예로 들어가며 풀어나가고자 한다. 자칫 신약성경의 메시지와 주제를 희화화 할 수 있는 우려가 없지 않지만, 대중이 성경 읽는 재미에 푹 빠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면 가능한 모든 시도를 다 할 생각이다. 성경은 우리 각자의 삶 속에서 녹아날 때 더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신약성경을 읽기에 앞서 우리가 성경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그 일반적 문제부터 짚고 넘어가야겠다.
일반적인 것을 얘기할 때는 재미가 조금 덜하다. 그러나 꼭 알아야 될 내용이다. 재미는 없지만 이 내용을 알아두고 성경을 읽을 때 더 즐겁게 그 메시지에 다가갈 수 있다.
성경은 어떤 한 인물이(저자가) 자기가 쓰고 싶은 대로 일기 쓰듯이, 소설 쓰듯이 쓴 게 아니다. 하느님의 계시(啓示)가 활자화된 것이다. 계시란 말 그대로 하느님께서 ‘뭔가 열어서 보여 주시는 것’을 말한다. 이 열어 보여주신 것을 기록한 것이 바로 성경인 것이다.
그래서 성경은 그 자체로 교의적이라든가 영성적이라든가 사회적이라든가 이데올로기적인 그 무엇이 아니다. 물론 창조론, 은총론, 마리아론, 그리스도론, 삼위일체론, 구원론, 종말론 등 신학들이 성경에서 나온다. 성경은 많은 보화를 담고 있다. 그래서 영성가들은 성경에서 영성을, 신학자들은 신학을, 정치인들은 정치적 수사를, 화가는 예술적 영감을, 문학가들은 문학적 주제들을 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성경 자체가 이러한 신학이나 영성 그 자체를 위한 목적으로 탄생한 것이 아니다. 성경은 이 세상 역사 안에서 하느님께서 어떻게 섭리하셨느냐는 것을 계시에 의해 종합적으로 전개한 책이다. 성경은 하느님의 뭔가 뜻이 있어서 사람이 쓰도록 한 책인 것이다.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스스로의 시야에 갇혀서 살아가는 경향이 있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이런 태도로 성경을 읽으면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내가 읽고 싶은 대로 읽고, 해석하고 싶은 대로 해석해서는 제대로 성경을 읽을 수 없다. 일부 타종교 사목자들이 자의적으로 성경을 해석하는 오류도 바로 이러한 태도에 기인한다.
음식을 편식하게 되면 병에 걸린다. 성경도 내가 관심있는 쪽으로만 ‘뽑아서’사용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바실리우스, 베네딕토 등 교회의 영성 스승들을 이러한 위험성을 누누이 지적해 왔다. 성경은 죽음, 구원 등의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구절을 단편적으로 인용할 경우, 그 파괴력은 엄청나다.
집단 자살을 시도하는 사이비 종교가 생겨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이다. 예수님께서 40일 단식 기도를 하셨다고 해서, 오늘날 모든 가정 주부들이 가정을 버리고 산에 가서 40일 동안 단식기도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성경은 하느님께서 적도록 섭리하신 책이다. 따라서 우리는 성경에 담긴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지상강의의 앞으로 과제도 하느님께서 왜 이렇게 적도록, 성경을 이런 방식으로 쓰도록 섭리하셨는지 찾아내는 일이 될 것이다.
하느님은 성경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 주시고 싶으셨던 것일까.
[가톨릭신문, 2007년 1월 7일,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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