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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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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06-06 조회수2,854 추천수0

[정영식 신부의 신약 성경 읽기] 9. 선물

 

 

신약 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하느님 나라는 바로 ‘사랑의 나라’다. 이 사랑은 ‘거저’주어지는 것이다. 내가 달라고 해서 받는 것도,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루카복음 12장 32절을 읽어보자.

 

“너희들 작은 양 떼야,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 아버지께서는 그 나라를 너희에게 기꺼이 주기로 하셨다.” 하느님께서는 사랑의 나라를 기꺼이 주시기로 하셨다. 공짜로 주겠다는 것이다.

 

또 루카복음 22장 29절을 읽어보자. “내 아버지께서 나에게 나라를 주신 것처럼 나도 너희에게 나라를 준다.” 역시 선물이다. 거저 주겠다는 거다.

 

오늘은 이 ‘선물로서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자. 성경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내는 편지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내는 사랑의 속삭임이다.

 

연인의 편지를 받고 읽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랑의 속삭임을 듣기 싫은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편지를 읽지 않는다. 읽는다고 해도 그 뜻(애타는 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하느님 나라는 은총의 차원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이기 때문에 그렇다. 거저 주어지는 선물이기 때문에 은총이다.

 

선물을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르코 복음 10장 15절에서 예수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기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부모의 선물을 받아들인다. 이것저것 재지 않는다.

 

그럼 ‘계산하지 않고’선물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회개요 하느님께로 의탁하는 신앙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잘못을 했을 때 법정에 고소하거나, 혹은 잘못을 더 이상 저지르지 말라고 충고한다. 심지어는 말과 행동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상대방에 깊은 상처를 안겨주기도 한다.

 

하지만 하느님의 방법은 다르다. 하느님은 사랑으로 그 잘못을 덮는다. 인간적인 방법은 다른 사람이 잘못하면 따지는 것이지만 하느님의 방법은 사랑을 듬뿍 주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 16)

 

내가 옳다. 네가 틀렸다. 네가 잘못됐다. 이것은 인간의 방법이다. 지난 날 잘못하고 부족했던 것은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안다. 나 먼저 회개하고 뉘우쳐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용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르 12, 31)

 

내 죄만 용서받고 끝나서는 안된다. 그것은 하느님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의 방법은 세상의 방법과는 다르다. 예수는 온갖 어려움과 고통 다 겪고 문전걸식하면서 계속해서 사랑을 보여 주었다. 이 사랑 속에서 치유가 일어난다.(마태 8, 3;8, 13;15, 28;17, 18;사도5, 16 참조)

 

육신적인 치유만이 아니라 정신적이고 내면적인 치유까지 일어난다. 루카복음 6장 35절을 읽어보자.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에게 잘해 주고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꾸어 주어라. 그러면 너희가 받을 상이 클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자녀가 될 것이다. 그분께서는 은혜를 모르는 자들과 악한 자들에게도 인자하시기 때문이다.”

 

은총 받은 우리는 이제 우리의 삶을 반성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뉘우쳐야 한다. 그렇게 하고 나서 계속해서 사랑의 방법으로 살아가야 한다.

 

이 사랑의 방법은 자비롭게 사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하신 것 처럼 우리도 다른 사람에게 그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하느님은 나를 사랑하신다. 나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자비롭게 대해야 한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 48)

 

하느님 나라는 자비의 나라, 온유의 나라, 겸손의 나라다.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말이 ‘사랑’이다. 온유와, 자비, 겸손, 인(仁), 불쌍해 하는 마음, 도와 주고 싶어하는 마음 이 모든 것은 ‘사랑’안에 하나가 된다.

 

하느님의 사랑은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노력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거저 주어지는 것이다. 거저 받았으면 거저 돌려 주어야 한다. 그럴때 우리는 성경을 삶속에서 사는 것이다.

 

[가톨릭신문, 2007년 3월 11일,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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